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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HOT도 Mar 14. 2025

나, 카지노 가입 쿠폰 갈 거야.

모든 것이 가능했던 중학생의 외침

중학생. 중2병으로 대표되는 시기답게 두려울 것이 없다. 나도 그랬다. 나는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될까? 당연히 되지. 특히, 친구들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 더 좋은 곳에 가겠다고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나는 연대 갈 거야, 나는 고대 갈 거야, 나는 서울대 갈 거야. 나는 서울대 붙어도 연대 갈 거야. 친구들과 서로 SKY에 가겠다고 외쳤다. 누구도 지금처럼 같은 학교에 가자고는 안 했다. "그래? 너네 다 여기(한국) 있어. 나는 하버드 갈 거야, 나중에 미국 놀러 와." 우리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중학생이었으니까.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줄만 알았으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현실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고등학생이 되자 성적의 압박, 입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 등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깨닫기 시작했다. 쉽게 외쳤던 대학의 이름들이 정말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예전처럼 당당하게 "서울대 갈 거야"라고 말할 수 없었고, 그것이 당연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모습이 한순간에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철없던 어느 날의 장난스러운 외침은 씨앗이 되어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 시절의 장난스러운 외침은 잊힌 지 오래였다. 하지만 건축을 공부하면서 '하버드'라는 단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하버드 출신 교수님,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하버드 출신 건축가, 전 세계의 건축학과에게 어젠다를 던지는 리더의 역할.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의 외침은 양분을 받고 있었다. 어느새 나의 손에는 하버드 작품집이 있었고,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왜?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떻게 생각을 하기에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호기심은 또 하나의 연료가 된다. 그들과 나는 어떤 것이 다를까. 하지만 궁금해하기만 했다. 이미 대학생이 되어버렸으니까. 이미 취업을 했으니까. 이 궁금증을 그나마 간접적으로 해외 대외활동,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하려 했지만, 그 당시 느꼈던 하버드가 준 리더의 아우라는 따라갈 수 없었다. 아쉬움이 남는다. 어 뭐지?그렇다 마음속에꿈은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 마음속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었을 분명 자라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그 꿈은책상 옆에 있는 제멋대로 자란 몬스테라와도 같았다. 분명 곧게 자란 하나의 잎으로 시작했지만,나도 모르게 커지고 무성해져 이제는 무시할 수가 없어진 화분이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잎들도 서로 해를 따라가려고방향을 틀다 엉망이 되었다. 엉켜있어도 해를 향해 끊임없이 뻗어가고 있었다. 그래, 마음속에도해를 보기 위해 뭉클거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현실의 유혹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직장 생활은 안정적이었고, 편안함에 익숙해질수록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나는 세계를 경험하고 리더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을 잃지 않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했다. 하버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사고, 매일 잠옷으로 입었다. 자면서도 진짜 꿈을 꾸기 위해서였다.


남들과는 조금 늦게 시작한 유학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출퇴근 길에 영어공부를 하고, 주말에도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다. 야근을 하든 철야를 하든, 퇴근 후에는 반드시 포트폴리오를 조금이라도 손봤다. 점심시간에도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다이어그램을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마치 책상 옆 몬스테라가 어떻게 해서든 빛을 쬐겠다고 뻗어 나듯, 나도 목표를 향해 조금씩 방향을 틀어가고 있었다. 사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꿈이에너지가 되었고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마치 두려움이 없던 자신감만 가득했던 중학생 시절처럼 말이다.


지원은 마감 기한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끝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길 바랐던 것 같다. 지원서들을 점검하다 "메리크리스마스"라는 말과 함께 제출버튼을 눌렀다. 꿈에 대해 도전했던 시간은 나를 바꿨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했으며, 나에게 자신감을 줬다. 이것을 준비한다고 기존생활에 영향을 줄 수 없었으므로, 둘 다 잘해야 했다. 열정 넘치는 한 해를 보냈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음 해 3월 4일 새벽 4시 40분. 갑자기 잠에서 깼다. 그리고 그 순간 이메일이 도착했다. 보낸 사람: Harvard Graduate School of Design. 씨앗을 심은지 20년. 그 20년을 보관했던 꿈의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실눈을 뜨고 메일 앱을 열었다. 그리고 엄지로 스크롤을 마구 내려봤다. 메일의 내용이 길었다. 심장이 요동쳤다. 그리고 다시 긴 내용의 이메일을 거슬러 올라 첫 줄을 봤다. "Congratulations"

20년 전,장난처럼 내뱉었던 '나 카지노 가입 쿠폰 갈 거야'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혹시 당신의 꿈은 안녕한가?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숨겨둔 채 잊은 척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래된 노트 한 구석에 적어 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저 지나간 꿈이라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믿는다. 당신의 꿈은 여전히 그곳에 있고, 당신이 꺼내어 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오늘 한 걸음을 내딛는다면, 그 꿈은 다시 자라날지 모른다. 그 꿈을 마주할 용기를 가져보자. 나는 그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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