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이나
아이들도 이제 6살 4살이 되었다. 아이들이 커지니 방 2개인 아파트는 좁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이사를 생각하고 여기저기 많이 매물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기에 멀리 갈 수는 없었다.바로 옆 단지에 30평대 아파트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학교 후문이 바로 앞이었다. 친정과도 가까우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저렴한 집을 사서 인테리어 하자는 생각으로 매물을 여러 번 봤다. 옛날 아파트라 보너스 평수도 있고 구조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봄,올 인테리어를 한 집이 나왔다. 우리는 이 집을 보고 나니 다른 집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계약을 했다. 하지만 우리가내놓은 24평 집에 들어올 부부가 전세가 안 나가서 이사날짜가 많이 늦어졌다.봄에 계약하고는 가을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할 집은 손을 볼 필요도 없는 집이었다. 우리 부부는 들떠 있었다. 신혼을 전세로 시작해 전세로 살던 24평 집을 매매로 구매했고 이사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도 방 하나씩 줄 수 있고 집이 정말 예뻤다. 신랑도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우리가 이사하기 일주일 전...알고 지내는아이들 친구의 엄마 아빠들이이 소식을 듣고는 이사하고 그 주말에 우리 집에서 모이자고 했다. 집들이를 하자는 것이었다.이사하자마자 모인다는 게 좀 부담스러웠다. 한두 집도 아니고 아이들까지 모이면 어마어마한 인원이었다. 우리의 의견과 상관없이 최고 연장자 아빠가 우리 집에서 모이자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일단 알겠다고 했다.
이사는 10월 31이 수요일인데 그 주말에 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사하기 일주일 전 난 그녀와 일상 통화를 하게 되었다.
" 네 어머니. 오늘 날씨가 좀 쌀쌀하네요. "
" 그래 너도 감기 조심하고 "
" 이사하는 주말에 애들 친구 엄마 아빠들이 집들이를 하자고 해서 모일 거 같아요."
".... 이사 하자마나 집에 온다는 게 좀 그러지 않니? "
" 네 저희도 갑자기 그래서 당황스러운데 거의 분위기가 모이는 걸로 돼서..."
" 얘 아무리 그래도 이사하자마자 온다는 사람들이 너무하네."
" 그니까요...."
이렇게 주말에 집들이 온다는 소식을 조심스레 전했을 때 나한테는 조곤조곤 얘기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한 시간 후 신랑한테서 전화가 왔다.
" 집들이 얘기 했어? 뭐 하러 얘기했어. 이사하자마자 집들이 왜 하냐며 난리야. 일단 집들이 안 한다고 얘기했으니까 모임에 이야기해서 못한다고 해야 할거 같아."
바로 아들에게 전화해서 한소리 한 모양이다. 난 모임 톡에 사정이 생겨 집들이는 안될 거 같다고 올렸다. 그리고 친구 엄마가 전화가 온다. 그래서 그녀가 화가 났다고 얘기했다. 내 사정을 다 아니까 이해한다고 했다.
그렇게 일하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한 시간이고 자기 할 말을 하고 끊었을 그녀다. 신랑이 그녀에게 집들이 취소 됐다고도 전했다. 그럼 이제 끝 아닌가?? 원하는 대로 다 했다.
수요일, 드디어 이사 날이다.
이사 전 집정리부터 부동산 관련해서도 거의 다 내가 준비해왔다. 이삿날도 부동산을 왔다 갔다 하며 잔금을 치르고 정말 정신이 없었다. 이사는 거의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이삿짐센터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난 하루 종일 앉아 있지도 못한 채 정리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처음 하는 이사라서 더 힘들었다.아이들은 유치원에 갔다가 친정집에 맡겨두었다. 그녀한테는 한통의 전화도 없었다. 이사를 잘하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대충 짐을 정리하고 며칠 동안 주말까지 정리가 필요했다. 어차피 주말에 집들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렇게 목요일 금요일은 평소처럼 회사를 가고 신랑은 여기저기 손볼 때가 있는지 살펴보며보냈다.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늦게 일어나 우리는 각자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난 아이들 방에서 아이들 옷을 정리했다.신랑은 옷장에서 자기 옷을 정리 중이었다. 마침 에어컨 설치 기사님이 오셨다. 베란다에서 에어컨 설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그때 신랑한테로 전화가 왔고 방에서 한참을 통화하고 끊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길어지는 통화는 역시나였다.작은 방에서 아이들 옷을 정리 중일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다.
하지만 때가 온 것이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이판사판인 마음이었다. 어디 한번 건드려 봐라. 내가 가만있나...
" 여보세요"
" 너 왜 내 아들 짐정리 시키니?"
"...."
"그리오 오늘 오는 날인데 왜 안 와?"
" 지난주에 갔다 왔잖아요!! 이사하고 짐정리 하는데 어떻게 가요? "
" 주말이면 당연히 여기 와야지 왜 안 와?"
