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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림 Mar 08. 2025

무너진 사람들, 그 배후

박덕규 단편 소설집『흰 산 기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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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김유림(문학평론가)


1.아우름과 넘나듦


박덕규는 1980년대 초반 등단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다. 소설가로 등단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이후 적지 않은 편수의 소설을 발표했다. 1990년 후반 대학교수로 부임한 뒤에는 강의와 연구, 공연 극본 창작, 각종 문화기획, 지역문화 스토리텔링을 병행했고, 21세기 들어서는 해외 문단이나 재외동포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연전에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도 시와 소설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창작과 집필, 국내외를 잇는 on-off line 프로그램 운영, 연구 프로젝트 진행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40년이 훌쩍 넘는 문단 경력에 이렇듯 여러 분야를 아우르고 넘나드는 활동을 펼친 작가 박덕규에게 ‘문학 노마드’ 또는 ‘하이브리드 문학인’이라 이름 붙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 소설집은 오래전에 낸 소설집 『날아라 거북이!』(1996)와 『포구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 편지』(2000), 그 외 탈북 소재만 모은 2종의 소설선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1998)과 『함께 있어도 외로움에 떠는 당신들』(2012)이나 번외 편 소설집 『고양이 살리기』(2004) 외에 무척 오랜만에 만나는 박덕규의 신작 단편집이다. 수록 작품의 발표 연대로 보면 가장 이르게는 21세기 첫해 「지렁이, 지렁이떼」(2000)로부터 「싸락눈」(2002), 「비밀의 방」(2005), 「조선족 소녀」(2014), 「구부러진 물길」(2014), 「사람의 별」(2015)을 거쳐 근작 「흰 산 기슭」(2023)에 이르는 단편 일곱 편이다. 25년 동안 단편 일곱 편이면 어쩌면 소설창작을 소홀히 한 게 아닌가 싶은데, 그 사이 이 소설집에 싣지 않은 다른 단편도 몇 있고 또 장편소설 『밥과 사랑』(2004), 『사명대사 일본 탐정기』(2010), 『토끼전 2020』(2018) 그리고 소설창작 실기론에 해당하는 『단편소설 독작술』(2013)까지 낸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소설집은 지난세기 종반 “우리 자본주의적 세계의 비속화된 삶을 해부적으로 그려” 온 작가로서 21세기의 첫 4반세기에도 실제로 그 시대적 변모 양상을 변함없이 추적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한다. 이 시기 중년을 지나 노년의 문턱에 이르는 자연적 시간 경과에 따른 작가의 원숙 과정을 함께 느낄 수도 있다.

이 소설집의 소설들은 한국사회가 분단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연이어 구가하던 때로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는 동안의 시대 현실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가령, 일반 단편소설의 두 배 분량인 「구부러진 물길」은 청·장년기를 1970~80년대 대학가의 시공간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낸 인물들의 일대기적 삶을 2010년대 현재 시점온라인 카지노 게임 되살리는 내용이다. 표제작인 「흰 산 기슭」은 남북분단과 연관해 출생비밀을 품은 듯한 인물이 21세기 문명기기를 다채롭게 활용하며 통일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비밀의 방」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성장 과정의 이면온라인 카지노 게임 출세지상주의를 삶의 지표로 삼은 인물들이 명멸한다. 「싸락눈」은 세기 말 세기 초 사회 전반의 경제위기로 몰락한 형제들의 비탄을 담고 있다. 「지렁이, 지렁이떼」 역시 정보화시대에 가치 혼란에 빠진 인물들의 방황을 그린다. 또 「조선족 소녀」는 작가가 1990년대 후반부터 집중해 온 탈북 문제를 내면화하고 있고, 황순원의 명단편 「소나기」의 이어쓰기 기획으로 집필한 짧은 소설 「사람의 별」은 생태 위기를 주목하는 시대적 화두를 SF 양식에 담아 보인다.

