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말을 신을 때마다 항상 걱정을 합니다. 제가 양말을 신으면 십중팔구 얼마 안 가서 뒤꿈치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떨 때는 몇 주를 가기도 하고 어떨 때는 며칠 만에 구멍이 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멍이 생기고, 점점 커져가는 양말을 보며 '또 양말을 사야 하는구나, 신발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양말에 구멍이 쉽게 나니 이런 걱정이 자주 머릿속을 맴돕니다.
저는 매일 만보 채우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과 그림, 공부 등 관심 있는 활동들은 모두 앉아서 하는 것들이라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매일 밤 산책을 하며 만보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걷다 보니 가끔씩 뒤꿈치 부분의 양말이 비명을 지르듯 구멍이 생기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러면 걷다가 또 한숨이 나옵니다. 점점 줄어드는 양말의 개수가 떠오르기 때문이죠. 신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남이 볼 수 없다는 것에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양말은 항상 신발이나 바지에 가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신발을 벗어야 하는 특별한 상황이 오면 숨겨져 있던 양말은 본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모습도 옷, 화장, 물건, SNS 등으로 항상 가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오면 우리는 우리의 숨겨진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제 숨겨진 모습이 구멍 난 양말이 아닌, 먼지가 조금 있더라도 멀쩡한 양말처럼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