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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 Jan 16. 2025

카지노 게임 추천 레터 09

우리 안에 알록달록한 삶을 늘어놓아 보자.


하정: "영화 <향수에서 주인공 그르누이는 자신이 냄새가 없는 사람카지노 게임 추천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충격에 빠지고 방황한다. 그는 냄새가 좋은 사람들을 찾아 세상을 떠돌며 냄새를 수집하는 데 일생을 건다. 그동안 내가 친구와 그의 가족을 열심히 찾아가고, 그들의 이갸기를 들으려 움직인 것은 그르누이의 방법 같았던 걸까? 그르누이는 결국 다른 사람의 좋은 냄새 만을 모아 향수를 만들어 몸에 뿌린다. 향수 덕에 사람들에게 사랑받지만 결국 그 향에 잠식당해 자기 존재를 없애버리는 끝을 선택한다. 나는 비슷한 결말을 예감했던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추천가 없이 태어난 나는 사는 동안 타인의 카지노 게임 추천를 탐닉하다가 때가 되면 혼자 사라지는 것이다."

아네뜨: "예전에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두 할머니에 대한 TV방송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해안 마을에 살며 조개를 줍는 등 소박한 일을 하는 여인들이었어요. 제 또래인 그들의 일과 삶의 방식에 저는 무척 감동받고 고무되었지요. 저는 그 여인이 자신의 카지노 게임 추천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도록 허락하길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운 것에 감사했듯, 나도 프로젝트의 부분이 되는 것으로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것을 공유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에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하정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아네뜨의 카지노 게임 추천 전하는 하정의 이야기이다.
타인의 카지노 게임 추천를 탐닉하는 하정과 가치 있는 것의 공유를 믿는 아네뜨. 그 둘의 목소리에 울림이 있다. 어쩌면 그토록 집착적으로 다양한 삶을 글로 읽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록하고 싶어 하는 내 모든 이유가 그녀들의 목소리에 녹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카지노 게임 추천를 찾아내 결국은 또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이어지는 글은 내가 탐닉하는 '삶의 카지노 게임 추천'에 관한 소회이다.

에세이와 소설이라면 손에 닿는 대로 욕심부리며 읽게 된 지금의 변화를 떠올리니, 이십 대의 독서가 기억난다. 그때도 책으로 세상을 배우려는 호기심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고유한 기질 덕에 내가 살아가는 일에 대해 무엇이든 알아보겠다는 각오로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바탕이 없는 상태에서 매달린 것은 인문사회학 분야였다. 넓게는 대중철학과 심리학까지. 그런 도서를 읽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뭔가를 차근히 알아가는 듯 의기양양했던 것 같다. 내가 전혀 모르는 삶을 알려주려면 이론과 학식과 분석이, 사회를 이루는 오래된 틀이나 널리 인정받는 기준들이, 중요한 줄로 알았던 거다. 하지만 사십대로 접어드는 지금은 어떨까? 흥미로운 주제나 특정 분야에 관해서라면 역시 인문사회학 도서를 기본으로 중요하게 여기지만, 스스로의 동기를 가장 좌지우지하는 것은 단연코 에세이와 소설일 것이다. 다양한 에세이와 소설작품은 '다른 누군가가 알아낸 세상의 속카지노 게임 추천'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상상에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이제껏 세상을 둘러보며 삶이란 것을 살아내 보니, 보이는 것처럼 좋은 것도 없고 보이는 것처럼 나쁜 것도 없다. 좋은 것은 무엇이고, 나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단지 삶에 있어서 그런 기준을 세워보겠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알아차렸다. 좋고 나쁜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독특한 색을 가진 각양각색의 삶이 있을 뿐이다. 물론 늘 이런 마음으로 모든 삶을 존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삶에서는 좋은 것만 보이고, 내 삶에서는 나쁜 것만 보여, 이게 대체 뭔가 싶은 때도 수없이 많았다. 그러다가 그 좋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도달하면―'좋아 보이는' 삶의 모습들에 대해 곰곰 생각하다가 그게 왜 좋은 거지?라는 질문을 하면 답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나쁜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다. 그럴 때면 삶이라는 것에 대한 관점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처럼 느껴졌다. 우선은 기준을 세우지 않고 글로 적힌 수많은 삶의 모습들을 읽어나가기로 했다. 차곡차곡 내 안에 쌓아가고 싶은 삶의 목소리는 끝이 없었다. 각자의 자리에 선 다른 이의 카지노 게임 추천가 글로 적혔고, 책을 집어드는 내게 선물처럼 당도했다.