범박하게 이해하면 박덕규의 소설은 이처럼 한국사회가 분단 상황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속적인 개발독재와 그 모순의 극복과정으로 괄목할 성취를 얻는 그늘온라인 카지노 게임 삶의 정체성을 잃은 개인의 내면을 부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생존 문제를 분단 이후 민족의 현안이나 사회현실의 여러 난제와 결합해 주목한다고나 할까. 그런데 개인과 사회 간의 관련에 대한 이런 태도는 사실 작가 박덕규만의 독자적인 것일 수는 없다. 우리가 박덕규 소설온라인 카지노 게임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주제만이 아니다. 박덕규의 소설은 캐릭터 창조나 서사적 구조, 화자와 시점 운용 등온라인 카지노 게임 예상을 뒤엎는 상상력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흔한 리얼리즘적인 주제를 새삼 뜻밖의 일로 환기하는 데 능통하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사람의 별」온라인 카지노 게임 원작 「소나기」의 소녀를 ‘생태계 파괴의 위기를 맞은 어느 별온라인 카지노 게임 오염되지 않은 지구의 시골마을 농부 자식으로 파견된 인물’로 설정한 것과 같은 ‘기상천외함’이 박덕규 소설에 있다. 혼자 일방적으로 기이한 통일운동을 제안하다가 갑자기 종적을 감춘 듯한 시애틀 동포(「흰 산 기슭」), 자신들이 파멸시킨 당사자에게 정자를 제공받아 임신하고 출산에 성공한 부부(「구부러진 물길」), 한국의 젊은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상당 재산을 걸고 공개모집을 하는 벨기에 부호(「비밀의 방」), 개강을 앞두고 갑자기 종적을 감춘 대학 겸임교수나 폭력과 돈으로 장악한 여고생에게 순정을 다 바치는 경찰관(「지렁이, 지렁이떼」), 다른 사람의 여권으로 탑승한 비행기가 공중 폭파되어 영원한 실종자가 된 사업가(「싸락눈」), 거주할 곳을 얻지 못해 중국의 어느 산속 닭장온라인 카지노 게임 살고 있는 탈북자 가족(「조선족 소녀」) 등의 뜻밖의 인물설정도 바로 그렇다. 재미동포(「흰 산 기슭」), 탈북민과 재중동포(「조선족 소녀」), 국제 미아(「싸락눈」), 히말라야여행자(「구부러진 물길」), 지구 여행자(「사람의 별」) 등 노마드 인물이 편편이 등장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서사적 지위가 다른 여러 시점인물을 릴레이로 연결하면서 중심서사와 주변서사를 혼재하는 서사 구축 방법도 매우 남다르게 느껴진다.

이즈음 한국사회는 전 지구적인 인터넷시스템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크게 열고 있다. 지난세기 말까지 개인 간의 소통은 직접적인 대면을 제외하면 종이편지나 전화를 매개로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세기가 바뀌면서 전화를 휴대전화로, 종이편지를 전자우편으로 대체하더니, 어느덧 스마트폰 기기의 보편화, SNS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 상용 등으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를 다각적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문화가 일상화되었다. 이제 여기에 인공지능을 얹어 정보소통의 양과 질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증폭하는 중이다. 4반세기 동안의 이번 일곱 편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걸로도 읽힌다. 새 세기 초반 박덕규 소설의 인물들은 휴대전화 메시지, PC방 기기, 실시간 채팅(「지렁이, 지렁이떼」, 「비밀의 방」 등) 또는 “인터넷 구글 사이트의 엉성한 번역 프로그램”(「조선족 소녀」)을 활용하는 정도에서 소통의 새로운 편리를 누렸다. 그로부터 이제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해서 능숙하게 글을 쓰고 도면도 작성하며 번역이나 통역도 한결 손쉽게 하는 단계(「흰 산 기슭」 등)에 이르렀다. 이들 소설은 그 내부에 동화, 영화, 연극, 칼럼, 기사 등의 내용과 형식을 적극 수용한 매체적 자유로움을 보이기도 한다. 근대소설의 전통에서 볼 때 박덕규의 소설은 우리가 겪는 사회 변화를 비판적으로 드러내는 매우 낯익은 ‘사회비판 유형’에 가깝지만, 주제와 소재를 직조하는 다채롭고 다각적인 시도를 통해 그러한 현실의 반영과 비판을 상당부분 낯설게 행한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던 양태’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글은 그 낯익음과 낯섦으로 얼킨 아우름과 넘나듦의 세계를 비집고 들어가 박덕규 소설만의 것을 더욱 꼼꼼히 새긴다는 시도로 진행한다.


2.없는데 압도하는


소설은 무엇보다 ‘인물의 삶’을 다룬다. 특히 단편소설은 한두 명 정도 인물의 사연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그때 그 인물은 대개 그 소설의 주인공이며 또한 서사의 중심에 놓여 서술의 주체 또는 적어도 서술의 주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박덕규의 소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박덕규는 여러 소설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런 핵심인물을 작중의 현재나 서술의 중심에 두지 않고 있다. 가령 「구부러진 물길」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청년기부터 두텁게 우애를 나누어 오다 사망한 후배(차동하)의 행적을 이해하기 위해 그 딸임에 분명한 한 여성(송란)을 찾으러 히말라야에 와 있다. 이때 차동하는 현실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죽고 없지만, ‘나’의 회상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물론이고 ‘송란’과의 만남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핵심적인 지위를 점유한다. ‘나’의 회상과 여행과 만남은 결국 작중의 ‘나’ 아닌 다른 핵심인물 차동하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밝히는 주변부의 사연인 듯 읽히기도 한다. 이렇듯 차동하는 작중의 현재적 정황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없는’ 인물이면서도 서사의 맥락에 압도적인 영향을 주는 인물로 부각돼 있다. 박덕규의 소설에는 유독 이런 인물이 많다.

