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학상 수필 부문 입선
무료 카지노 게임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아내에게 보여 줄 것이라는 생각에 쭈뼛쭈뼛 움츠러들었다. 아내 앞에서 춤을 춘다는 것은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입력된 사항도 아니고, 허용된 사항도 아니었다. 아내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당신에겐 감정이 없어요. 눈물을 흘린 적도 없죠? 자기에게 주어진 일 외엔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고…. 가족의 존재도 당신에겐 아무 의미가 없죠. 당신은 주어진 일만 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에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척 화가 났었다. 멀쩡한 사람을 보고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니….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가족이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지? 오랜 세월 가족의 의미를 몰랐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내가 입덧을 할 때도, 아들, 딸을 낳을 때도, 아이들이 아플 때도, 아내가 몇 차례 수술을 받을 때도, 그저 귀찮기만 했었다. 그렇지 않아도 업무로 바쁜데, 아내가 항상 웃는 얼굴로 일을 하고 오는 나를 위로해 주기만을 바랐다. 아이를 낳고 퉁퉁 부은 아내의 얼굴이 못마땅했었고 밤새 울어대는 아이들도 귀찮게 생각되어 그렇지 않아도 딱딱한 표정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당신이 바쁜 것 알아요. 집안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다 할게요. 하지만 그 표정은 싫어요. 그렇게 못마땅해하면 당신을 따라 낯선 곳에 옮겨 다니는 내가 설 자리가 없어요. 제발 나에게 존재의 의미를 줘요.”라고 아내가 말할 때도 문학도 출신의 아내가 하는 말은 추상적이라, 생각해 보기도 싫어서 “뭐가 그리 복잡하고 어려워. 그냥 이렇게 살면 되지, 뭐.”라고 했었다.
나에게 감정이 없었던가? 나는 늘 아내의 감정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었다. 책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 흘리고, 흰머리에 허리가 굽은 할머니만 봐도 돌아가신 자신의 할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그렇게 자주 흘리는 아내의 눈물이 별 다른 의미 없이 느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내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던가? 생각해 보니 정말로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내가 좀 감정이 부족한가? 눈물샘이 막혔나?
아내가 극도로 예민해진 것은 나의 춤 때문이었다. 우연찮게 동료들과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분위기가 타올라 단란주점에 가게 되었다. 처음 가보는 그 곳에서 나름대로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절제를 잃지 않으려고 생각한 것이 춤이었다. 내내 열심히 기분 좋게 춤을 추었다. 그런데 그 일이 아내의 귀에 들어갔다. 아내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 곳에서 술집 종업원들 앞에선 그렇게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 왜 내 앞에선 항상 인상을 쓰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죠? 나도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살아요. 우리 헤어져요."
그때 이후로 줄곧 냉전이 흘렀고, 아내의 건강도 더욱 나빠졌다. 한때는 마비가 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는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하면 아내가 아픈 것까지 모두 다 내 탓인 것 같아서 싫었다. 시간이 해결하려니 생각했는데 아내는 정말로 이혼이라도 할 기색이었다. 그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프간으로 파병이 결정되었다. 떠나오는 날, 아내는 또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의 의미를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떨어져 있는 이 기간이 우리 부부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희망적인 생각을 했다.
낯설고 위험한 곳에 오고 보니 그래도 가족이 보고 싶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처음엔 짜증이 나다가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집에 무슨 일이 있나? 혹시 아내가 많이 아픈가? 그리고는 평소 해오던 아내의 말이 생각났다. "훈련을 가거나 집에 들어오지 못할 땐 제발 전화를 해줘요.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요." 그럴 때마다 나는 구속되는 것 같아서 싫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 혼자서 걱정을 많이 했을 아내의 맘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내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물이 바뀐 탓인지 설사와 구토가 나기 시작했다. 아내가 해 준 음식이 그리웠다. 기운도 없고 만사가 다 귀찮고 두렵기까지 했다. 약을 먹어도 계속 설사를 하자 순간 이러다가 가족을 영영 못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찌릿해지며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것이 눈물인가? 손으로 훔쳐보니 겨우 한 방울도 채 되지 못하는 눈물 이 흐르다가 말라 버렸다. 나도 눈물 흘리는 인간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내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지며 지금이라도 뭔가를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멀리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생각 끝에 아내를 위해 춤을 추기로 했다. 삼발이를 세우고 카메라 렌즈를 향해 춤을 추었다. 아내에게 보낼 춤…. 딱딱한 무료 카지노 게임이 어색한 춤을 추었다. “그래, 난 무료 카지노 게임인 것 같아. 그런데 여기 오고 알았어. 당신 없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도 못 된다는 것을…. 나는 당신이 배터리를 채워주어야 비로소 작동이 되어 일을 할 수 있어. 무료 카지노 게임이 인간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내 일을 다 하고 전역하는 날, 이 못된 무료 카지노 게임이 당신만을 위한 무료 카지노 게임이 되겠어. 그러니까 나를 실컷 부려 먹으려면 당신이 건강해야 되고, 밉겠지만 계속 나의 배터리가 되어줘. 그리고 지금부턴 적어도 당신 앞에서 웃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될게." 멀리 있는 아내를 어느 때보다 꽉 안아 주었다. 그리고 메일로 보냈다.
이곳에 도착한 지 보름여 만에 아내와 연락이 되었다. 아내는 동영상을 보고 나의 건강 상태를 걱정했고 다시 힘을 주었다. 일단 연락이 되니 살 것 같았다. 다시 의욕이 생겨났다. 아내가 준 배터리를 끼우고 나는 전보다 더 의욕적으로 파병 근무를 마칠 수 있었다.
지금 지휘관을 하면서도 비록 주어진 일만을 해내는 외골수 무료 카지노 게임이지만, 최첨단의 정보를 가진 무료 카지노 게임은 되지 못할지라도 한 가지만은 업그레이드시키려고 하고 있다. 근엄하고 딱딱한 표정 대신 미소를 잊지 않는 것이다. 이미 많이 굳은 얼굴에 미소가 어울릴지 몰라도 계속 웃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될 것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나의 미소를 보고 내 곁에 설 수 있는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같이 늙어가는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줄 능력이 안 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