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29
어릴 땐 김밥을 먹지 않았다. 특유의 향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로지 충무김밥만 먹었다. 아마 오징어는 맵다고 먹지도 않으면서 매번 충무김밥을 먹겠다고 고집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꽤 속이 터졌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맨밥에 김만 돌돌 말아진 그 밍숭맹숭한 맛이 좋았다.
다 큰 성인이 된 지금은 참치김밥이 최애다. 없어서 못 먹지, 안 먹지는 않는다.
김밥이야 야채 식감이 싫어서 가리는 아이들도 많았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꽤 까탈스러운 편이었다. 대부분이 좋아하는 초코파이도 통 먹지 않았다. 학교에서 간식으로 초코파이가 나오면 멀뚱히 앉아 친구들이 먹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면 꼭 옆자리 친구가 "넌 왜 안 먹어?"라고 물어오곤 했고, 나는 제일 먼저 말 거는 애한테 내 초코파이를 건넸다.
초코파이는 지금도 안 먹는다. 빵 사이에 있는 마시멜로의 물컹하고 입에 쩍쩍 들러붙는 느낌이 싫어서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나마 따뜻하게 데우면 먹을 만하지만, 굳이?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예스파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비단 식성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예컨대, 이제는 날을 새워 드라마나 영화를 연달아 보지 않는다. 아니, 못 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앉은자리에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을 내리 보며 밤을 새우고도 쌩쌩하던 15살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제 러닝타임이 2시간을 넘기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다소 낡은 인간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알아주는 겁쟁이였는데,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겁도 같이 먹은 건지 더더욱 대단한 겁쟁이가 됐다. 누군가 다가와 친해지고 싶어 하면, 그 사람에게 상처받을까 봐 먼저 피하고 본다. 내가 가깝게 느끼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으니까. 처음 겪어보는 일에 무턱대고 뛰어드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사전에 리뷰나 평점을 확인하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식당은 잘 가지 않는다. 내 위 용량은 한정되어 있으니,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걸 먹고 싶다.
그러니까, 신중함이 늘어난 대신 사소한 일도 쉽게 넘기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시절의 내가 완전히 사라지고, 전혀 다른 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한 번 애정을 준 것들은 계속 사랑한다. 아직도 세 살 때 어디를 가든 손에서 놓지 않았던 오리 인형을 그리워하고, 여전히 털인형에 파묻혀 자는 걸 좋아한다. 내 곁에 짧게 머물다 무지개별로 여행을 떠난 사랑하는 넷째 콩순이, 나만 보면 꼭 무릎 위에 올라와 다정하게 바라보던 레오, 다섯 살 때 퇴근길 아빠가 선물이라며 데려온 토끼 토순이와 토돌이. 이제는 나를 잊었겠지만, 언젠가 나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까지도.
10년 전 페이스북 활동 로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화면 속에는 끊임없이 말하고, 쉴 새 없이 웃고, 모든 게 즐거웠던 내가 있었다. 그 기록들이 분명 내 것이어야 하는데, 낯설었다. 마치 그때의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릴 지금 내가 뺏어서 대신 차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며칠 동안 이 문제로 꽤 깊게 고민했고, 변한 것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않은 것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어린 시절의 난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여전히 그때의 내가 남아 있고, 다만 시간 속에서 조금씩 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을 뿐이다. 흐르고 변화하는 틈 속에서 여전히 같은 길 위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