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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희 Mar 18. 2025

처음 연재를 기획하고 전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뗐을 때에만 해도 어떤 글이 나오게 될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했던 건 이런 류의 글,다른 사람의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보고 화답하는 글을 앞으로도 쓰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간절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 없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전시장을 찾아갔고, 손이 이끄는 대로 즉흥적으로 키보드를 쳤다. 내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는 조금정리가 되었다.


대학원을 재학하면서현대예술철학을 두루 접했는데, 특히 미셸 푸코와 자크 데리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본래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했던 나는 평소 단체 생활에 부대낌을 느끼고 있었고 사회 문제에도 민감한 편이었다. 그 와중에 기성 권력과 체제를 전복시키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을 접했으니 눈이 번쩍 뜨였고 신이 절로 났다. 그런데 비평가로 10년 활동하고 보니 경이로움은 사라졌고, 내가 사랑했던 철학들은 도리어 덫이 되어 나를 주저앉히고 있었던 것이다.


석사 학위 논문은 <서세옥의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고찰하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로서,서체와 인간의 형상을조합하였던故서세옥의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카지노 가입 쿠폰에프랑스 현대 예술 철학가들의 이론을 적용했던 글이었다. 특히 미셸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주로 참조했는데, 이는 르네 마그리트의 동명의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르네 마그리트는 캔버스 위에 파이프를 떡 하니 그려놓고 그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사실 그것은 진짜 파이프가 아니라 파이프를 그려놓은 그림에 불과하니 이 문구가 전적으로 틀리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지 아래 텍스트를 주석으로 달아놓거나, 텍스트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도판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가 책자, 뉴스, 잡지 등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미지는 이미지이고 텍스트는 텍스트일 뿐, 태생부터가 다른 두 매체가 그 의미 면에서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푸코는 말한다. 오늘날 수없이 생산되는 가짜 뉴스, 억지 뉴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지 아래 텍스트가 주석으로 달리는 이러한 전형적인 형식에는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서세옥의 카지노 가입 쿠폰은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세옥은 시서화의 전통을 고수했던 인물인데, 시서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 카지노 가입 쿠폰을 통해서 그림에 조우하는 시적이고 함축적인 언어에 대해 고민했다.


글은 작가인 나에게는 일종의 양심선언과도 같았다. 글이란 일단 어딘가에 실리는 순간 힘을 발휘하는 매체이지만, 최대한 불필요한 힘을 행사하지 않도록 노력했고, 단어와 문장실린 개념적인 의미뿐만아니라 함축성과 서정성을 띠었으면 했다.하지만 가로, 세로, 동그란 획으로 이루어진 문자라는 매체가 얼마나 퍽퍽한지, 글을 지을 때마다 표현의 한계에 부딪치고 말았다. 흙을 자유자재로 만지는 도공들이 손놀림을 수없이 떠올렸다.


스페인의 편대 무용가 피나 바우쉬는 무용이 언어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할 수 있기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방문해 카지노 가입 쿠폰 앞에 서면 늘 그의 말에 공감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은 언어로서는 완전히 담기지 않는다. 가령 하나의 획에는 응집된 숨결과 움직임이 담겨 있기도 하고, 찰나의 한 컷에는 폭발할 것 같은 정서가 응축되어 있기도 하다. 반면 글을 쓰고 읽는 행위는 시간이 소요되기에 그 과정에서카지노 가입 쿠폰은순간의 인상을 잃어버리고 무미건조한 평면이 되어버리곤 한다. 여기 실린 포트폴리오들은 그러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실험이다.






인왕산 자락에서 나고 자라 우정을 키웠던 겸재 정선과 이병연은 글과 그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한 폭의 아름다운 시서화가 완성되곤 했다. 누군가의 걸작에 몇 마디 글귀로 화답할 수 있다면 그저 족할 뿐이다. 지금으로선.


그렇다고 내가 자칭 문학가는아니다. 미술을 전공했고 근근이 기획일을 해왔을 뿐, 문학에는 막연한 동경을 가져왔을 뿐이다. 다만 시각카지노 가입 쿠폰에 조응하는 표현을 찾기 위해서 문학적인 기법을 차용해야만 했다. 찰나의 순간을 극대화하고자 카메라의 렌즈를 밀고 당기고 하듯, 때로는 시점을 충분히 가깝게 쓰다가, 갑자기멀게 쓰기도 한다. 같은 이유로 1인칭 시점을 쓰다가도 3인칭 시점으로 확 물러서기도 한다. 시각적인 묘사를 하다가도 촉각적인 표현을 동원하기도 한다. 순간적인 감각을 최대치로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문학과 회화의 컬래버레이션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두 가지가떠오른다. 시인 마크 스트랜드는 에드워드 호퍼의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보고 자신의 인상을 담아 <빈방의 빛을 엮었다. <책그림책은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을 보고 소설가들이 각자가 떠오르는 이야기를 적어 엮은 책이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지만, 난 이 두 카지노 가입 쿠폰의 스타일을 표방하지 않는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시각 카지노 가입 쿠폰과 문학 카지노 가입 쿠폰이 동등한 비중을 가지고 콜라보하는 형식은 아니다. 나는 그저 시각 카지노 가입 쿠폰에 되도록 조화로운언어로 화답하고 싶을 뿐이다. 더 나아가 문학적 성취가 빛나는 문장보다는 차라리 조금은 엉성한 문장이 명예롭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을 찾아가고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해 입을 뗀 건나이지만, 독자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살아남는 건 시각카지노 가입 쿠폰이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나의 문장들은 그들의 머릿속에서 재빨리 휘발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건 글을 쓰는 내가, 글을 쓰는 행위 본연의 즐거움을 느끼는 나만의 방식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시각 작가들이 본연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늘 고수했으면 한다. 그래야만 언어로서 표현되지 않는 무한한 진실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빛을 보게 된다. 장황한 의미들이 주석으로 달릴 고리가 카지노 가입 쿠폰 안에 없다 해도.


자크 데리다의 에크리튀르,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흔적을 남겨야 하는 이유에충실하고자 한다. 그래서 당분간 이곳에서 충동적이고 직관적인 관람과 글쓰는 행위를 이어갈 생각이다. 이제는 철학을 배움에만 그치지 않고 살아내고 싶다.



2025.3.18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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