「구부러진 물길」온라인 카지노 게임 작중의 현재에 죽은 상태의 인물인 차동하의 기법적 지위는 「지렁이, 지렁이떼」의 김하근, 「싸락눈」의 중세, 「비밀의 방」의 정균, 「흰 산 기슭」의 동진 등에게서도 유사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렁이, 지렁이떼」온라인 카지노 게임 ‘환경과 문화’ 등의 교양강의를 맡아 온 겸임교수 김하근은 신학기가 시작되자 갑자기 휴직하고 사라진 상태다. 학교 측은 ‘개인사정’이라고 이유를 밝히지만, 최근 학내의 교수 임용 비리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도 비친다. 소설은 학생들이 김하근이 평소 해 온 생태 환경 관련 강의를 이색적인 영상으로 만들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때 김하근은 작중의 현재에는 ‘없는’ 그러나 압도적으로 서사 전체를 지배하는 인물로 부각된다.

「싸락눈」은 영어학원 전무로 일하고 있는 문세가 맏형 경세가 사는 고향 도시를 방문했다가 함께 만나는 가족 상봉을 중심으로 현재적 스토리를 전개한다. 중년을 넘기고 있는 두 형제는 상당한 경제적 타격온라인 카지노 게임 헤어나기 힘든 상태인데 그 근원에 둘 사이의 형제 중세의 삶이 개입해 있다. 사업을 하던 중세는 부도를 내면서 두 형제의 집까지 ‘날리게’ 했고, 이후 해외로 피신해 신분을 위장해서 살다가 여객기 폭파사고로 사망했지만, 보상을 받기는커녕 신원확인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주로 문세를 시점인물 격으로 앞세우고 맏형 경세와 조카 원준을 상대역으로 삼아 스토리를 전개하던 이 소설은 점차 중세를 화제의 핵심에 둔다. 작중의 현재에는 ‘없는’ 중세가 후반부 들면서 서사에 압도적으로 영향을 주는 인물이 된다.

「비밀의 방」은 모두 3장 구성으로, 1장은 수도권의 한 후발 대학에 재학 중인 미란이 참석한 학과 신입생 환영회 장면을, 2장은 결혼정보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진석이 후배 정욱의 도움을 받아 회사 홍보에 상당한 효과를 얻는 내용을, 3장은 정욱이 진석 회사를 통해 얻은 신붓감 귀옥에게 ‘비밀의 방’에 유폐된 형 정균의 정체를 밝히는 사연을 각각 드러낸다. 이는 1장온라인 카지노 게임 미란의 애인으로 잠시 거론된 정욱이 2장온라인 카지노 게임 진석의 회사 일을 돌봐주는 부인물로 등장했다가 3장온라인 카지노 게임 새로운 상대자인 귀옥과 결실을 맺는 과정의 주인물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얼핏, 정욱이 애인을 버리고 새 배필을 찾는 스토리로 이해함 직한데, 이 소설은 실은 결코 그런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가장 주목할 것은 정욱의 변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물인 정욱의 형 정균의 사연이다. 일류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좌절감에 자살을 시도했다가 뇌사상태가 된 정균은 정욱 본가의 ‘비밀의 방’에 유폐된 상태의 ‘없는’ 인물로서, 작중 상황에 직접 출현하지 않는데도 제목온라인 카지노 게임부터 서사 전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흰 산 기슭」은 재미동포로서 미국 남 캘리포니아에 살던 동진이 지진으로 죽은 친구 부부의 딸 수잔을 데리고 시애틀로 이주해 바둑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정황을 서사의 전면에 배치했다. 전 8장의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빼면 모두 동진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쓴 것으로, 모국에 사는 탈북민 통일운동가 표창대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만으로 드러나 있다. 그런데 마지막 8장은 그 이메일을 표창대에게서 전해 받은 기자 출신 ‘나’가 시애틀을 방문했다가 동진과 같은 인물이 그곳온라인 카지노 게임 살다 만년설이 보이는 산기슭으로 이사했다는 소문을 듣는 내용으로 정리된다. 이때 동진이 그동안 표창대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실제 일어난 일로 믿으면 이 소설은 동진이 경험하고 글을 쓰는 모든 행동의 주체자인 것으로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동진의 일은 모두 표창대에게 전한 이메일에 든 것뿐 실체는 알 수 없다. 그 알 수 없음에 의존하면 이 소설온라인 카지노 게임 주인공 동진은 작중 현재에는 ‘없는’ 인물, 즉 ‘없는데’ 소설의 서사를 압도하는 인물로 이해된다.

