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후 1시가 지나니 ‘막 젊은 갸’가 나온다. 갯가엔 해녀들이 드나들기 쉽도록 길을 닦아놓았다. 그리로 테왁을 끌고 나오는데 무게에 휘청댄다. 길이 미끄러운지 넘어지기도 한다. 지켜만 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2
길 중간쯤에서 만났는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망사리에 든 뿔소라를 쏟아놓고 부대에 담을 준비를 한다. 물속이 어떠냐고 물으니 춥단다. 그래 더는 할 수 없어 나오는 길이라고. 오늘 뿔소라 수확이 좋다. 30킬로가 넘어 보인다. 부대 두 개에 큰 놈, 작은 놈 골라 담기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면장갑을 끼고 거들었다.
3
“저 관광객은 왜 저렇게 오래 서 있나 했어요.”
“아, 그 멀리서도 보여요?”
“네.”
"저는 관광객 아니고 가파도에 살러 왔어요."
"아, 그래요?"
“이제 자주 만날 거예요. 근데 아침은 먹었어요?”
“먹는 시늉만 했어요.”
“배 안 고파요?”
“평생 이렇게 살아와서 괜찮아요.”
“젊을 때 뱃물질은 해봤어요?”
“여기로 시집을 와 물질을 늦게 시작해서 갯물질만 했어요.”
“그렇게 무거운 거 끌고 지고, 무릎은 괜찮아요?”
“어떻게 괜찮겠어요. 무릎은 벌써 안 좋아요. 그전에 쓸개를 떼어내고, 이것저것 조금씩 떼어냈어요.”
“그럼 쓸개 없는….”
아, 이놈의 농담은 시도 때도 없다. 아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얼굴에 무장이 해제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래요. 쓸개 빠진 *이죠.”
“이름은? 나이는 어떻게 돼요?”
“이름은 ***이고, 나이는 만 일흔이에요. 55년 양띠.”
아, 나보다 한 살 많다. 동갑이었더라면… 친구 먹자고 했을 텐데. 아쉽다. 집의 위치를 물어 가끔 찾아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4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지고 갈 짐은 뿔소라 부대 2개, 테왁+망사리. 하나라도 들어주려 했지만 생각보다 엄청 무겁다. 테왁+망사리도 못 들겠다. 도움은 역부족이다. 한 번 갔다 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기다렸다가 두 번째는 뒤를 따라갔다.
전동차에 짐을 싣고 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말했다.
“도와주어 고마워요.”
“아니에요. 내가 한 게 뭐 있다고요.”
“그럼 이제 어떻게 갈까요?”
보조를 맞추어 같이 갈까,아니면 먼저 가도 되겠느냐는 물음이다. 답은 나와 있다. 한시라도 빨리 가서 따뜻한 물로 씻고 싶을 거다.
“아, 예, 먼저 가세요.”
나는 옆으로 물러서며 길을 내주었다.
5
일흔 나이에 온몸의 힘을 짜내 뿔소라 자루를 짊어지고, 걷는 것마저 힘들어하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전동차를 몰고 가는 뒷모습을 보니 갑자기 노래 가사 하나가 떠올랐다.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반이나마 나눠지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힘이 다한 나에게도 애잔함이 솟는 화창한 봄날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