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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구 Apr 28. 2025

므네모시네의 집

#1 이사

아침 햇살이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와 잠을 깨웠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작은 창문을 통해 날씨를 확인했다. 새파란 하늘이 왠지 오늘은 운이 좋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기분이 좋은 이유가 날씨가 좋아서 뿐만은 아니다. 몇 달 전부터 반복되는 일상에 몸이 근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사람들 몰래 회사에서 여행지를 검색해 침을 흘리며 바라만 보다가 부적처럼 지니고 있던 사직서를 서랍에서 꺼내 사장에게 향했다. 어느 때보다도 가볍게 느껴지던 발걸음이 탁월한 선택임을 더욱 확신하게 만들었다. 아마 사람들이 알아주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책상 위에 놓긴 디지털시계에 표시된 ‘3 : 59’이라는 숫자를 확인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평소에는 잘 되지도 않던 물 온도 조절을 한 번에 성공하고 노래를 틀고 흥얼거리며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하루가 좋게 풀리기 위해 알몸으로 머리를 말리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의식을 하고 옷을 입었다. 집을 나서며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 이 좁아터진 방도 이젠 안녕이구나!


얼마 전부터 부동산 중개인에게 집을 소개받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새로운 마음으로 인생의 분기점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제일 처음 생각한 일은 이사였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 집을 보러 가는 날이다. 부동산에 들어섰을 때 평소와는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기에 조금 당황했다. 내가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양이 털이 잔뜩 묻은 옷을 입고 있던 그가 나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 지금까지 집 소개해주시던 분은 사정이 있어서 제가 대신 집 구경시켜 드릴 겁니다.


그는 책상에서 이것저것 챙기더니 나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가는 내내 그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지 않나요?


어색하게 웃으며 내가 대답했다.


- 하하... 그러게요.


그의 장단에 맞추며 마지막 집을 향하던 도중 전혀 주위에 집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매우 오래되어 보이는 집은 나무로 지어져 있었고 옷을 입은 듯 담쟁이덩굴이 집을 감싸고 카지노 쿠폰. 담쟁이덩굴 사이사이로 보이는 집의 겉면은 알록달록하게 페인트가 칠해져 카지노 쿠폰. 다락방에 위치한 두 개의 창문에 한 개의 커튼만 쳐져 있어 마치 나에게 윙크를 하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내가 발걸음을 멈춘 것을 뒤늦게 안 부동산 중개인이 저 멀리서 소리쳤다. 내가 움직이지 않자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온 그에게 물었다.


- 이 집은 뭐죠?


그는 집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정말 아름다운 건물이지 않나요? 다만 이 집은 지어지고 아무도 들어와 살지 않았답니다. 정말이지 이런 아름다운 건물이라면 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싶어 할 만도 한데 말이죠.


그 집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그에게 이 집도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중개인의 말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강한 집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울타리를 열어주며 구경해 보라고 말했다.


삐걱거리는 울타리를 열고 마당으로 들어갔다. 마당에 세워져 있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같이 생긴 (칠이 많이 벗겨진 빨간색의) 우편함이 환영해 주는 듯했다. 집의 문은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다던 집의 안쪽은 방금 청소한 듯이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으며 1층에 거실을 지나서 보이는 주방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사람의 향기가 피부로 와닿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그를 바라보자 자유롭게 구경하라는 듯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거실에 들어서자 눈에 바로 들어온 것은 바닥에 깔린 카펫이었다. 초록색과 주황색의 실이 이리저리 엉켜 아름다운 자수를 만들고 카지노 쿠폰. 카펫 위에는 커다란 탁자와 탁자를 둘러싼 네 개의 소파가 놓여 카지노 쿠폰. 왼쪽 벽에는 책장이 있었고 5, 6번째 칸을 제외한 나머지 칸에는 책이 빽빽하게 꽂혀 카지노 쿠폰. 책이 꽂혀 있지 않은 칸에는 7시 18분을 가리키는 시계와 나무로 된 조각들이 놓여 카지노 쿠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집을 가득 메우고 있는 달콤한 냄새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 있는 탁자 위에 여러 종류의 빵이 있었고 빵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풍겨와 코를 간질였다. 입 안 가득 침이 고였지만 모르는 집에 놓인 음식을 함부로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났다. 눈길이 빵에서 떨어졌을 때 싱크대 옆에 물기가 남아있는 접시들이 나란히 정리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쯤 되니 도저히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라고 할 수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듯 나를 보며 미소를 짓기만 했다.


