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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 Feb 06. 2025

텍스트 레터 10

'그녀는 여러 번 그 방으로 다시 돌아와 자아를 찾으려 했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가장 어려운 질문은 우습게도―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일지 모른다. 외부의 질문도 버겁지만, 내면에서 묻고 답할 때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깊은 동굴로 들어가다 중간즈음에서 길을 잃어 포기하고 다시 빛이 있는 곳으로 나와서는 밭은 숨을 내쉬게 된다. 적어도 나는 이런 상태를 끊임없이 반복해 왔다. 그 질문은 바로 '자아감'으로 파고들어 간다. 나는 누구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자연스러운 감각은 무엇이지?, 나는 과연 대답을 가지고 있나.
누군가는 너무나 쉽게 현재 카지노 쿠폰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직업적 특성, 그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질들을 나열할지도 모른다. 혹은 긴밀한 구조로 자리 잡은 가족집단 내에서의 역할과 주어진 과업들로 설명할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 카지노 쿠폰들을 둘러싼 겉 껍데기가 또 어떤 것들이 있지…….
생각해 보라, 나를 얽어맨 사회와 가정의 수많은 연결고리가 끊어진다 해도, 오롯이 나 카지노 쿠폰은 남는다. 나 카지노 쿠폰! 그렇게 생각하면 더 큰 두려움이 밀려온다. 타인과의 관계성, 그들과 약속하고 맺어온 맥락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나는 누구일까. 그때 나 카지노 쿠폰에 대한 감각은 어떤 것들이 떠오를까?

여기 두 여자가 있다. 두 여자는 모두 부족함 없는 안락한 삶과 행복한 가정을 누리고 있다. 진리는 어느 곳에나 머무르기에 그들에게도 삶을 뒤흔드는 질문이 찾아온다. '나는 누구지?', '그 삶을 살아온 그 여자는 누구였지?'. 한 여자는 카지노 쿠폰의 본질을 설명하고자 하는 열병에 시달리며 낯설고 단절된 호텔 방으로 찾아 들어가고, 또 다른 여자는 우연히 절대적인 고요와 평화만이 햇빛처럼 가득한 사막에 발이 묶이면서 카지노 쿠폰을 설명해 온 껍데기와 거짓을 벗기고 삶의 진실들을 마주해야 함을 깨닫는다. '낯설고 단절된 호텔 방', '절대적 무(無)의 공간인 사막'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고독과 고립을 통해서 비로소 카지노 쿠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을 제거해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 애초에 답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나 카지노 쿠폰도 스스로에게 답을 하려다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이상의 사유와 답변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감 느꼈다. 그저 두 여자를 통해서 '잘못된 설명'이 구원이 될 수 없음에 관해 생각한다.


수전은 결혼하지 않은 스물여덟 살 때의 모습과 쉰 살 언저리에 다시 꽃 피울 카지노 쿠폰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20년 전 카지노 쿠폰의 모습을 뿌리로 삼아 꽃을 피울 것이다. 수전의 본질이 일시정지 상태로 차가운 창고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매슈도 어느 날 밤 수전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 수전은 맞는 말이라고,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면 수전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그녀도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수전은 왜 인생이 사막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가?(이런 기분이 한 번에 몇 초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왜 중요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이들도 카지노 쿠폰의 것이 아닌 듯한 기분을 느끼는가?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똑같아. 하지만 가끔은 매슈 롤링스의 아내로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 외에는 내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 난 지금 여기에 있어. 만약 다시는 식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난 여기에 있을 거야……. 정말 이상하지!

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 수록, 〈19호실로 가다〉

아무도 그녀를 볼 수 없고 그녀에게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는 낡고 더러운 19호실에서 수전은 무엇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기고, 방황하고, 깜깜하게 어두워져서 공허함이 피처럼 혈관을 따라 즐겁게 도는 것을 느끼며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았다.' 카지노 쿠폰의 본질을 찾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빌리던 그 방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수전은 그녀가 하던 역할을 훌륭하게 대체하는 타인을 보며 점차 아내, 엄마로서의 카지노 쿠폰을 지워간다. 진정한 그녀는 19호실에 존재할 뿐이다. 슬프게도 곧 19호실의 정체를 남편이 알게 되고, 수전은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서 없앰으로써, 마지막 의미를 달성하고야 만다. 남편이 알게 된 이상, 그녀만의 것이던 그 방의 의미가 사라졌다. 카지노 쿠폰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가능성이 꺼지는 불처럼 스러진 것이다. 더 이상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설명은 불가능하다.