모든 책은 카지노 게임 추천를 담고 있지만, 특별히 에세이와 소설은 나름의 방식으로 '있는 그대로의 삶'을 기술한다. 에세이는 알다시피 저자의 경험과 실제의 삶이 자유로운 형태로 녹아 있는 글이다. 그렇다면 소설은? 소설이라면 허구라 생각하기 쉽지만, 난 그 무엇보다 정교한 사실이라 생각한다. 소설가 최민석은 『고민과 소설가』에서 좋은 작가가 되려면 솔직해야 한다고, '사실은 문체를 이기고, 솔직한 사실의 고백은 가식적이고 수려한 나열을 이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에서 '사실'이 꼭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드러내지 못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그러해선 안 되는 사실들이 훨씬 많을지 모른다. 그런 삶의 사실들을 소설가는 꼭 꼭 집어내 상상의 프레임을 가장한 채 아주 정교하게 파헤치는 것이다.

이번에는 에세이로 전달해보려 한다. 생생한 에세이의 한 귀퉁이를, 유독 짧지 않은 호흡의 원문 그대로 싣게 되었다. 표시해 둔 부분을 뒤적거리며 소개하고 싶은 텍스트를 찾다가 나도 모르게 줄줄이 옮기고 있었다. 의미 있고 공유할만한 몇몇의 문장이 아니라, 이 앞부분도 이 뒷부분도 그대로 읽혀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말 그대로 누군가의 삶이 그저 계속해 기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의 모습 그대로. 이것이 에세이가 줄 수 있는 소박한 위안이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카지노 게임 추천를 읽으며, 내 안에 새로운 색감을 가진 삶을 또 하나 늘어놓는 것!

어릴 때 저는 어머니 뒤에 숨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어요. 집에서도 언니들과 수다조차 떨지 않을 정도로 말이 없었죠.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동급생이 먼저 말을 걸어주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차츰 친구들과 사귈 수 있었어요. 회사에 다닐 때는 입을 다물고 일할 수는 없으니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카지노 게임 추천를 나누게 되었지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먼저 말을 건네거나 화젯거리를 꺼내지는 못해요. 항상 카지노 게임 추천를 듣는 편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을 좋아한답니다. 특히 친한 사람을 소중히 여겨요. 취미 수업 등 참여카지노 게임 추천 곳이 많아서 친구들도 많은 편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을 얕고 넓게 사귀는 편이랍니다.
항상 같이 다니는 사람은 없어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카지노 게임 추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지요. 기본적으로 뭐든 혼자 하기 때문에 이 정도 관계가 딱 좋아요.
남들이 저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저도 남에게 깊이 파고들지 않아요. 선을 넘지 않는 것이 편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카지노 게임 추천고 생각합니다.
일대일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수업에서 그룹으로 만나죠. 취미 수업에서는 다행히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제가 원해서 참석한 수업에서는 잘 어울리는 편이에요. 하지만 썩 내키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을 따라간 수업에서는 잘 어울리지 못하기도 해요.
진짜 좋아하는 일카지노 게임 추천면 함께하는 사람들과도 마음이 맞는 법이지요.

타라 미치코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



환갑을 넘은 취업 지망생에게 자격증은 장식품일 뿐카지노 게임 추천는 걸 알고 있었다. 직원이 뜸 들이는 동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재빨리 나열했다.
"사실은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전공이 문예창작카지노 게임 추천 도서관에서 독서지도나 글쓰기 수업도 할 수 있고요. 옛날에 놀이방을 몇 년 운영해서 아이 돌보미나 방과 후 하원 도우미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으로 호스피스를 20년 이상 해와서 환자 돌보는 것도 가능하고요. 미술이랑 문학, 음악, 상담 치료 쪽으로 1급 자격증이 다 있어서 상담 치료도 가능합니다, 솔직히."
솔직히,라고 말해놓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화려한 자격증을 열거해 놓고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동안 무엇하느라 노후 준비를 하지 못했냐고 문책을 당할 것만 같았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먹고사는 걱정 없이 병원으로, 복지관으로 봉사 다닌 게 잘못일까? 혼자가 되어 생계를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내 탓이다. 평균수명이 점점 길어진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래도 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요 몇 년 자격증이 책장 한 면을 도배할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 어쩌면 현실을 직면하기가 겁나 자격증 따는 일에 몰두했는지도 모르겠다.
직원도 당황스러웠는지 "험한 일 하실 분 같지 않으시네, 곱게 나이 드셨네"하며 위로랍시고 몇 마디 거들었다. 이렇게 많은 능력이 사장된다는 게 안타깝다고 이력서를 손에 들고 애석한 표정을 지었다. 연기 굿이다. 나도 안다, 이 마음이 너도나도 구직활동에 나선 초로의 구직자들의 '아직은 대접받고 싶은 알량한 자존심'카지노 게임 추천는 걸. 그걸 적당히 다루는 방법을 직원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가 잔뜩 근심 어린 표정으로 혹시 청소나 단순 작업 같은 일도 하실 수 있겠느냐며 공손하게 물었다.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재고 따지고 할 여유도 없었다. 직원이 새 이력서 용지를 줬다. 이력이나 경력이 화려하면 채용이 어려우니 다시 작성하라는 말에 얼른 순응했다.

이순자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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