주방에서 나와 계단과 화장실을 지나 거실의 오른쪽으로 향했다. 거실의 오른쪽에는 두 개의 방이 자리하고 카지노 쿠폰.첫 번째 방문에는 '고양이 (T)'라고 적혀 있었다. 방은 그렇게 넓지 않았다. 그 방엔 털실이 가득 담긴 바구니와 비어있는 책장 그리고 그 위에는 여행 가방 크기의 작은 침대가 있었다. 특이한 점은 방 이곳저곳에 동물의 털이 붙어있었고 벽과 바닥, 책장에는 동물의 발톱 자국이 나 있었다.그 옆에 있는 두 번째 방문에는 '연금술 (A)'이라고 적혀 카지노 쿠폰. 방문을 열자 내가 살면서 맡아본 모든 냄새가 한꺼번에 풍겨왔다. 코를 찌르는 강한 냄새에 눈살이 저절로 구겨졌다. 강한 냄새에 방에 들어갈 수가 없었고 몇 번의 구역질을 하고 나서야 방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2층에 올라가자 2개의 문만이 자리하고 카지노 쿠폰. 왼쪽 방문에는 '몽상가 (D)', 오른쪽 방문에는 '작가 (G)'라고 쓰여 카지노 쿠폰. 오른쪽 방은 잠겨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왼쪽 방문을 열었다. 왼쪽 방은 서재 같았다.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책상과 의자가 있고 양옆엔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장이 있고 의자 뒤편에 큰 창문이 하나 카지노 쿠폰.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는데 마치 내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 듯이 그 방과 내가 서 있는 그림이 새겨져 카지노 쿠폰. 그때 나는 부동산 중개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를 찾으려 1층으로 내려갔고 거실 탁자에는 쪽지가 붙어카지노 쿠폰.


“ 다락방으로 가보세요. 저는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습니다.-부동산 중개인- ”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어떤 부동산 중개인이 고객을 집에 놔두고 쪽지만 남긴 채 사라진단 말인가. 부동산 중개인도 사라졌으니 다음에 다시 와서 그 집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현관문으로 다가갔다.집에서 나가기 위해 현관문을 잡아당겼지만, 힘을 주며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만 같던 현관문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열리지 않을 것처럼 완강하게 닫혀있었다. 창문으로 나가려고 해 보았지만 이내 포기했다. 창문 또한 굳게 닫혀있었을 뿐 아니라 누군가 창문으로 나가는 나를 본다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래서 부동산 중개인의 쪽지에 적힌 대로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다락방에 올라가자 제일 처음 보인 것은 작은 동그란 창문 두 개와 그 밑에 새것도 너무 낡지도 않은 침대였다. 뒤를 돌자 조그만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N이라고 새겨진 나무책상 위에는 한 통의 편지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조그만 유리병에 반투명한 보라색의 액체가 담겨있었다.


보라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왼손에 집어든 채로 책상 위에 있는 편지를 (오른손으로) 집어 들었다. 편지에는 “환영합니다!”라는 다섯 글자가 적혀 카지노 쿠폰. 편지와 함께 한 장의 종이가 더 들어카지노 쿠폰.


그 종이에는 “약을 먹으면 우리와 같이 살게 될 거야.”라는 문구가 적혀 카지노 쿠폰. 몇 번을 읽어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내가 올 것을 알고 카지노 쿠폰는 말투의 문구였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부동산 중개인은 이 집은 지어졌을 때부터 아무도 살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나를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났다. 한참이나 편지를 바라보다가 왼손에 쥐어진 유리병을 보았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뇌가 어서 냄새라도 맡게 해 달라며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유리병마개를 열고 냄새를 맡았다. 상큼한 과일 향이 생각이 많던 머릿속을 비워주었다. 냄새를 맡고 다시금 유리병을 보았다. 손에 들린 빈 병을 보고 멍해졌다. 분명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 병이 비어카지노 쿠폰. 멍하게 병을 보고 있는 나의 어깨를 누군가 두드렸고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이내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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