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해주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물어보면 그 뿐.
아이의 학급 친구의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반이 되어 반가웠는데, 이번 달 들어 나란히 같이 앉은 짝꿍이 되었다는 소식에 이참에 만나서 차 한잔 하자고연락을 했다고 한다. 어머나,짝꿍이 바뀌었구나.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우리 아이는 물어보지 않으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서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들은 하루 종일 엄마아빠에게 종알종알 끝도 없이 이야기를 한다던데, 왜 우리 아이는... 아니다. 우리 아이도 생각해 보면 종알종알 끝도 없이 떠들기는 한다. 그냥 학교에서일어났던 일에 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왜 그럴까? 어려서부터 긴 시간 곁에 있어주지 않아서 그럴까. 내가 아이에게 나 없는 시간 동안의 생활에 대해 나눌 만큼 여유를 보여주지 않아서 그럴까. 내가 워킹맘이라서, 항상 바쁜 엄마라서, 주말에도 시도 때도 없이 업무 전화를 받아서 그럴까.
그냥 아이의 성향이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불쑥, 이런 생각이 찾아들고야 만다. 자고로 좋은 엄마란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아이를 살뜰히 챙겨주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나 또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좋은 엄마가 되어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으면서도, 앎이 생각과 마음을 모두 지배하지 못한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직장 동료 B에게는 유치원에 다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있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우유와 밀가루에 대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어떤 종류든 음식 알레르기는 힘든 일이지만, 우유와 밀가루는 그냥 감내하고 살기에는 상당히 가혹한 일이다. 밖에서 먹는 음식 중에 우유와 밀가루가 없는 음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서 B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알레르기면역요법 치료를 받고 있다. 우유와 밀가루를 아주 소량씩 차츰 접하게 하며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냥 마음이 한없이 약해지는 날이 있다. B의 마음이 한없이 약해졌던 어느 날, B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신이 모유수유를 고집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우유 알레르기를 미리 알아채고 치료시기를 앞당길 기회를 놓친 것 같다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눈이 띠용, 하고 커져서 대답했다.
"살다 살다 그런 바보 같은 말은 처음 들어봐요!"
모유수유를 그렇게 열심히 했으니 안 아프고 잘 큰 거지, 알레르기인 줄도 모르고 분유를 먹였다면, 세상에, 왜 아픈지 모르고 아이를 얼마나 고생시켰을까. 남들 눈에는 이렇게 명확한 사실과 인과, 선후관계가 때로 엄마의 눈에만 흐려진 채 엄마들은 마냥 자신을 탓한다.
이번 일도 그렇지. 만에 하나 내가 바쁜 워킹맘이라는 사실이 아이가 학교생활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에 어느 정도 일조하였다 하더라도, 일을 그만둘 것도 아니고 다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바보 같은 자책은 그만두고,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하면 아이로부터 학교생활 이야기를 이끌어내면 될 일이다.
저녁을 먹으며 뜬금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말했다.
"별아, 엄마는 오늘 낮에 완전 신나는 일이 있었어."
"무슨 일?"
"오늘 점심 먹고, 새로 생긴 카페에 갔는데 뽑기 이벤트가 있는 거야. 근데 같이 간 친구들은 5등 뽑아서 과자 하나씩 받았는데, 엄마는 3등 뽑아서 공짜 커피쿠폰 받았다!"
"우와! 엄마 진짜 좋았겠다!"
"그치? 다음에 가면 또 뽑기 해볼 수 있다는데, 주말에 별이 너도 같이 가볼래?"
"응, 나도 가볼래. 내가 뽑기 해봐도 돼?."
"그럼. 이번 주말에 가보자. 근데 별이 너는 오늘 학교에서 혹시 신나는 일 없었어?"
"음... 그렇게까지 신난 건 아닌데, 위클래스에서 친구한테 편지 쓰기 이벤트가 있었어. 나한테 편지 세 통이 왔어. 그래서 기분 좋았어."
"우와, 편지를 세 통이나 받았어? 진짜 좋았겠다! 어떤 친구들이 써준 거야?"
"응, 율이랑 연이라고 나랑 맨날 보드게임 같이 하는 우리 반 친구들이랑, 영어학원 같이 다니는 재스민이 써줬어."
"율이랑 연이랑은 무슨 보드게임을 하는 거야?"
"우리 반에 보드게임 존이 있는데..."
우리는 그날 저녁,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교우관계, 교실 안에 있는 놀이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놀이 선호도, 위클래스(학교 상담실)에서 하는 이벤트들... 저녁을 다 먹을 때 즈음, 앞으로도 서로 회사에서의 이야기와 학교에서의 이야기를나누자며 손가락 도장도 꾹 찍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모자라면, 이렇게 조금 더 노력하면 될 일이다. 아마 그럴 거다. 그냥 나는 그렇게 믿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