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캄캄해지던 첫 카지노 게임
드디어 Final Exam이 시작되었다.
약 한 달 반 동안, 다섯 과목의 카지노 게임이
순차적으로 치러지기 시작했다.
과목들 간의 간격이 제각각이라
공부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지부터가
큰 고민이었다.
카지노 게임 범위는 1년 동안 배운 것들이었고,
그 방대함에 어느 순간 완전히 압도당했다.
내가 공부한 것들이 과연 충분한 것인지,
나머지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고
공부를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카지노 게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졌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건
전부다 주관식이라는 점이었다.
객관식처럼 찍어 넘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4~6개의 문제에 대해 약 3시간 동안
서술해야 한다는 부담은 생각보다 크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엄청났다.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 나오면,
아무리 다른 문제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고 해도
그 문제에서 0점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그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래서 예상 문제를 만들고
답안을 준비하는 분량이 점점 더 늘어갔다.
어느 순간, 이걸 카지노 게임장에서 어떻게 까먹지 않고
다 써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휩싸였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그 시간 부족함에 대한 압박이
나를 점점 더 괴롭혔다.
불안과 초조함이 압도하다 보니
외로움을 느낄 틈조차 없었다.
그게 조금은 다행이었다.
카지노 게임이 가까워질수록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서든 끝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첫 번째 카지노 게임 날,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과목은 내가 가장 재미있게
공부했던 과목이었다.
공부하는 내내 정말 즐겁고
흥미로웠던 과목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카지노 게임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카지노 게임이 시작되고,
카지노 게임장에 들어섰을 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학교에서 가장 큰 강당 중 한 곳에
그 과목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모였다.
1인용 책상과 의자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고,
그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카지노 게임이 시작된다는 신호가 울리자마자,
모든 학생들이 일제히 펜을 움직이며
답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나의 귀에 울려 퍼졌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답안을
쓰고 있는 그 소리가
내 마음속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나 자신을 다잡으려고 했지만,
마음속에 불안감이 서서히 밀려왔다.
첫 페이지를 겨우 써 내려갔을 때,
양 옆, 앞 뒤에서 답안지를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너무 빨랐고 나는 너무 느렸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답들을
빨리 써 내려가야 했지만,
내 손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속도를 내기 위해 손에 힘을 주었더니,
손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펜을 제대로 쥐지도 못했다.
그 속도에 맞추려고 애썼지만,
손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글씨는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갔다.
이런 글씨는 채점자도 제대로 읽을 수 없잖아.
문법도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머릿속은 온통 하얗게 변했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깊게 나왔다.
"왜 이렇게 안 되지?
준비를 그렇게 했는데, 이게 뭐지?"
손끝이 덜덜 떨리고,
갑자기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빨리 써 내려가는 걸 보며,
점점 더 초조해지고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그 무거운 책임감과 불안감에 짓눌려서
정말 울고 싶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다시 정신 차려야 해.
울고 싶은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내가 해야 할 일만 하자."
울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손에 쥐가 나고, 팔꿈치가 아프지만
그래도 조금씩 글씨를 써나갔다.
그렇게 내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다.
이게 겨우 첫 카지노 게임이라는 사실이,
더 숨이 막혔다.
카지노 게임이 끝나고, 카지노 게임장을 나설 때,
건물 앞에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울고 있었고,
일부는 담배를 피우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어땠어?"
다들 대답은 비슷했다.
"준비 안 한 파트에서 문제가 두 개나 나왔어, "
"우리 그 파트 배웠나?"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마지막 하나는 답도 못했어"
나만 불안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그들도 나와 똑같이 당황하고 힘들었구나.
모두가 똑같은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모든 문제에 다 답을 하고 나왔고
손이 더 이상 마비되지 않음에 안도했다.
손이며 팔목이며 뻑뻑하게 아파왔지만
그래도 더 상황이 나빠지지 않았다는 게
어찌나 다행이던지.
하늘을 올려다며 보며 중얼거렸다.
포기하지 않은 힘을 줘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