박덕규의 여러 편 소설은 이처럼 서사의 현재적 정황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없는’ 인물인데도 서사적 전개에 압도적인 영향을 주는 인물이 작동하고 있다. 그 인물은 현재 실종 또는 사망 또는 은둔을 한 상태이고 다른 주인공이나 주변인물은 그를 추적하고 회상하거나 크게 의식하는 상태를 유지한다. 그 과정온라인 카지노 게임 박덕규 소설은 사소하고 자잘한 일상적 사건과 현실온라인 카지노 게임 부딪히기 어려운 충격적인 사건이 뒤얽히는 서사를 구축해 보인다. 이 사소함과 중후함의 뒤얽힘은 얼핏 불협화음을 일으켜 독자의 편한 독서를 방해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차적으로 독자가 서사상황을 쉽게 수용하는 것을 지연시키고 나아가 결국은 재독하게 만드는, 작가가 노린 일종의 소격효과라 할 수 있다.


3.몰락과 거세


박덕규의 소설이 실종 상태이거나 은둔해 있거나 사망한 인물을 다른 주요인물이나 주변인물이 들춰내는 과정을 서사의 축으로 삼는 특징이 있음을 앞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해했다. 서사의 현재 상황에는 출현하지 않으면서도 서사 전개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없는데 막강한’ 인물의 효과가 특별하다는 점도 밝혔다. 또한 이런 방식이 ‘의도적으로 감춰놓은 것을 추적해서 조금씩 찾아내는’ 추리물 패턴과 매우 닮아서 ‘미스터리한 효과’마저 얻는다는 점도 아울러 새길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연한 것이지만 박덕규 소설의 이런 인물관계나 그 효과는 단지 기법적인 데서만 그칠 리 없을 것이다.

앞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한 대로 박덕규 소설온라인 카지노 게임 ‘없는데 막강한’ 인물은 「구부러진 물길」의 차동하, 「싸락눈」의 중세, 「지렁이, 지렁이떼」의 김하근, 「비밀의 방」의 정균, 「흰 산 기슭」의 동진 등으로 이들은 작중 현재 각각 사망, 사망 추정, 실종, 유폐, 은둔 상태다. 그 상태의 원인은 다 다르다. 가령 차동하와 중세의 사망은 사고사다. 또 김하근의 실종은 결과적으로 자의적 선택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정균의 유폐는 가족의 선택이며, 동진의 은둔은 자발적인 행동의 결과라 하겠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없음’이 지니는 공통된 어떤 것이다.


중세는 분명 1년 반 전 남태평양 상의 비행기 폭파 사고 때 죽었다. 인도네시아 항공사 여객기였고, 정황상 중세는 355명의 승객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었지만, 중세를 대신해서 공식 발표된 이름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재일동포였다. 빚쟁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중세는 존재하지도 않은 재일동포가 되어 인도네시아온라인 카지노 게임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던 중에 비행기 폭파 사고로 죽은 것이 분명했는데, 그것을 사실로 인정시킬 만한 그 어떤 자료도 얻을 수 없었다. 미국온라인 카지노 게임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의 조사 결과를 끝까지 기다려 보고 있지만, 아마도 중세는 자신의 식구와 형제에게 떠넘긴 부채를 목숨 바쳐 해결할 기회마저 잃고 영원히 사라진 인물이었다. - 「싸락눈」온라인 카지노 게임


「싸락눈」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세는 ‘식구와 형제에게’ 상당한 부채를 떠넘기고 해외 도피 중인 상태였다. 가족은 이미 해체되었으며 형제도 그 부채를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다. 중세는 해외 도피중 항공기 폭파로 사망한 것이 분명한데 안타깝게도 “존재하지도 않은 재일동포가 되어” 신원을 인정받기 요원한 상태다. 그것은 남은 사람에게 그 죽음을 추모할 수 없는 안타까움 외에 아무런 보상이 없는 현실적인 곤란까지 그대로 넘겨준다. 남은 이에게 가장 확실한 보험이 될 ‘비행기 폭파 사고사’를 당하면서도 “떠넘긴 부채를 목숨 바쳐 해결할 기회마저 잃고” 영원한 절멸로 봉인되는 비극의 아이러니! 「싸락눈」의 중세의 죽음은 바로 그것에 가 닿는다.


돈이 없는 남자는 삶이 곧 죽음이겠지. 그럼 돈을 잘 벌기 위해 사는 삶은 뭐냐, 그건 노예라. 온몸이 발가락뿐인 지렁이지. 캬, 이건 죽이는 시 구절인데…. 이 세상 남자들, 지상으로 잘못 나와 땅 속으로 돌아갈 길을 잃은 지렁이 꼴 아니야? 여러분 아빠, 군대 간 오빠, 애인… 다 생각해 보라구. 아, 이렇게 되면 얘기가 자꾸 빗나가는 건데… 그런데 실은 말이지, 원래 지렁이는 어떤 존재냐 하면, 그 가치와 실용성 면온라인 카지노 게임 최고의 생명체지. 일명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존재야….”