" 지금 그것 때문에 화난 거 아니잖아요. "
" 그래. 이사 한지 얼마나 됐다고 집들이를 해? " 시댁식구도 아직 안 갔는데 어디서 집들이야?"
" 그래서 취소했잖아요!! "
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난 고분고분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말투로 대했다. 그녀가 살짝 당황하더니 더 크게 소리친다.
" 어디서 바락바락 대들어!! 너 내가 택시 타고 쫓아갈 거야!"
나랑 언쟁이 시작되고 얼마 있다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쫓아오겠다고 협박을 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난 전혀 무섭지도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았다. 몇 년간 어디 한 번 건드려봐라 가만 안 두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서일까.
전화를 끊고 난 옷을 입고 핸드폰을 들고 나왔다. 에어컨 기사님은 설치가 다되어가고 있었고 나의 전화를 다 들었다. 아이들도 집에 있었다. 신랑은 어디 가냐고 했지만 난 나가버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쫓아온다 했고 난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지르고 나와버렸다. 터벅터벅 걸으며 친정엄마가 사는 아파트로 내려갔다. 일단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 친구 엄마 집으로 향했다. 그 집에서 친구엄마와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열받아 있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가 계속 전화를 했다. 난 끊어 버렸다. 또 전화가 온다. 또 끊어 버렸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지갑을 안 가지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갔다. 뭔가 마주칠 수도 있을 것 같아 난 우리 집 한층 아래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려 계단으로 올라가 보았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현관에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신발이 보였다.
그녀가 진짜 택시를 타고 쫓아온 것이다. 어디를 가든 우리 집에 오든 항상 아들이 가서 데리고 오고데리고 가야 하는그녀인데 처음으로 40분 거리를택시 타고 온 것이다.
난 곧바로 다시 친정집으로 갔다. 더 이상 숨길수도 없는 일이었다. 엄마는 무슨 일이냐며 놀랬다. 이래저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데 또 무료 카지노 게임한테 전화가 왔다. 그리고 신랑이 계속 전화가 왔다. 안 받았다.
신랑은 문자로 전화 좀 받으라며 할 말 있음 직접 하라고 했다.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젠 친정엄마한테로 그녀가 전화했다. 엄마 보고 받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는 신랑도 엄마한테로 전화했다. 끝도 없이 전화가 울렸다. 결국 신랑이 친정집으로 찾아왔다. 내가 여기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놀이터로 나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 그냥 할 말 있으면 직접 얘기해 피하지 말고 "
" 만나고 싶지도 않고 말하기도 싫어 "
긴 얘기 끝에 결국 직접 대화하기로 했다. 신랑은 대화로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결국 어른한테 잘못했다며 내가 사과하기를 바라고 있을 그녀인데 말이다.
결국 집으로 들어갔다. 이사한 지 며칠 안된 집이라 거실에 소파도 없고 아이들 매트만 접힌 채로 소파를 대신하고 있었다. 거기 가운데 그녀가 앉아 있었다. 나를 노려 보며 왕자리처럼 앉아있었다. 하지만 난 떨리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 앞에 앉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따가운 시선이 내 눈에 꽂힌다. 난 피하지 않았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봤다.
" 할 말 있으면 직접 해 "
신랑은 나보고 할 말을 하란다. 하고 싶은 말도 없는데 말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첫마디를 던졌다.
" 내 아들하고 이혼해 "
" 싫은데요~ "
약 올리듯 바로 대답했다.
" 네가 내 아들하고 살 거면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내 아들하고 살 거면 부모인 나한테 잘해야 되는 거 아니야?"
" 이혼 생각 없는데요. 그리고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요?"
무료 카지노 게임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더욱 무료 카지노 게임의 약을 올린 것이다.
" 뭐라고?"
무료 카지노 게임가 내 눈앞에 와서는 내 멱살을 잡았다. 나와 무료 카지노 게임 사이 간격은 10cm 정도였고 얼굴을 내 앞에 들이대고 있었다.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똑바로 무료 카지노 게임를 응시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나의 멱살을 잡고 있었지만 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 장면을 난 잊을 수가 없다. 난 당당히 맞섰고 그녀는 울분인 건지 겁나는 건지 입술을 덜덜 떨며 나를 쳐다봤다. 멱살을 잡혀도 난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날 때리거나 한다면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니까. 때리면 맞을 생각이었다. 그러더니 다시 멱살을 내려놓았다.그리고는 부엌으로 가서는 가스레인지 위에 있던 압력밥솥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동요하지 않았다. 던지든지 말든지 가만히 있었다.그녀는 밥솥을 던질 것처럼 하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내가 집에 들어온 게 4시쯤이었는데 벌써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에서 소리치며 방에 들어가 있으라 했다. 아이들은 빼꼼히 쳐다보다 들어갔고그 이후 이런 사단이 난 것이다. 아이들이 봤을지 못 봤을지 알 수 없었다.
