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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낙타 Mar 21. 2025

"후지산이 무너지고 카지노 가입 쿠폰quot;

스포츠 캐스터 송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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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이라 그가 누구였는지 명확하지 않다. 아마도 고인이 된 송인득 캐스터가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마라톤 중계였는데 그는 42.195km를 쉼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마라톤이란 우리가 알다시피 그저 달리고 달리다가 물을 먹고 그리고 또 달리는 어찌 보면 너무도 단순한, 그래서 가장 인간적인 경기다. 그러니 중계 역시 다이내믹할 리 없다.


하지만 마라톤을 가장 위대한 스포츠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간 면박을 받기 십상이다. 마라톤에 푹 빠진, 그래서 보스턴 하프마라톤까지 달렸던 내 친구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달리면 그때부턴 무아의 경지에 도달하는데, 그건 달려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결론은 이 세상 통틀어 마라톤을 뛰어넘는 공정한 스포츠가 없다는 것이다. 1000미터를 달려 본 나는 내 친구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800미터에 이르러서는 내발이 움직이는 건지 내가 떠 있는 건지 허공을 달리는 기분이 든 건 사실이다.


그런 마라톤을, 한 명의 캐스터가 너무도 진지하게 중계하는 것이다. "네 달립니다. 또 달리고 있습니다. 자꾸 달립니다. 쉼 없이 달리는군요."를 반복하면, 해설자가 가끔 "그렇군요. 흐트러짐 없이 자세도 좋고, 잘 달리고 있네요" 정도의 추임새를 넣는다. 2시간여 내내 이런 건조한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 경기가 끝나고 마침내, 캐스터가 "오늘 카지노 가입 쿠폰 마치겠습니다"라는 멘트에서 나는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에 넋을 잃었고, 마음이 울컥했다. 그가 그저 달리는 단순한 경기를 카지노 가입 쿠폰한 게 아니라, 경기 내내 뛰는 선수에게 마치 친 형, 친 오빠라도 된 듯, '힘내라'며 진심으로 격려하며 응원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스포츠 캐스터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26일. 한국스포츠 중계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야구전문 캐스터 이장우의 부고를 듣고 내 결심은 확고해졌다. 이장우. 최소한 동대문야구장에 한 번이라도 간 나이 지긋한 이라면 그 이름 석자를 안다고 나는 확신한다. 혹시 모른다면, 야구중계 때 "크다! 크다! 레프트 크다! 홈∼런! 홈~~~~~런!!"을 외쳤던 스포츠 캐스터. 그가 이장우다. 이장우가 중계도중 "크다!"라고 외치면 그건 분명 홈런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늘 야구해설가 하일성이 있었다.


먹고살기 팍팍했던 70년대 축구 야구 김일 레슬링 중계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 역시 마치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중계 육성, 가령 탄식이나 기원, 아쉬움환호는 그 어느 오페라 아리아보다 아름다웠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성장했고, 늘 가슴 속에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다만 그때 이장우 캐스터의 부고가 지나치게 작았던 것에 무척 실망했다. 이장우를 비롯해 '축구계의 전설' 서기원 캐스터, 49세에 홀연히 떠난 올림픽 전문 캐스터 송인득 등 명멸한 수많은 스포츠 캐스터는 그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외국의 경우는 한 종목만 전문적으로 중계하는 캐스터가 있지만, 우리의 경우 70,80년대는 환경이 열악해서 한 명의 캐스터가 여러 종목을 중계하는 경우가 흔했다. 전설의 유수호 캐스터는 어느 인터뷰에서 무려 14 종목을 중계하기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들 나름대로 주 종목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캐스터와 해설가가 금슬 좋은 부부처럼 세트로 묶여 다니는 경우가 흔했다. 이장우와 하일성처럼 배구에는 유수호와 오관영, 축구에는 송재익과 신문선이 그런 경우다. 이름만 들어도 소름 돋는 레전드급 캐스터와 해설자다.


"후지산이 무너지고 카지노 가입 쿠폰quot;라는 멘트로 우리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스포츠 캐스터 송재익이 지난 18일 향년 82세로 영면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암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송재익에 대해 기억하는 건 그의 권투중계였다. 그는 선수들이 푸드웍을 하며 가볍게 잽을 날리듯, 간결한 권투용어 멘트를 날리는 '권투중계의 달인'이기도 했다. 고 김득구의 마지막 경기를 그가 중계했다. 김득구가 일어나지 않고 링에 누워 있을 때, 낙담하며 신음처럼 내뱉은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듯 하다. 나는 그가 속으로 울음을 삼키고 있다고 분명 느꼈다. 스포츠캐스터는 언제나 선수들에게 '힘내라'라고 외치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기에...하지만 송재익 하면, 축구중계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무려 6번의 월드컵을 중계했다. 그 옆에는 신문선이 있었다.


회자되는 그의 어록은 한두 개가 아니다. '축구계의 송해' '불후의 명언제조기'라는 별명도 그래서 따라다녔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한일전에서의 어록. 이민성의 역전골이 넣는 순간 터져 나온 '무너지는 후지산'도 이때 나온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그는 "벼랑 끝에 매달린 일본. 한국이 구명줄이 되어 줄 거냐, 아니면 초상집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가는 문상객이 될 거냐..."는 멘트를 날려 긴장하고 있던 우리를 웃기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실망스러운 축구를 하면 "한국 수비 깨진 쪽박처럼 물이 줄줄 새는군요"라고 안일하게 뛰는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하석주가 반칙으로 퇴장당하자 너무도 아쉬운 듯 "아! 10명으로 후반을 뛰는 우리 선수들... 이런 상황을 두고 십시일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신문선 해설가는 "아 그렇습니다. 우리의 태극전사들. 십시일반의 정신을 가지고 한 골을 넣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받아쳤다. 엉뚱한 표현이었지만 이런 멘트와 응답은 웬만한 고수가 아니면 구사할 수가 없다.


이미 언론에도 수없이 소개되었지만 광주에서 열린 2002년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홍명보가 킥하기 전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 나온 송재익의 불후의 멘트는 아직도 우리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다."국민 여러분, 두 손을 치켜들고 맞잡으십시오. 종교가 있으신 분은 신에게 빕시다. 없으신 분들은 조상에게 빕시다. 무등산 산신령님도 도와주십시오."라는 믿을 수 없는 즉석 멘트로 온국민을 한데 묶는 기적을 연출한'카지노 가입 쿠폰석의 시인' 그가 떠났다. 그 어느 유명 스포츠 스타와 비교해도 그 '빛남'이 전혀 꿀리지 않는 큰 별 하나가 떨어진 것이다. 그의 목소리를 이제 우리는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야만 한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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