지렁이는 땅 속온라인 카지노 게임 유기성 폐기물과 가축 분뇨를 먹어치우고… 그 몸에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그런 얘기는 필기를 하고도 금세 다 잊어 버렸지만, 재기발랄하고 자리분별이 뚜렷한 지구인 김하근 교수의 입온라인 카지노 게임 흘러나오는 슬픈 지구인 얘기만은 정실은 지금도 잘도 기억하고 있다. - 「지렁이, 지렁이떼」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렁이, 지렁이떼」온라인 카지노 게임 김하근은 새 학기를 시작하는 대학온라인 카지노 게임 갑자기 휴직한 상태다. 김하근의 행방을 찾던 학생들은 김하근의 강의를 기억하며 그 내용을 의미 있게 재생해서 널리 퍼뜨리려 하고 있다. 그중 한 학생 정실은, ‘돈이 없는 남자의 삶’을 ‘온몸이 발가락뿐인 지렁이’(이 소설 프롤로그의 시 구절)에 비유하다가 갑자기 지렁이의 생태적 가치를 설명하는 김하근의 재치 있는 강의 내용을 기억해 낸다. 여기서 ‘남자를 목숨 바쳐 돈을 벌고는 있지만 갈수록 상태가 악화됨으로써 돈을 벌려 하면 할수록 죽음과 가까워지는 존재’라는 말로 ‘지구생태의 자본화’를 희화적으로 비판한 김하근은 그 스스로 그 자본화에 희생된 상태임이 짐작된다. 즉 김하근은 자신이 비하해 온 자본논리 그대로 함몰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차동하의 처가 나를 찾아온 것은 정확히 8년 전, 그러니까 차동하가 교통사고로 죽은 지 2년 하고 6개월이 지난 때였다. (…) 내 앞에 나타난 차동하의 처는 불과 2년 반 새 표 나게 야위었고 그래서 그런지 행색도 초라해 보였다. 날이 꽤 추울 때이긴 했지만 좁은 커피숍 실내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리 떨 일은 없을 듯했는데 유난히 안쓰러워 보이는 몰골이었다. 그나마 내게 보여주려고 차동하의 원고를 넣어온 큰 핸드백만은 유행에 그리 뒤처져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것도 발표하면 안 되나요?”

결국 느낌대로였다. 차동하 처가 한 한 마디 말에 나는 금세 싸늘하게 얼어붙어 버렸다. 차동하 처의 얼굴에는 죽은 남편의 묵은 원고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게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발표를 해서 돈이 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표정! 차동하 처가 넘긴 원고를 받아든 나는 기대하지 말라고, 잘라 말해 버렸다. (…) 궁금증도 연민의 정도 끊어져 버렸다. 차동하의 처는 실망하는 눈빛이면서도 끝내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 「구부러진 물길」온라인 카지노 게임


「구부러진 물길」의 차동하는 촉망 받는 시인으로 일찍 대학교수가 되었다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사직했고 이후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가 또 다른 구설로 물러났으며, 또한 뒷날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같은 지면 등단 동기로서 실직한차동하에게 몇 차례나 취업을 알선할 정도로 깊은 우정을 나누던 ‘나’는 차동하의 죽음에 책임을 느껴 유족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다시 나타난 차동하 처는 추모에는 “돈이 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나’는 그 행태에 크게 분노하는데, 이는 차동하의 삶이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 귀결되는 데 대한 반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은 모두 정균이 죽었다고 알고 있었다. 정균은 대학 입시에 한 번 실패하고 재수한 뒤에 이듬해 시험에 또 낙방했다. 후기 대학에 들어가서 1년 있다가 이번에는 편입을 노렸다. 그마저 실패로 돌아갔고, 군 입대를 눈앞에 둔 때에 자살을 기도했다. 사경을 헤맨 시간이 너무 길어 모두의 기억 속에 잊힌 존재가 되었지만 실은 죽지 않았다. 정균은 식물인간으로 지금껏 목숨을 부지했다.

- 일류가 아닌 생은 의미가 없다.

이게 정균이 글자로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정욱은 정균이 쓴 유서 얘기를 들으며 청년 시절을 보냈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고시공부 중인 정욱의 방에 들어와 주먹을 불끈 쥐고 그 말을 외치다가 한참 소리 내어 울다 나가곤 했다. - 「비밀의 방」온라인 카지노 게임


「비밀의 방」온라인 카지노 게임 정균은 대입에 연이어 실패하고 “군 입대를 눈앞에 둔 때에 자살을 기도했다”가 “식물인간으로 지금껏 목숨을 부지”한 인물로 설정돼 있다. 정균이 남겼다는 “일류가 아닌 생은 의미가 없다”라는 격언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류’는 단순하게 입시의 목표인 일류대학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대학, 직장, 결혼 등 모든 것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류 계층’을 의미한다. 그런 가치관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류대학 진학 실패는 곧 그 싹을 잘린 것과 같은 절망을 안긴 것이라 할 수 있다. 뇌사상태가 된 정균을 십수 년 ‘비밀의 방’에 둔 어머니 배 여사가 두 동생에게 “너희가 정균이를 지킨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균이가 너희를 지킨다고 생각해라.”라고 한 말 또한 정균의 가치관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정균은 유폐된 채로 ‘자본화된 세계’를 상징하는 인물로 이 소설을 짙게 채색하고 있는 셈이다.

