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고 싶어질 때
아침부터 5km 산책을 했다.
반강제 산책이다.
집에 들어오기 싫은 나만의 발악이다.
아침 6시, 중학생 딸은 벌써 일어나 부스럭부스럭 시끄럽다.
학교가 코앞이라 평소 같으면 8시에 나갈 카지노 게임 추천지만 오늘은 현장학습 가는 날이라 더 서두른다.
요즘은 현장학습도 차를 대절하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어디로 와라, 어디어디에서 모이자고 하나보다.
어찌보면 카지노 게임 추천들에겐 경험 삼아 나쁘지 않은 거 같지만 서울살이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카지노 게임 추천라 엄마로선 괜히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하필 이 녀석이 핸드폰 보며 길거리 다니는게 못마땅하더니 기어코 발을 헛딛어서 발목보호대도 감았다.
그런데도 누가 깨우지 않아도 혼자 일어나 움직이는 걸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해서 얼른 일어나 먹을거리를 꺼내준다.
하지만 이것저것 내놔봐야 먹는 것은 샌드위치 반쪽.
아쉬워서 이것저것 내밀어도 돌아오는 건 NONO.
긍정이라고는 대답도 반응도 없이 그저 싫은 것만 간단명료하게얘기하는 이놈의 사춘기.
사춘기랑 더 싸워봐야 열만 오르지 싶어 그냥 둔다. 지가 배고프면 뭐라도 사먹겠지.
그런데 뭐라고?
발목보호대를 안 하고 가겠다고?
이번엔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의사선생님이 현장학습간다고 하니 막을수는 없고 대신 발목을 최대한 움직이지 말라고 발목보호대를 해 준건데, 불편해서 그냥 가겠다니,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이거.
안 아파!-안 아플때 조심해야지!!-안 아프다니까!-지금 조심 안하다가 나중에 다시 아프고 후회해!-갔다와서 한다니까?-갔다와서 가만히 앉아서 하면 뭐하냐? 지하철에 박물관에 하루 종일 걸어다닐 건데 또 삐끗하면 어떡해?
결론 없는 핑퐁싸움에 서로의 목소리가 커진다.
조용 좀 해. 둘 다 시끄러.
암사자들 싸움에 숫사자가 끼워든다. 남편이다.
엄마랑 딸을 똑같이 묶어 '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신경을 거스르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지 지금은.
난 안 하고 갈거야!
그럼 못 가!! 현장학습이고 뭐고 가지마.
싫어! 그냥 갈 거야.
무조건 하고 가. 안 그럼 못 가.
싫어 간다고, 갈거라고.
그래 그럼 학교에 전화해줄게. 못간다고.
싫어 싫어 싫어 싫다고!
서로 끝까지 지지 않는다.
팽팽한 기싸움의 줄을 끊는 건 역시나 남편.
둘다좀 그만해! 너는 그까짓 보호대 그냥 신고 나가서 벗어. 그럼 되잖아?
앗, 줄을 잘 못 끊었다!
기싸움의 줄만 끊은 게 아니라 나와 카지노 게임 추천와의 믿음의 줄까지 끊어버렸다.
....아빠라는 사람이. 뭐?
아주 자~알 가르친다.
농담이라기엔 너무 진지한 그말.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속임수를 쓰라는 저말.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속은 거 같은 억울한 이말.
아침부터 소리소리 지르며 카지노 게임 추천가 다시 다칠까봐 걱정하던 내 염려는 그 말 한마디로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그럼 난 이만 꺼져줄게요.
어차피 말 안 들을걸. 어차피 속일 걸.
걱정하면 뭐하고, 염려하면 뭐해.
카지노 게임 추천는결국 보호대를 착용하고 나섰다.
내 잔소리의 잔상 때문인지, 부모의 말싸움에서 느껴지는 냉랭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고 내 마음의 계산은 마이너스가 되었다.
원하는대로 됐지만 기쁘거나 다행이라는 생각조차 안 들었다.
기운이 빠진 것은 물론 영혼도 빠져나간 느낌이랄까.
승리한 패배자?
이래서 남편은 남의 편이라 하는 건지. 참 가깝다가도 한 없이 먼 것 같다.
말이 5km지. 죄다 언덕이고 산이니 다리가 터져나간다.
흐드러지게 핀 봄꽃을 봐도 그다지 기분이 나지 않는다.
어디야?
밖.
나 출근한다.
그래.
얼굴은커녕 유선으로도 마주치기 불편하다.
오늘은 서로 좀 보지말자.
아이쿠. 막 걷다가 카지노 게임 추천 한마리를 밟을 뻔했다.
몸을 급하게 동그랗게 만다.
휴.. 미안.
카지노 게임 추천야 넌 속상할 때 뭐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