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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뭉치 Apr 29. 2025

16. 다초점 온라인 카지노 게임

괴발자 모드 속 열여섯 번째 이야기

3년째 회사에서 헬스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탁월한 장점이 있다. 운동을 할지 말지 고민이 줄어들어서이다. 운동은 안 가도 돈 벌러 직장은 가야 한다. ‘이왕 간 김’에 러닝머신이라도 타고 오자며 헬스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것도 익숙해지면, ‘이왕 간 김’에라는 효과가 통하지 않게 된다. 카드 대금 고지서 등살에 회사는 가도, 헬스 센터는 지나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PT까지 등록했다. 트레이너 강사는 주 2회 꼬박꼬박 내 몸을 쓰게 만든다. 레슨 시간은 새벽 또는 퇴근 이후로 매번 바뀌는데, 정신이 몽롱한 이른 아침에 수업하면 잠시 딴생각으로 빠질 때가 있다. 운동장에 검은색 무리가 괴성을 내며 쇳덩어리를 올렸다 내리기 반복하고 있다. 이 광경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보게 된다면, 멍청한 지구인들이라며 구시렁거릴 것 같다. 뭔가 그들의 관점에서 지구인들의 이상한 행동을 영화로 찍어보고 싶은데, 이걸로는 부족하다. 오늘 그다음 장면을 목격했다.


1년에 하루 있는 건강검진이 그날이다. 앞서 회사에서 운동도 시켜줬는데, 건강까지 챙겨준다. 아프지 말고 일하라고 이렇게 잘 보살펴주니 한없이 감사하다. 월요일 검사여서 분명 사람이 많을까 봐 일부러 늦게 검진센터를 찾았는데도 북적거린다. 작년 오후 검사 때 덜 붐벼 같은 전략을 편 것인데, 요일이 달라 이번에는 실패다. 어렵사리 접수를 마치고 검진복으로 갈아입었다. 곳곳에 분홍색과 파란색의 지구인들이 득실거린다. 대기하면서 로맹 가리 작가의 『자기 앞의 생』을 읽었다. 극 중 “룰라”라는 여자·남자가 등장한다. 인터넷의 한 서평에서는 룰라를 여장남자라고 소개했다. 그녀 또는 그는 여성의 상체와 남성의 하체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내 생각에 여장은 아니라고 본다. 룰라가 이 검진소로 오면 어떤 색상의 옷을 입어야 하나.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간호사에 이끌려 여기저기 팔을 갖다 댄다. 지구인들은 정체 모를 팔찌를 모니터에 찍어대며 정신없이 장비 속을 왔다 갔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보면 실소할 두 번째 신이다.


똑같은 옷을 입고 집단 행동하는 지구인들, 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기기를 들어 올릴 때, 기계로 들어갈 때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반복되는 글쓰기는 평상시에 마주하는 상황도 이상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렇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만났을 때 어떤 상황과 마주하게 될까. 갑자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쓰고 싶어졌다. 지구인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교감하거나 서로의 행성에 침투하는 이야기는 이미 영화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자주 다뤘다. 2021년 이후에는 개인도 우주여행이 가능하니, 두 세계의 만남은 시간문제다. 그래서 이 글은 방향은 로맨스로 잡았다. 주인공은 한국 여자이다. 상대는 말이 안 통하는 한국 남자, 문화가 안 통하는 외국 남자, 접촉이 안 통하는 외계 남자다. 세 부류의 남자는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면서 주인공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개상 성별은 이분법적으로 나누었지만, 태양계에는 남녀 이상의 성별이 존재할 것이므로, 줄거리 도입 전 미리 독자의 양해를 구해야겠다. 룰라, 미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허구인데, 내가 만나본 남자는 한국인이 전부다. 어쩔 수 없이 책에 의존해야 한다. 본 적 없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마찬가지다. 대량의 다문화 연애담과 우주 관련 서적이 필요하다. 남자 주인공을 국적으로 나누기는 했지만, 성별이 다른 생명체는 이해 안 되기는 매한가지다. 어쩌면 한국, 외국, 외계 남자 셋이 모여 그녀의 마음이 해석 안 된다고 다 같이 불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큰 뼈대를 세웠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가장 중요한 방법인 쓰는 법을 모르겠다. 이것도 책을 참고해야겠다. 읽을 책이 계속 늘어난다. 박경리 작가는 『토지』를 1969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1994년에 완성했다. 무려 25년 동안이다. 경외심을 가지고 나의 창작 계획에 대해 고민하다, 걸작 말고 졸작 정도는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 도서관으로 향해야 하는 졸작 작가의 여정은 멀고도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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