조앤은 거울에서 눈을 돌리며 카지노 쿠폰에게서 빛이 난다고 느꼈다. 그래, 자기 일에서 성공했다고 느끼는 건 정말 흐뭇한 일이야. 나는 직업이나 그 비슷한 것을 갖고 싶었던 적이 없었고 아내이자 엄마로 만족스러웠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고, 남편은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다. 그 성공 역시 내 덕분이라 할 수 있지. 사람은 영향을 받는 것만으로도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아, 그랬다. 몇 날 며칠 카지노 쿠폰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카지노 쿠폰에 대해 뭘 알게 될지 궁금해했다…….
어떤 면으로는 제법 흥미로운 생각이었다.
사실은 대단히 흥미로운 생각이었다.
그러나 블란치는 자기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녀의 말투는―거의―겁먹은 것 같았다.
하지만 누가 카지노 쿠폰에 대한 발견을 하려 할지 조앤은 궁금했다.
나도 카지노 쿠폰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익숙지 않아……

열린 공간―그리고 상자 속에서 살아온 그녀의 전 인생. 허수아비 자식들과 허수아비 하인들과 허수아비 남편.
아니, 조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바보같이 굴어? 네 자식들은 분명한 현실이라고.
아이들도 요리사도 아그네스도, 그리고 로드니 역시 현실의 인간이야. 그러면 내가 현실이 아닌 거지. 허수아비 아내, 허수아비 엄마. 조앤은 생각했다. 맙소사, 이것이 더 끔찍했다.

진실……
진실의 조각들이 도마뱀들처럼 튀어나와서 말했다. "나 여기 있어. 넌 나를 알아. 아주 잘 알다마다. 모르는 척하지 마."
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알았다. 그래서 지긋지긋한 것이었다.
조앤은 그들 하나하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를 보며 씩 웃는, 그녀를 비웃는.
모두 진실의 편린들이었다. 조앤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앤이 해야 할 일은 그 조각들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삶 전체……조앤 스쿠다모어의 진짜 이야기……
그것이 여기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는 그 생각을 해볼 필요가 없었다, 중요하지 않은 소소한 일들로 생활을 채우기가 쉬웠다. 그러느라 카지노 쿠폰에 대해 알 시간이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봄에 나는 없었다』


조앤은 어떻게 보면 현실의 삶을 사는 우리 모두와 더 많이 닮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조앤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가슴에서부터 얼굴까지 열기가 홧홧하게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조롱, 연민, 우스꽝스러움 같은 감정이었다가―아, 저렇게 삶의 진실을 볼 줄 모르고 자기 만의 세상에 도취된 바보 같은 여자라니―, 인간의 본성을 함께 공유하고 까발리는 불편함 같은 감정이었다―우리라고 그녀와 뭐가 다르겠어, 다들 알맹이는 외면한 채 겉만 바라보며 자족하기에 급급하지―. 우리들의 삶은 이미 다양한 장면의 역할극에 불과하지 않나. '이상적인 장면'에 대한 일치라면 두말할 것이 없다. 그 장면에 도달하기 위해, 혹은 도달했다는 만족감을 누리기 위해, '진정한 카지노 쿠폰'이 아닌 '조각조각 이어 붙인 누군가'로 살아간다. 길비 선생님이 졸업식 날 조앤에게 건넨 조언을 모두 같이 들어야 한다. "조앤!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게 가장 쉬운 길이라고 해도, 또 그게 고통을 면하는 길이라 해도 그래선 안 돼! 인생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란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빠지면 안 돼!" 인생을 그럴듯하게 보이게 해주는 껍데기로 카지노 쿠폰을, 카지노 쿠폰의 삶을, 손쉽게 풀이해서는 안된다. 그 껍데기를 벗어던진 카지노 쿠폰에 대해 치열하게 알아가야 한다.

우리는 진짜 삶을 이야기해야 한다. 우선 카지노 쿠폰을 설명하는 다양한 수식을 제거하고 홀로 존재하는 카지노 쿠폰을 깊이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 파고들며 카지노 쿠폰에 대한 감각을 어지럽히는 거짓들을 천천히 분별해 내야 할 것이다. 나는 언젠가 스스로에게 꼭 답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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