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걱정, 그리고 커피 한 잔
조카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하루
오랜만에 조카와 함께 긴 시간을 보냈다. 목적지는 할머니 산소. 논산으로 향하는 길, 벚꽃이 만개한 시골 도로는 평소보다 더 조용하고 화창했다. 운전은 조카가 맡았다. 회사 계약이 곧 끝난다며, 다음 일을 고민 중이라는 말에 슬쩍 눈치를 보게 된다. 묻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그냥 창밖을 보며 호두과자를 건넸다. 말보다는 시간이 더 필요한 날 같아서.
가는 길에 대전 스타벅스에 들렀다. 전망 좋은 창가 자리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보며 잠깐 쉬었다. 말수가 적어진 우리 사이에 따뜻한 라떼 한 잔이 놓였다. 밥은 두루치기로. 조카는 맵다며 밥을 두 공기나 비웠다. 나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잘 먹는 모습이 안심이 되기도 해서.
돌아오는 길엔 성심당에 들러 빵도 샀다. 조카가 말했다. “이런 하루, 생각보다 괜찮네.” 말 그대로였다. 별거 아닌 하루가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