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면서 독자분들께 드리는 안내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글을 발행할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요. 얼떨떨하였습니다. 브런치에 등단하기 위해 노하우가 공유된인터넷 카페에 들어간 적도, 그 비법을 가르치는 학원도 다닌 적이 없는데말입니다. 저는 사십 평생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생의 반을같이 자란 여동생의 꿈이 기자였기에, 그녀 글을 보면 감히 제 글쓰기 실력을 논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불혹에 나이에 인생 첫 차임을 당하고, 1년 안에 두 번의 이별을 겪으면서 남들보다 인생 서사가 풍부해졌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에 몰입했고, 작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에서 저를 합격시킨 이유는 글에 관한 기술보다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카지노 가입 쿠폰, 꽉 찬 미혼, 치매 가족입니다.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저는 낮에는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고 밤에는 사람의 말을 합니다. ChatGPT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개발을 업으로 살았고, 주변에서 기이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상한 시선으로 세상을 풀이해 보겠습니다.
흔치 않은 40대 혼자 사는 여자이며, 휴일에 심심해서 도서관에 자주 갑니다. 비슷한 처지의 생기발랄한 에피소드를 읽고 싶은데, 고독사에 대한 걱정 또는 은퇴 이후 인생 준비에 관한 책만 수두룩합니다. 지금 당장 재미있게 사는 법이 궁금한 데 없으니, 직접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 아빠는 육십이 지난 후 다시 아이가 되셨습니다. 치매라는 끔찍한 병에 걸리셨거든요. 이러한 아빠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비슷한 사례의 책을 찾았으나 거의 없었습니다. 치매 인구 70만 명인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이 할머니 간병 사례나 일본 번역서 정도였습니다. 당시에 필요한 것은 제 마음 챙김이었는데, 방법을 몰라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 전부인 아빠를 대했던 제 마음가짐을 정리해서, 지금 혹시 자책하고 있을 치매 가족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습니다. 그때 제가 가장 필요했던 것은 “잘하고 있다”, “충분하다”라는 위로였거든요.
연재는 화, 목, 토, 일주일에 세 번씩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테마로 연재하겠습니다. 익명이지만 익명일 수 없는 이 공간에 항상 솔직하고 꾸밈없이 담백하게 쓰겠습니다. 이제 괴상하고 발칙한 카지노 가입 쿠폰의 『괴발자 모드』를 켤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