박덕규의 이번 소설온라인 카지노 게임 ‘없는데 막강한’ 인물들은 대개 이처럼 ‘자본논리에 빠져 비속화한 삶’의 당사자이거나 희생자로 연루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인물들은 작중 서사온라인 카지노 게임 가족 등 다른 인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상태이며, 그 가족이나 친지 등은 몰락이나 해체, 위기, 혼란 등을 겪고 있다. 이런 면모는 소설가로서 우연히 쓴 동화 몇 편으로 인연이 깊어진 조선족 소녀와의 교감을 다룬 소설 「조선족 소녀」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소설에는 작중 실제 소설가인 일인칭 주인공 ‘나’ 외에는 앞의 소설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는 실종, 은둔, 사망 등을 한 특별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소설의 숨은 핵심인물이 겪는 ‘몰락’을 경험하는 이가 있으니 그게 ‘나’다. ‘나’는 “경매로 넘어간 집온라인 카지노 게임 혼자 살다가 요양원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지막 1년을 보낸 어머니의 유품”조차 둘 곳이 없어 함부로 “넘겨버린” 상태다. “남매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살았고” ‘나’는 “단칸방온라인 카지노 게임 질 낮은 수면으로 밤을 견디고” 자주 ‘즉석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원치 않는 글”을 쓰고 “강의를 여러 개 열어 이런저런 인맥을 유지하면서 낮은 강사료라도 끌어모아야” 하는 처지로 지낸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몰락한 그들 대부분이 일차적으로 남성, 그것도 대개 가부장시대의 관점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면 모두 가장 또는 그에 준하는 지위의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중세(「싸락눈」), 김하근(「지렁이, 지렁이 떼」), ‘나’(「조선족 소녀」), 차동하(「구부러진 물길」), 동진(「흰 산 기슭」)은 모두 한 집안의 가장이고, 정균(「비밀의 방」)은 집안 장남으로서 장차 집안을 이끌어야 할 존재였다. 이점 또 넓게 보면 「흰 산 기슭」온라인 카지노 게임 표창대에게 “돈벌이와 명예욕”을 채우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해 오지 않았느냐며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연락을 끊는 동진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출세를 하지 못한 가장으로서 게다가 몰락한 상황이라면 그것으로 가계에 미칠 영향이 빤하다 할 수밖에 없다. 산업화 시대 이후 한 집안 가장의 몰락은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아울러 ‘남성성의 거세’라는 사회적 상징성을 갖는다.


4.겉과 속의 혼성적 지향


이 소설집의 소설들은 대개 물질이 가치를 결정하는 세태에 대한 강한 비판을 그 세태의 조력자이거나 피해자로 ‘사라진’ 인물에 대한 추적 서사로 완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출구 없는 암울한 현실’ 자체를 소설적으로 재구성해 제시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작품들은 미래의 삶에 대한 희망의 빛을 지우지 않음으로써 또 다른 주목을 요한다. 가령 「지렁이, 지렁이떼」는 함몰해 버린 김하근의 가치를 되살리려는 학생들의 자기 세대다운 ‘영상적 행동’은 서사의 중심에 시종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는 「싸락눈」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세의 몰락과 더불어 남은 가족이 “이곳이 지옥이라면 내가 곧 지옥에 떨어진 인간이지 않을까”라는 절망에 빠진 상태온라인 카지노 게임 원준이 보여주는 “격의 없는 폭소”나 「조선족 소녀」온라인 카지노 게임 “연길온라인 카지노 게임 조선족의 딸로 태어나 한국에 유학 와서 여러 가지 문화적 차이와 심각한 따돌림을 겪으면서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는 대견한” 용옥의 태도 또한 각 작품에 남다른 윤기를 더해 준다.


처음에 어 아저씨는 매일 밤 와서 정실의 몸을 올라타고 학대하듯 했지만, 갈수록 그런 일은 줄어들었다. 찾아오는 일이 준 것이 아니라 정실의 몸을 학대하듯 하는 일이 줄었다. 정실이 임신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나서였을 것이다. (…) 남자의 등허리 한가운데 척추 줄기를 따라 난 손가락 한마디 길이만 한 까칠까칠한 털을 만지작거려 보기도 했다. “이거 꼭 물고기 지느러미 같잖아.” 정실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 「지렁이, 지렁이떼」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렁이, 지렁이떼」온라인 카지노 게임 정실은 여고생 시절 자신을 죄책감 없이 감금 폭행하고 학대하는 경찰관에게 연민을 느끼며 그 몸에 난 ‘물고기 지느러미’ 같은 털을 기억하며 ‘어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인 바 있다. 삶의 규율이 무너져 막장에 가 있는 듯한 인간의 몸에 난 ‘물고기 지느러미’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인간이 원죄처럼 거느리고 있는 ‘그림자’일까, 아니면 인간이란 그 어떤 원리로도 규정할 수 없는 존재로서 함부로 그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의 상징적 기호일까? 바로 이런 질문을 낳는 ‘난데없는 신선함’ 같은 게 박덕규 소설 곳곳에 들어 있다.


