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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진 Mar 12. 2025

등이_휠_것_같은_삶의_카지노 게임 사이트

1

오후 1시가 지나니 ‘막 젊은 갸’가 나온다. 갯가엔 해녀들이 드나들기 쉽도록 길을 닦아놓았다. 그리로 테왁을 끌고 나오는데 무게에 휘청댄다. 길이 미끄러운지 넘어지기도 한다. 지켜만 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2

길 중간쯤에서 만났는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망사리에 든 뿔소라를 쏟아놓고 부대에 담을 준비를 한다. 물속이 어떠냐고 물으니 춥단다. 그래 더는 할 수 없어 나오는 길이라고. 오늘 뿔소라 수확이 좋다. 30킬로가 넘어 보인다. 부대 두 개에 큰 놈, 작은 놈 골라 담기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면장갑을 끼고 거들었다.


3

“저 관광객은 왜 저렇게 오래 서 있나 했어요.”

“아, 그 멀리서도 보여요?”

“네.”

"저는 관광객 아니고 가파도에 살러 왔어요."

"아, 그래요?"

이제 자주 만날 거예요. 근데 아침은 먹었어요?”

“먹는 시늉만 했어요.”

“배 안 고파요?”

평생 이렇게 살아와서 괜찮아요.”

“젊을 때 뱃물질은 해봤어요?”

“여기로 시집을 와 물질을 늦게 시작해서 갯물질만 했어요.”

“그렇게 무거운 거 끌고 지고, 무릎은 괜찮아요?”

“어떻게 괜찮겠어요. 무릎은 벌써 안 좋아요. 그전에 쓸개를 떼어내고, 이것저것 조금씩 떼어냈어요.”

“그럼 쓸개 없는….”

아, 이놈의 농담은 시도 때도 없다. 아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얼굴에 무장이 해제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래요. 쓸개 빠진 *이죠.”

“이름은? 나이는 어떻게 돼요?”

“이름은 ***이고, 나이는 만 일흔이에요. 55년 양띠.”

아, 나보다 한 살 많다. 동갑이었더라면… 친구 먹자고 했을 텐데. 아쉽다. 집의 위치를 물어 가끔 찾아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4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지고 갈 짐은 뿔소라 부대 2개, 테왁+망사리. 하나라도 들어주려 했지만 생각보다 엄청 무겁다. 테왁+망사리도 못 들겠다. 도움은 역부족이다. 한 번 갔다 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기다렸다가 두 번째는 뒤를 따라갔다.

전동차에 짐을 싣고 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말했다.

“도와주어 고마워요.”

“아니에요. 내가 한 게 뭐 있다고요.”

“그럼 이제 어떻게 갈까요?”

보조를 맞추어 같이 갈까,아니면 먼저 가도 되겠느냐는 물음이다. 답은 나와 있다. 한시라도 빨리 가서 따뜻한 물로 씻고 싶을 거다.

“아, 예, 먼저 가세요.”

나는 옆으로 물러서며 길을 내주었다.


5

일흔 나이에 온몸의 힘을 짜내 뿔소라 자루를 짊어지고, 걷는 것마저 힘들어하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전동차를 몰고 가는 뒷모습을 보니 갑자기 노래 가사 하나가 떠올랐다.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반이나마 나눠지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힘이 다한 나에게도 애잔함이 솟는 화창한 봄날 오후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막 젊은 갸'가 애지중지하는 테왁과 망사리. 망사리 안엔 노란 오리발.
카지노 게임 사이트해녀의 길. 물이끼로 아주 미끄럽다. 저 끝에서 그녀가 수확물을 끌어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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