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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뭉치 Apr 12. 2025

9.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재정의

괴발자 모드 속 아홉 번째 이야기

※ 주의: 『어둠 속의 대화』 온라인 카지노 게임편의 경험담이어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훈 작가의 『허송세월』을 읽었다. 지난주 읽었던 『강남역 7번 출구』 칼럼의 글맛이 좋아서, 최근에 나온 책으로 한 번 더 여운을 이어가 보고자 했다. 역시, 대작가의 필력은 다르다. 나는 도대체 얼마큼 써야 이렇게 찰진 글이 나올 수 있는지 연신 감탄했다. 일기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쓴 잡문이기에 큰 뜻 없이 책장을 넘겼다. 그러던 중 시선을 잡는 대목이 있었다. 어떤 노스님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에 낙엽을 쓰는데, 젊은 스님이 플래시를 켜길래 호통을 쳤다는 전문이었다. “불 꺼야 잘 보인다”라고 말이다. 이 구절을 보는 순간 레이먼드 카더 작가의 『대성당』이 뇌리에 꽂혔다. 이 글은 독서 편식을 막기 위해 김혜원 작가의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를 보면서 작성한 독서 목록 중 일부였다. 김 작가가 추천한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같이 수록된 다른 소설도 읽게 된 것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부인의 오랜 친구인 맹인이 집에 방문하면서 보낸 하룻밤 이야기를 담았다. 보이지 않는데 무엇을 알겠냐며 반적대적으로 손님을 대하던 그 남편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대성당을 설명해야 상황이 오자 당황한다. 장님은 그 남자에게 종이와 펜을 가져오게 하여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그린다. 그러다 그에게도 눈을 감고 계속 그려보라고 한다. 이때 그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눈을 뜨고 있었을 때는 절대 볼 수 없었던 광경 말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공감이 하나도 되지 않았으나, 해설 편을 보고서야 작가의 의도를 조금 파악할 수 있었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세상이라니, 너무 뻔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스님의 한마디를 통해 그 소설이 다시 해석되었다. 불을 끄고 눈을 감아야 더 잘 보인다는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뚫어져라 보이는 것들에만 집착해서 결론 내리려 하지 않았는지, 폐목해 본다. 이렇게 세계관이 통하는 책들의 향연이라, 독서가 즐겁다.


오늘은 내가 『대성당』의 남편 역할을 하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향했다. 『어둠 속의 대화』를 보기 위해서다. 남편은 대성당을 그렸고, 나는 어떤 대상을 묘사하게 될까. 어떤 전시인지 궁금했지만,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편견 없이 작품을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 의심 없이 이곳을 전시장이라고 단정한 이유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마지막으로 즐겼던 푸트라 서울 『레픽 아나돌』도 관람 성격의 예술이라서, 관성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예약 시간 15분 전에 도착했다. 과연 이름처럼 건물 내부도 어두컴컴하다. 방금까지 찬란했던 태양의 기운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조명도 어둡고, 인테리어, 굿즈 온통 꺼멓다. 해를 유독 좋아하는 나한테 있어서 이 음습한 기운은 도통 적응이 되지 않을 듯하다.


정시가 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둠의 공간으로 이동했다. 오늘 함께 할 인원은 7명이고, 커플 두 쌍과 솔로 세 명이 모였다. 『대성당』에서 남편을 가이드하는 맹인역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는 로드 마스터가 담당했다. 그는 우리에게 세 팀으로 나누어 팀명을 지으라고 했다. 애인 사이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시누이와 올케팀은 벚꽃, 나를 포함한 여자 셋은 코알라로 뭉쳤다. 우리 팀명은 내가 제안했는데, 불현듯 그 단어가 생각났다. 코알라는 호주 원주민의 언어로 물을 먹지 않는다는 뜻인데, 왜 갑자기 떠올랐을까.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목이 말랐나, 시각이 소멸하니 다른 감각이 더 예민해진다. 목마름을 참으면서, 한 손은 지팡이를 잡고 한 손은 팀원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사뿐사뿐 걸어 나갔다. 오늘 처음 만난 남인데도 앞사람의 등이 손에 닿지 않을 때는 불안했다.


로드 마스터는 깜깜한 길을 걷는 내내 대화를 시도했다. 100분 동안 시각을 제외한 신경으로 자연과 만나고 일상생활, 옛 추억으로까지 들어갔다. 전시보다는 체험이라는 설명이 어울린 이 공간에서 넘어지지 않을지 조마조마하며 캄캄함을 몸속 깊숙이 받아들였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주요 사항은 적지 않지만,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30분쯤 지났다고 생각했을 때, 마스터가 작별 인사를 전했다. 빛을 볼 수 없음은 답답하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어둠은 물러나거나 밝혀줘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오늘 나는 보지 않고서도 지각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으며, 그것이 어둡더라도 마냥 부정적인 실체가 아님을 깨우쳤다. 레이먼드 카더 작가의 『대성당』의 마지막 장면이 이제야 이해된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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