울컥, 하는 소리가 송란의 것이었을까, 아니면 내 몸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소리였을까. 잠깐 사이 전등이 밝아졌다 다시 어두워졌다. 송란의 눈빛은 그 사이에 더 그윽한 형광을 드러냈다. 어둠 속으로 긴 강물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강물을 따라 내 몸이 구부러져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더 살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은 여행지를 다니고, 더 깊은 수렁에 빠져야 할 것이다. 내 삶의 마지막은 이제 다시 고쳐 써야 할 한 편의 소설에 달려 있었다. - 「구부러진 물길」온라인 카지노 게임


「구부러진 물길」에서 송란은 자신의 이름 ‘란’에서 실제의 아버지 차동하로부터 이어온 정신적 맥락을 이해하고는 “울컥, 하는 소리”로 받아 낸다. 송란의 “그윽한 형광”의 눈빛은 그걸 더욱 내재화한다는 뜻이며 그 이미지다. 박덕규 소설의 도처에서 빛나는 이런 이미지야말로 박덕규 소설을 주제나 의미를 넘어서 보게 하는 신선함이 아닐까 한다. 「흰 산 기슭」에서 동진이 개발해 양딸 수잔과 함께 준비한 ‘비눗방울 프로젝트’ 또한 그 실행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아주 ‘신선’하다. 어린 시절 한밤중 급습하듯 집에 찾아온 불청객에게서 혈육의 이미지를 느끼고 그걸 표창대에 대입하는 동진의 감성 또한 그렇다. 이런 이미지들은 때로, 「소나기」의 ‘소녀’가 외계의 별에서 사람 몸을 빌려 태어난 거라거나(「사람의 별」), 가짜 대학생이 후발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다가 갑자기 쓰러진다거나, 뇌사자가 된 아들을 집채의 한가운데 ‘비밀의 방’에 두고 평생 받들게 하는(「비밀의 방」) 등의 다소 충격적인 설정과 어우러지면서 ‘암울한 서사’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런 ‘난데없는 신선함’과 더불어 이 소설집 전반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면모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흰 산 기슭」이 아닌가 한다. 앞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한 대로 「흰 산 기슭」의 줄거리는 이렇다. 동진은 지진으로 사망한 친구 부부의 딸 수잔의 후견인으로 재산을 승계 받아 수잔을 데리고 시애틀에 와서 살고 있다. 모국의 통일운동가 표창대에게 ‘비눗방울 프로젝트’라는 이색적인 통일운동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동진은 표창대가 그 제안에 의혹을 표할 뿐 아니라 ‘그간의 통일운동도 “돈벌이와 명예욕”에 따른 것이 아니었느냐’며 일방적으로 비난하면서 더 이상 연락을 취하지 않고 종적을 감춘 것으로 서술돼 있다. 표창대는 병이 악화되자 이런 내용을 ‘나’에게 설명하며 그동안 받은 이메일을 넘겨준다. ‘나’가 미 서부 순방 중에 동진의 이메일에 등장하는 만년설의 도시 시애틀에 왔다가 동진을 찾지만 찾을 수 없게 된 상황이 이 소설의 현재적 정황이자 서사 전개의 마무리가 된다.

겉으로 드러난 스토리만으로 이해하면 「흰 산 기슭」은 조국의 통일을 기원하는 한 재미동포가 딸과 함께 만든 통일운동 기획안을 자신의 실제 아버지를 닮은 통일운동가에게 제안했다가 한계를 느끼고 자신이 좋아하는 만년설 산기슭으로 들어가 숨어 살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런 스토리를 매우 다층적인 구성 양식으로 나누고 연결하면서 남다른 독서를 체험하게 한다. 그 구성 내용은 다음 표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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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는 대로 1~7장은 모두 표창대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동진의 이메일 전달 글이다. 8장은 1~7장의 이메일 내용을 표창대에게 전달 받은 ‘나’가 시애틀을 지나다가 이메일의 주인공인 동진을 찾으려 하는 내용이다. 이점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면 「흰 산 기슭」은 1~7장의 상황을 속 이야기로 두고 8장의 겉 이야기로 에워싼 액자구조로 읽힌다. 게다가 1~7장의 상황은 모두 이메일로 받은 일방적인 내용으로 8장의 상황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진위를 알 수 없다. 즉 이메일 내용에 나오는 동진의 성장사 또는 친구 부부나 그 딸과의 관계를 실제 사실이라 할 수도 없다.