먼 훗날 12살이 된 아이가 얘기했다. 그때 6살이었는데 엄마 멱살 잡는 거 봤다고.... 내가 아이한테 한 번도 애기 안 했는데 아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와 연을 끊게 된 후 아이가 털어놓았다.
그녀는 나보고 사과하라고 했다. 어른한테 대들었다는 이유로.... 난 사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한두 시간이 흘러 난 그냥 가보겠다고 일어났다. 겉옷을 걸치고 현관으로 나가려는데 그녀가 달려와 내 겉옷을 잡았다. 난 쏙~ 하고 팔을 빼 옷을 벗었다. 그리고 신랑도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결론도 안나는 이야기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데 말이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이때까지 쌓아둔 이야기를 시작했다.
" 네가 영양제 한번 사줘 봤냐?"
" 사드렸잖아요 저번에도 사드리고!"
" 너 영양제 판다 해서 내가 내 돈으로 사줬지"
" 제 돈으로도 사드렸거든요?"
" 아들 너도 할 말 있으면 해 봐 "
" 우리도 주말이 필요한데 매주 엄마집 가는 거는 좀 그래 . "
" 뭐? 그게 뭐가 힘들다고 "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큰아들한테 전화한다.
" 큰아들 큰며느리하고 당장 이 집으로 와! "
그녀가 한마디 할 때마다 나도 지지 않고 대답했다.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약이 올랐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니까. 이제 큰아들 내외까지 불러서 호통을 칠 생각인 것이다.
8시가 넘어서 큰아들내외가 왔다.형님은 아기띠를 한 채로 앉았다. 대충 아침에 형님한테 상황을 설명했기에 알고 있었다.
다짜고짜 무료 카지노 게임가 형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 얘가 주말에 시댁 오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한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형님이 대답했다.
" 그러니까 왜 주말마다 시댁을 가야 해요?"
그 순간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 뛰며 소리쳤다.
" 두 며느리들이 감히 어디서 대들어?버르장머리 없이!! "
큰며느리도 자기가 원하는 답을 내지 않았다. 내가 당하는 만큼 형님도 당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서 날뛰며 열받은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하는 말마다 내가 꼬박꼬박 대답을 하니 결론이 안 나겠다 싶었을 것이다. 결국 나한테 원한 사과를 못 받게 되자 10시쯤 그녀가 일어났다.
큰아들내외 보고 가자고 했다. 그렇게 그녀가간다며 일어나서 현관으로 나서더니 갑자기 덥석 내 손이 잡으며 친절한 모드로 얘기했다.
" 아가 그만하고 쉬어 ~"
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싶었다.
그렇게 그날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오후부터 온 그녀는 나에게 원하는 사과를 받을 때까지 10시가 되도록 가지 않았다. 결국 사과를 못 받고 일어났다.
어쩌다 보니 시댁식구는 처음 우리 집을 본 날이 되었고 시끌벅적한 집들이가 되어 버렸다. 집 구경 할 사이도 없이 앉아서 욕만 먹다가 헤어졌다.
정말 그날은 나약한 내가 아니었다. 한 번도 떨지도 않았고 할 말을 다 해버렸다. 속이 다 시원했다.
역시 한 번은 뒤집어 줘야 "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거리는구나 " 하고 깨닫게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과를 받지 못한 무료 카지노 게임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며칠 후 아주버님네와의 단톡에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 어머님이 죽겠다고 짐을 싸서 옥상에 가십니다. 며느리들은 어떻게 할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상의해서 잘 마무리하면 좋겠네요"
죽겠다는 사람치고 죽는 사람 없다 하지 않나.... 들어보니 죽겠다고 한 게 한두 번도 아닌 듯했다.
난 대답하지 않았다. 형님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건 상의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마음이 다쳤기에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그런 여유 없이 그녀는 죽겠다는 자기 앞에 며느리들이 나타나 죄송합니다!! 하고 석고대제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의감정은 그녀한테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기를 힘들게 한 것이 싫은 것이다. 왜 아들과 며느리가 그렇게까지 했을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후 신랑과는 별일 없이 지내긴 했지만 둘이서 술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중간입장이라며 엄마도 잘못했는데 항상 나도 잘못했다고 했다. 적어도 어른한테 대든 건 사과해야 한단다.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니?라고 따져 묻고 싶었다.
그리고 술을 많이 먹은 신랑이 섭섭함을 토로했다. 자기 형 무시 하냐며 단톡에 왜 대답을 안 하냐는 것으로.....그렇게 시작된 이 남자의 분노는 결국 유리잔을 식탁에 내리치며깨뜨리고 피를 흘리며 마무리가 되었다. 그때도 난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동요하지도 않았다.
내편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내가 어디까지 당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난 아이가 둘이고 이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한테서 벗어나려면 정말 그 방법 밖에 없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