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케이트 블란챗 주연의 영화로, 불륜 로맨스(?) 영화를 많이 만드는 걸로 유명한 우디 앨런이 감독을 맡았다. 감독보다는 포스터 분위기와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명 배우에게 끌려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재스민'은 완벽하다고 여겼던 남편 '칼'의 불륜으로 칼과 이혼한 이후 모든 걸 잃어버렸다. 하지만 본인은 자신이 건재하다고 여기는지 명품 가방을 사용하고,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칼'이 떠나고 나서 자신은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었음에도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극 후반부에 선택하는 건 또 다른 남자와의 재혼이다. 재스민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인간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의 한 부분을 생각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나(주체)는 무엇(객체)을 가지고 있다"는 진술은 객체를 소유하고 있음을 빌려서 나의 자아를 정의하고 있다.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주체이다. 나의 소유물이 나와 나의 실체의 근거가 된다. "나는 나이다"라는 진술의 토대가 되는 생각은 "나는 X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다"이다. 여기서 X는 내가 영속적으로 소유하며 지배할 수 있는 힘에 의해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자연의 사물과 인간이다.
소유적 실존양식에서는 나와 나의 소유물 사이에 살아 있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소유물은 물론 나도 사물이 되며, 내게 그것을 소유할 가능성이 주어졌기 때문에 지금 나는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관계도 있을 수 있어서, 그것이 나를 소유하기도 한다. 내가 나 자신임을 확신하는 느낌이나 나의 심리적 건강이 그것"과 가능한 한 많은 사물을 소유하는 데에 의존하는 경우이다. 이렇듯 소유적 실존양식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살아 있는 관계나 생산 적 과정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를 사물로 만든다. 그 관계는 죽은 것이며, 살아 있는 관계가 아니다.
(에리히 프롬 - <소유냐 존재냐)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맺는 대등한 관계이지만, 상대방을 '소유'하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재스민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본다면, 재스민은 칼을 소유하는 동시에 칼에게 소유당하는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칼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칼이 떠나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소유물을 잃어버린 재스민은 다른 남자를 소유함으로써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지만, 칼과 함께한 생활에서 눈만 높아져버린 재스민의 눈에 맞는 남자는 흔치 않고, 그런 남자들이 나타나더라도 재스민의 본색을 알게 된 후 떠나버린다. 결국 재스민의 마지막 시도도 실패로 끝나자, 그녀는 다시 크나큰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다.
그렇다면 <블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또 다른 주역들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여동생 진저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칠리는 어떤 인간 군상일까? 동생 진저는 비록 온라인 카지노 게임보다 부유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다 훨씬 능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파티에 가서 만난 남자가 남자친구보다 나아 보이자 바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남자와의 관계가 끊어져도 다시 이전 남자 친구에게 돌아갈 수 있다. 칠리는 오히려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비슷한 인간 군상이다. 진저가 바람이 나자 진저의 직장에 찾아가 애걸복걸하며 그녀에게 매달리는데, 누군가에게 종속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비슷한 모습이다.
여기서 필자는 에리히 프롬이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에리히 프롬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보면, '중세 시대에서 근,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인간들은 신분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자유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그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오히려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다. 그 들 중 일부는 자신이 가진 자유를 포기하면서 (수동적으로 변하면서) 안도감을 얻고자 한다'는 내용이 있다. 재스민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포기하고, 남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삶을 사는 걸 택하면서 안도감을 얻고자 한 사람은 아닐까. 하지만 너무 지나친 의존에 그녀는 그녀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에리히 프롬의 철학과 연계해서 보니 영화가 더 파고들 구석이 많아 재미있게 보았다. 당장의 재미보다도 꾸준히 생각할 구석이 많은 영화들이 앞으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들인 것 같다.
개인 평점 : 9 / 10
* 이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