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그 많은 솜사탕에 대한 단상
아이는 나를 쏙 빼닮아서, 영아기 때에는 휴대전화 사진 앱이 어린 시절 내 사진과 아이의 사진을 동일 인물로 분류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생김이 닮았다고 어디 알맹이가 같을까. 아이의 식성과 취향은 영 나랑은 맹탕 안 맞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솜사탕.
옛날부터 나에게 ‘솜사탕’이란 ‘노랫말에 등장하는, 이름조차 귀여운, 하지만 별 맛은 없는 먹을거리’에 불과했다. 엄마를 졸라서 손에 쥐어봤자, 맛은 화장품 냄새 같은 인위적 향기가 스민 설탕맛이고, 베어 먹으면 온 얼굴이 끈적해지고, 떼어먹으면 손이 끈적해지는 처치곤란한 녀석이다. 이처럼 먹을거리로서의 솜사탕은 그저 그렇지만, 같은 제목의 동요는 참 좋아한다. 가볍고 경쾌한 가락도 좋고, 아기자기한 가사도 사랑스러워서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흥얼흥얼 불러주고는 했다.
그래서일까.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솜사탕을 너무 좋아했다. 길을 가다 솜사탕 기계가 보이면 발을 떼지 못하고, 하염없이 설레는 눈으로 솜사탕을 바라보곤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하나 손에 쥐어주면, 단맛에 취했는지 행복에 취했는지 모를 만큼 도취된 표정으로 야무지게도 스윽 스윽 솜사탕을 떼어먹더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우리 아이의 인생에서, 과자를 허용한 이래로, 아마도 내 기억에 따르면 솜사탕을 마주쳤을 때 손에 쥐어보지 않은 날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그 큰 솜사탕을 아이 혼자 다 먹도록 두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나와 남편은 부모로서의 사명감으로, 입에 안 맞는 솜사탕을 그때마다 한 움큼씩 함께 나눠 먹었다.
우리는 온갖 곳에서 솜사탕을 먹었다. 놀이동산에서, 동네 공원에서, 학교 앞 길가에서, 쇼핑몰에서, 자판기에서, 휴게소에서... 온갖 날씨에도 먹었다. 솜사탕 위로 벚꽃이 내려앉을 때에도, 가을 단풍이 온 산을 물들였을 때에도, 한겨울 칼바람에도 손이 꽁꽁 얼어가면서 솜사탕을 먹었다. 온 계절 중 솜사탕을 먹기 가장 고역스러운 날씨는 여름이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솜사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녹아 뚝뚝 떨어진다. 나는 그것을 아이와 함께한 첫 해외여행지에서 알게 되었다. 홍콩 디즈니랜드 한복판에서, 솜사탕은 구매 후 약 30초 만에 분홍빛 노란빛 액체로 변하며 땅바닥으로 하강하기 시작했고, 아이의 눈물방울도 펑펑 하강했다. 그 서러움은 엘사 여왕도 곰돌이 푸우도 달래줄 수 없었다.
사 먹기만 했을까. 만들어 먹기도 했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였나, 어린이날 선물로 솜사탕 기계를 사주었다. 그 뒤로 한동안 솜사탕 아저씨를 쉬이 볼 수 없는 계절에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그건 또 얼마나 재밌고 심란한 일인지. 솜사탕 기계가 예열되면, 솜사탕용 설탕을 투입구에 한 수저 넣는다. 나무젓가락을 동그란 기계 안쪽에 두고 몇 초 기다리면, 가장자리에서부터 솜사탕이 정말 실처럼 날아든다. 나무젓가락을 휘휘 저어서 날아가는 설탕실을 모으고 또 모으면 솜사탕이 되는데, 설탕을 조금만 많이 넣으면 미처 실이 되지 못한 설탕이 온 사방으로 튀어 날아간다. 짧은 유흥 뒤에 남는 지난한 청소의 시간은 아이의 몫이 아니니까, 아이는 마냥 행복했다.
매주 화요일이면 아파트 장터가 열린다. 엊그제 퇴근 무렵, 아이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함께 장터에 가자고 했다. 아니, 이 집순이가 먼저 바깥에 나가자니 이게 웬일인가 했더니, 하굣길에 장터에 솜사탕 아저씨가 와있는 것을 봤단다. 그래, 네 유난한 솜사탕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구나. 아이를 만나 손을 맞잡고 솜사탕 아저씨에게 향했다. 아저씨가 파는 솜사탕은 크기별로 다양했는데, 가장 큰 솜사탕의 이름은 무려 '왕왕 큰 솜사탕'이었다. 아이는 왕왕 큰 솜사탕을 위해 요즘 점점 사라져 가는 애교를 온몸으로 부리며, 엄마아앙, 매달려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왕왕 큰 솜사탕을 손에 쥐고 내 주변을 빙빙 돌며 별 것 아닌 모든 이야기에 까르르, 까르르 웃어댔다. 눈을 초승달처럼 접고 웃었다. 나는 물었다.
"별이는 몇 살 때까지 엄마한테 솜사탕 사달라고 조를 거야?"
"백 살! 죽을 때까지!"
아, 사랑스러워라. 하지만 언젠가 네가 자라면 내 품을 떠나 너의 삶을 살아가겠지. 더 이상 카지노 게임 추천 사달라 조르지 않는 날이 오겠지. 네가 이만큼 카지노 게임 추천 좋아했었다고 얘기하면, 옛날 얘기 좀 그만 하라며 타박하는 그런 날도 오겠지. 그 날이 오더라도, 나는 언제 어디서고 솜사탕만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작은 너를 떠올리고, 우리가 함께한 연분홍빛 달콤함을 그리며 널 향한 마음에 몸부림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