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항대로 이야기하는 한국 순정 만화
박희정, 아름다운 그림체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은 작가이다.
순정 만화를 초등학생 때 '나나'라는 잡지로 정식 입문한 나에게, 작가의 섬세한 그림체는 충격에 가까웠다. 그림체는 정말 취향의 문제여서, 객관적으로 이 작가의 그림체가 가장 아름답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박희정 작가의 그림체를 보았을 때 나는 내 취향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체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작가의 이런 그림체는 표지와 컬러페이지 등의 일러스트에서 더욱 빛났고, 일러스트 작품집과 개인전을 진행할 만큼 사랑을 받았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작가의 지문이 그대로 묻어나는 특유의 개성에 나처럼 마음을 뺏긴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이 중요하다고, 아마 내가 박희정 작가의 그림에 빠져든 이유는 처음 읽은 작품이[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게영향이 컸을 것이다. 섬세하고 연약하고 슬픈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 [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박희정의 그림체는 너무도 잘 어울렸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러한 감수성을 가진 작가이기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호텔아프리카]는 주인공인 엘비스의 현재와 유년 시절의 회상이 오가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엘비스는 어머니인 아델과 할머니와 살았는데, 그 시절 아델이 그들의 집을 호텔로 운영하면서 '호텔 아프리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엘비스의 기억에 남아있는 '호텔 아프리카'를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 '호텔 아프리카'의 장기 투숙객인 지요에 대한 이야기, 지금의 엘비스 곁에 있는 친구들 쥴과 에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그려진다.
작품 초반 엘비스, 쥴, 에드의 현재는 마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한 계기 정도로 그려져 그들의 회상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이 모든 기억 속의 경험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고 그래서 그들의 현재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마지막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회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을 위해 그저 소비되는 것만은 아닌데, 각자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만큼 묵직한 존재감과 감동으로 이야기를 끌어 간다. 여기에 엘비스의 유년 시절 중심이 되어 준 엄마인 아델과 영원한 친구 지요는 빼놓을 수 없는 이 작품의 주인공임엔 틀림없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건, 각기 다른 사연 속에 그 만의 감정이 선명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엘비스와 아델, 지요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읽다 보면 목이 턱 막히고 콧잔등이 꾸깃해지며 불현듯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애써 참아야 할 때가 제법 많다.
누구에게나 무릎이 꺾이고 몸이 무너져 내릴 만큼 슬픈 순간이 있다는 걸 알아봐 준 작가의 섬세함 덕분일지도. 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찾아오는 사람들, 어린 엘비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준 사람들은 어딘가 불안하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며 다시 일상으로 나아간 사람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은 연인이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친구이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모이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떨 땐 처음 본 사람이기도 했다.
상대는 다 다르지만 공감과 이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다시 살아가도 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들의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시 나아가는 길을 배웅해 주는 이는 작은 엘비스와 지요이다.
사실 엘비스가 백인인 할머니와 어머니 손에 자라는 흑인 혼혈이고, 지요는 인디언과 동양 혼혈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소수자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둘은 사회적 소수자로 소비되지 않는다. 어린 엘비스는 천진무구함을 무기로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강한 귀염둥이이고 지요는 모두를 이해할 수 있고 가장 필요한 말을 해 줄 수 있는 현자에 가까운 사람이니 말이다.
이런 엘비스와 지요가 지친 이들에게 상냥하고 편견 없는 이해자가 되어 주기에, 연약함 속에 숨어있는 사랑을 이야기할 용기를 얻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나 또한 엘비스와 지요에게 위로받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감정이 이입되어 마음이 아프고 숨이 차오르면, 계속해서 읽기가 괴롭기 마련인데 [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지나친 감정 소모에 힘들어지는 느낌은 적은 작품이다. 이건 박희정 작가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특히 열렬히 감격했던 대학생 때, 어느 교양 수업에 박희정 작가의 연출력을 주제로 리포트까지 써서 열변을 토하며 발표할 정도였다.
지금은 훌륭한 많은 작가들, 작품들 속에서 작가의 개성을 보여주는 각기 다른 연출법에 감탄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땐 유독 박희정 작가의 연출법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의 이동, 감정의 흐름에 따른 칸 나눔과 그 칸의 모양에 가장 적합한 작화, 몰아치는 감정의 흐름과 그 감정의 여운을 전달하는 여백의 사용.
그래서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숨이 차거나 지루하지 않다. 느껴야 할 것들을 서두름 없이 온전히 음미할 수 있다. 쉬엄쉬엄 꽉 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분이랄까. 곳곳에 어린 엘비스의 천진함이 빚어내는 흐뭇한 유머가 자리카지노 게임 사이트 있어, 심각할 수 있는 주제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델의 말을 중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엘비스는 천재야."
[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후의 [마틴&존]도 무척 즐겁게 읽었지만, 역시 손꼽아 보자면 [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려나.
하나의 작품으로 뭉뚱그리기보다 그 속의 여러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꼽아보고 싶어 지니, [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눈물 버튼이 되어주는 아델과 트란의 이야기 (행복하지만 슬퍼... 슬프지만 행복해... 의 무한 루프다...), 어느 날 갑자기 '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등장해 지요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고 (이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지요가 이렇게 클 수 있었군요)아델의 마음을 알게 해 준 지요 어머니와의 이야기, 문학 소년 엘비스가 저격당한 (너무 잘생긴) 노먼 선생님도 있었네, 참.
다 읽고 나면 엘비스, 쥴, 에드 잘 지내고 있나,라는 아련한 그리움이 생기는데, 이건 지나 온 유년과 청년시절에 대한 아련함과 겹쳐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돌아보며 달라진 지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느낌인데, 현실이 그런 거니까.
변하는 것이 아파도 결국 시간은 흘러서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현실을 살고 있기도 하니.
그래도 추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면, 기다려 온 사람과 다시 만날 희망이 있다면.
과거에 그랬던 것은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끄덕일 수 있다면,
지금의 오늘도 나를 위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적어도 [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다시 떠올려 본 오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호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속 모든 이들이 전해준 위로와 용기로 오늘은 따뜻하게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