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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뭉치 Apr 24. 2025

14. 쌍방 카지노 쿠폰

괴발자 모드 속 열네 번째 이야기

이따금씩 외로울 수도 있지만

새로운 카지노 쿠폰을 만나는 데 있어서 조급하지 않았으면 해.

조급하다고 상대가 빨리 나타나진 않을뿐더러, 급하게 먹는 건 탈이 나는 법이니까.


(중략)


언젠가 ㅁㅁ같은 카지노 쿠폰 나타나지 않겠어?!

그땐 언니 그 카지노 쿠폰을 잡을 준비가 이미 돼 있을 거야.


지구 건너편에 사는 동생이 내게 준 편지다. 긴 연애를 마치고 나서 충동적으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나이는 차고 주변에서는 ‘나는 SOLO’에 나가라고 하는데, 공중파에 나오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은 OTT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매스컴에 비치기를 원치 않았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다. 남자 친구가 있을 때는 같이 욕하면서 봤는데, 혼자가 되니 그 욕먹는 사람이 나 같다. 가령 지독히 본인만 안다든가, 눈치 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는다든가. 이제는 그 사람이 나 같아서 한없이 아리다. 거울 치료는 이렇게 한발 느리다. 대중에게 들키기 전에 1:1로 만날 수 있는 결정사의 문을 두드렸다. 벌써 6개월 차에 들어서는데, 아직 한 번도 성사된 만남이 없다. 나 같은 40대 미혼녀들이여, 상담하러 가서 꿈과 희망의 말을 듣고 섣불리 결제하지 말라. 아무것도 안 하고 후회한 것보다 낫기는 하지만, 사회에서도 쉽게 못 만난 인연을 조건부 만남 거는 것도 만만치 않다.


결정사에는 전담 매니저가 있고, 그분이 매주 남성들의 프로필을 보내준다. 기존 연애가 전부 상대방의 고백으로 시작된 터라, 고른다는 게 만만치 않았다. 딱히 이상형도 없다. 몇 주 반복해서 프로필을 보다 보니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나이가 많으면 연봉은 나랑 비슷해야지, 위로 나이 차이는 서너 살까지, 학교도 들어봤을 때 아는 정도는 돼야 할 거야. 가족 구성원과 분위기도 중요하지. 자기소개는 성심껏 썼나. 그런데 이 모든 요건을 한방에 무너트리는 초대형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사진이다. 일단 잘 생기면, 그래 한번 만나볼까. 외모가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면 바로 탈락이다. 사진이 이 정도인데 실물은 더 아저씨 같아 보이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평생을 눈이 전혀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눈이 높아서 결혼을 못 했구나! 2주에 한 번꼴로 내가 승낙한 남자는 나를 거부하고, 나는 나를 선택한 남자를 카지노 쿠폰했다. 우리는 그렇게 보지도 않고 서로를 찼다.


연애의 상처가 다른 사람을 통해 치료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상처를 계속 긁으니까 딱지만 단단해진다. 딱지는 죽은 세포들을 몸 밖으로 밀어내면서 만든 방어막이다. 나의 죽은 연애세포들이 새로운 만남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견고한 성벽을 쌓는다. 결정사 반창고를 붙여서 빨리 치료하려는 나의 시도는 실패다. 오히려 자국만 더 키웠다. 다행스러운 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은 옅어진다. 시간 반창고가 최고다. 근래 3주 동안은 매니저가 프로필도 보내주지 않는다. 한 번도 못 만나보고 환불 요청하게 생겼다. 그분 말로는 내가 선택한 사람들은 나이 때문에 나를 카지노 쿠폰한단다. 연상연하 커플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들어오는 프로필 중에 연하는 아예 없다. 뭔가 결정사에는 여자가 불리하다. 결국 나를 담을 큰 그릇은 한국에는 없단 말인가. 하루 루틴 중에 영어 공부도 있는데, 빨리 원어민처럼 말해서 해외로 뻗어나가야겠다. 동생이 예시로 들어준 ㅁㅁ 커플도 영어가 매개체였다. 둘 다 한국인이기는 하다. 한 번은 만나고 그만두고 싶은데, 경험치가 없어서 아쉽다. 체험값 치고 오지게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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