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길게, 행복은 짧게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 '카지노 쿠폰'라는 남자가 있었다.
어머니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아버지에게도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카지노 쿠폰.
그는 남들처럼 감정을 느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무미 건조하던 그의 삶은 '코누마 에이코'라는 여성을 만난 뒤 달라진다.
카지노 쿠폰는 전에 느끼지 못했던 고독을 강하게 느끼게 되고, 그녀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된다.
에이코는 이미 연인이 있었지만, 카지노 쿠폰는 자신의 사정을 그녀에게 말해 그녀를 설득하고, 결국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결혼 초창기, 카지노 쿠폰는 안도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낀다.
지금 그녀와 함께하는 삶이 너무 행복하지만, 동시에 그 삶이 언제 끝날지 몰라 불안한 것이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숲 뭉치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다자이 오사무 - <인간 실격)
결혼하고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카지노 쿠폰의 불안감은 서서히 가라앉는다.
하지만 불안감이 가라앉자, 이전에는 거슬리지 않던 에이코의 행동 하나가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그녀는제대로 입지도 못할 옷을 너무 많이 사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에이코는 카지노 쿠폰의 권고로 옷 구매를 최대한 줄여보려고 하지만, 설명하기 힘든 공허한 기분 때문에 구매 충동을 참지 못한다.
결국 반품한 옷을 다시 돌려받으러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카지노 쿠폰는 에이코가 떠난 빈자리를 견디지 못한다.
급기야, 그는 에이코와 비슷한 외모와 신체 조건을 가진 '히사코'에게 에이코의 옷을 입어달라고 부탁한다.
히사코는 에이코가 남긴 옷을 입자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고, 그 모습을 본 카지노 쿠폰는 히사코에게 한 제안을 철회하고 그녀를 떠나보낸다.
시간이 지나 카지노 쿠폰의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아내의 옷들도 모두 처분해 버린다.
얼마 뒤 아버지마저 간암으로 사망하고, 카지노 쿠폰는 아버지가 남긴 악기와 레코드를 모두 팔아버린다.
그것들이사라지자, 카지노 쿠폰는 정말로 혼자가 되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 각각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 <안나 까레니나)
카지노 쿠폰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에이코가 필요했고, 에이코는 옷이 필요했다. 서로가 서로의 결핍을 100%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결핍을 존중했기에 둘의 결혼생활은 유지될 수 있었다. 자신과 유사한 형태의 결핍을 가진 사람이나, 자신이 가진 결핍의 형태를 존중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큰 축복이다.
결혼 이후, 토니와 에이코의 결핍은 겉으로 보기에는 채워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음속의 결핍은 잊을만하면 다시 나타나 그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에이코는 옷을 가득 사고도 다시 다른 옷을 필요로 했다. 카지노 쿠폰는 에이코를 통해 잠시동안 고독을 잊었지만, 그녀가 사라지자 다시 고독을 자각한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결핍은 어떤 한 방법으로는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지 않게 하려면 특정한 마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마개를 다루는 데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마개를영원히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마개는시간이 지나면 내구성에 문제가 생겨 교체를 필요로 한다. 계속 새로운 마개를 찾아 물이 새는 걸 막거나, 물이 새는 걸 그대로 놔두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한 번물이 새는 걸 자각하게 되면 그곳에서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고독을 자각하자 에이코가 없이는 견딜 수 없었던 토니처럼 말이다. 필요한 건 그 결핍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뿐이다.
'적응'이라는 특성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행복에 적응이 없었다면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고, 슬픔에 적응이 없었다면 인간은 삶을 이어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에는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슬픔은 쉽게 적응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걸까.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길게 느끼며, 결핍조차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