1~7장(속 이야기)와 8장(겉 이야기)의 액자구성인 「흰 산 기슭」이 1~7장 내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같은 패턴을 보여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동진이 표창대에게 보낸 각각의 이메일 서신인 1~7장은 그 내용을 보면 두 묶음으로 나뉘는데 1~4장이 그 하나요, 5~7장이 그 둘이다. 즉 동진이 상당 기간 동안 표창대에게 제안서를 보낸 사실을 언급하며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내용이 1~4장, 그리고 다시 연락을 취하면서 ‘이메일 계정을 삭제한다’고 밝히는 내용이 5~7장이다. 이때 1~4장온라인 카지노 게임 1~3장은 속 이야기, 4장은 겉 이야기가 되고, 5~7장온라인 카지노 게임 5~6장은 속 이야기, 7장은 겉 이야기가 되는 각각의 액자구조가 된다. 즉 「흰 산 기슭」은 겉 이야기 안에 속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액자구성(8장/1~7장) 안에 다시금 두 개의 액자구성(4장/1~3장, 7장/5~6장)을 품고 있는 중층구조로 되어 있다.

「흰 산 기슭」의 중층구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작중인물(동진)이 밝힌바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한 소설, 희곡, 칼럼 등의 글쓰기를 이은 것이다. 또 소설 안에 여러 개의 장을 거느리고 그 장마다 화자와 시점을 달리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텍스트 안에 서로 다른 표현 양식, 장르, 이념적 요소를 섞는 ‘혼성모방(混成模倣, hybrid imitation)’, 서사적 전통을 따르지 않고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메타픽션(metafiction)’ 등의 기법을 혼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박덕규의 소설이 전반적으로 이러한 혼성적인 기법을 즐겨 사용한 것을 이해했다.


이 지역 한인들은 그 산에 흰 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L Mountain’이나 ‘snow mountain’, ‘white mountain’ 식으로 말하다가도 꼭 한번은 ‘흰 산’이라 또랑또랑 발음한다. 흰 산. 동진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떤 그리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수잔 또한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어머니 나라의 산들을 연상하며 동진과 엇비슷한 감정에 젖는다.

“히언 산, 휘인 산….”

둘이 이 도시에 와서 산 지 3년이고, 이 패스트푸드점을 드나든 지 1년 반째다. 수잔에게는 여전히 흰 산이라 발음하는 경로가 복잡하다.

“an icecap…, 만년설…, 흰 산.”

동진은 수잔을 위해 설명하고 발음해 준다.

“희인 산.”

수잔의 발음이 정확해지고 있다. - 「흰 산 기슭」온라인 카지노 게임


「흰 산 기슭」은 미국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보기 드물게 겨울에도 눈이 녹지 않는 만년설의 산 ‘L Mountain’ 근처온라인 카지노 게임 수양딸과 함께 살던 동진이 결국 그 기슭으로 들어가 살게 되는 과정을 ‘혼성적으로’ 담고 있다. 동진은 현실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비록 모국의 통일운동에는 기여할 수 없이 멀어졌지만 실제 몸은 ‘한인들의 산’ 흰 산과 더 가까운 곳으로 살게 된다. 그 산은 혼혈인 수잔에게마저도 ‘어머니 나라의 산’이다. 동진에게 그 산은 고향이며 모국이며 시원이다. 동진은 그곳으로 갔다. 표창대에게 “고향의 흰 산을 그리워한다느니”, “자기 아비를 닮았다느니” 하면서 통일운동을 제안한 동진의 꿈은 그렇게 성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실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갈 수 없는 길인지 모르지만 마음의 길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얼마든지 가 닿을 수 있는 길, 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작가 박덕규가 하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박덕규가 왜 그토록 사라진 인물들을 사라진 그 자리에 두지 않고 끝까지 들춰내 온 것인가를 이해할 만하다. 즉, 이 소설집은 자본주의적 세계가 막아놓은 진정한 삶의 세계를 온몸의 무너짐이라는 극적 서사로 복원하려는 신선한 시도의 연속이라 하겠다.



참고문헌


박덕규, 『흰 산 기슭』, 곰곰나루, 2025.

――,「지렁이, 지렁이떼」(2000)

――,「싸락눈」(2002)

――,「비밀의 방」(2005)

――,「조선족 소녀」(2014)

――,「구부러진 물길」(2014)

――,「사람의 별」(2015)

――,「 흰 산 기슭」(2023)

방민호, 「냉정한 세계 논리 위에 놓인 위태로운 삶」, 박덕규 소설집 『포구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 편지』(문이당, 2000) 해설 239쪽.

김윤식, 「담배를 물고 길을 걷다」, 『오늘의 작가 오늘의 작품』, 문학사상, 2002, 179쪽.




* 이 글은 작가 박덕규와 여러 차례 대면/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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