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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작가 Feb 14. 2025

[병원에서 ①] "그만 살고 싶어서요"

영국 병원에서 바라본환자들의 삶 그리고 우리의 인생

그만 살고 싶어서요.


남편이 일하는 병원에 환자로 온 한 할머니는 '약을 한꺼번에 왜 이렇게 많이 드셨느냐'는 남편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남편은 순간 당황했다. 할머니 얼굴에 주름은 자글자글했지만, 마음고생한 분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옷차림이나 손짓이 꼭 소녀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 입술 끝에서 저렇게 무게 있는 말이 나오다니.


남편이 근무하는 곳은 영국의 자산가들이 은퇴한 후 남은 여생을 보내러 오는 도시에 위치한 대형병원이다.

그 때문인지 이 작디작은 동네에는 유기농 마트(가격이 비싼데도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하다)부터 최고급 가구 편집숍, 한정판 운동화를 파는 패션 편집숍까지 다양하게 있다. 심지어 덴마크 왕실 브랜드를 취급하는 주얼리샵과 롤렉스 매장도 있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여기 사는 무료 카지노 게임, 할아버지도 아우라가 상당하다.웬 파파 할아버지가 롤스로이스 차량에서 내리는가 하면, 노천카페에 앉아 홍차를 즐기는 어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에르메스 가방을 땅바닥에 팽개쳐두고 상대방과 대화를 이어가더라. (내가 이렇게 하면 남편은 난리가 날 거다)


대부분이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다는 자부심으로 남은 여생을 살아가는 느낌이랄까. 병원에 외래 보러 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해피해피한 편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오른편에 늘어선 노천카페와 가게들. 무료 카지노 게임 할아버지들이 손잡고 장을 보고, 밀크티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은 이 날은 일요일이라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 무료 카지노 게임는 타이레놀 20알을 한 번에 드시고는 겁이 나 급하게 진료를 보러 온 분이셨다.

다행히 빠른 시간 내 적절한 치료를 해 건강에 이상은 없었지만 이런 일이 또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남편은 할머니를 앉혀두고 혼냄(?) 아닌 혼냄을 했다.


"할머니, 약을 한꺼번에 왜 이렇게 드셨어요. 오늘이야 빨리 오셨으니 운이 좋았지, 다음엔 절대로 그러시면 안 돼요. 가족들이 알면 얼마나 속상해하시겠어요."


눈물에 젖은 눈과 붉어진 코, 모아이 석상보다도 더 꾹 닫힌 입으로 십여분을 앉아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가 그다음으로 내뱉은 말은 "다리가 아프다"였다.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한 손으로 열심히 할머니의 기록을 클릭하던 남편은 할머니가 몇 년 전부터 외래 진료를 보더 오던 분이란 걸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정기적이라기 보단 극심한 통증이 있을 때마다 외래 진료를 보러 오셨었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리가 너무 아픈데, 그렇다고 남들에게 의지만 할 순 없고.

이 고통을 그만 느끼고 싶어서 그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젊을 땐 삐까뻔쩍하게 본인을 꾸미고, 결혼해서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신혼을 즐기고,

아이를 낳은 뒤엔 크게 확장된 '사랑의 범주'를 깨닫고, 아이를 결혼시키면서는 수고했다며 남편과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줬다고 한다.


그런 할머니의 그리움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시작됐다.

자식들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대도시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 계신 곳까지 오가며 무료 카지노 게임를 살폈지만

이것도 1년이 채 가지 않았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정신을 바짝 붙잡고 운전해 데려다주시던 병원도 예전만큼 쉽게 가지 못하시게 됐다.

이 때문일까.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리에 고통을 느끼는 날이 더 많아졌다.


남편은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할머니가 꼭 '시간과 무료 카지노 게임만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생각에 잠기기 싫어도 그럴 수밖에 없는 나날이 더 많아졌던 것 같다고 했다.

그나마 자식들이 손주 사진을 보내면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 사진을 하루종일, 구석구석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혼자됨을 받아들이기는 영 쉽지 않으셨던 것 같다.


타이레놀을 털어 넣으신 이날도 무료 카지노 게임는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끝에 내린 결론은 '자식에게 짐은 되지 말아야지'였다.

내가 살아있는 것이 내 자식에게 짐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게 무료 카지노 게임의 생각이었던 것.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할머니의 말을 듣고는 그간 처방되어 온 약을 살펴봤단다.

누가 T 아니랄까 봐.


나는 남편에게 "위로를 좀 더 해드리지"라고 했더니


남편은

"몸이 덜 힘들면 생각에 잠기는 시간보단

밖에 나가 활동하는 시간이 더 생길 테니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라고 했다.


다행히 처방된 약에는 이상이 없었다.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약하지도 않았다.

다만 무료 카지노 게임가 병원에 오시기가 쉽지 않다 보니

정기적으로 약물 치료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던 난 "그래서 어떻게 했어?"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남편은

"할머니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서 애를 먹었어.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마냥 좋은 이야기만 할 수는 없더라고...

마음이참...그렇더라"

라고 했다.


남편은 할머니의 눈을 보면 꼭 슬픔의 파도에 휩싸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차림세나 곱디고운 얼굴, 분위기를 봤을 때 무료 카지노 게임는 기구한 삶을 산 사람 같진 않은데,

무료 카지노 게임 눈 속에 그 슬픔이 너무 깊었다고.


할아버지의 부재가, 할아버지와 함께 하던 모든 일상이, 내 손을 떠나간 자식들이, 원할 때 볼 수 없는 손주가 다 그리워 보였다고 했다.


남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마음고생을 좀 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칼같이일하는 의료종사자여도

이런 분들을 보면 도대체 '인생이 뭘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날 퇴근한 남편의 어깨는 유독 무거워 보였다.

평소 같으면 강아지처럼 달려와 나를 번쩍 안아주고는

신나게 저녁을 먹을 사람인데.


이 날은 달랐다. 집 분위기가 가라앉을 정도로.


무료 카지노 게임계란말이가 급하게 추가된 우리의 저녁식사.


남편의 모습에 비상이 걸린 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파송송 계란말이를 빠르게 만들었다.

참치김치찌개랑 밥, 베이컨이면 되겠지? 생각했던 안일한 나를 뒤로 하고.


결론적으로 남편은 어찌어찌 할머니를 잘 달래어 보냈다고 한다.

할머니의 내려앉은 어깨와 (정신없이 병원에 오느라) 막 걸친 코트, 짝짝이 신발에 풀어헤쳐진 머리가

눈에 밟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제발 건강하시길, 행복하시길, 평안하시길"을 수없이 되뇌었다고.


이날 나와 남편의 하루는 이 무료 카지노 게임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얼마나 값진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잘 살아야지 생각하며 우리는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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