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도망치듯 퇴사한 후에는
쌩백수가 되었다.
소속 없이 이름 석 자만으로
오롯이 남겨지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건 그러니까,
광활한 허허벌판에
홀딱 벗고 서있는 기분이었다.
카지노 쿠폰 한 장이 간절했다.
아, 나한테는 카지노 쿠폰 팬티였구나.
그제야 실감카지노 쿠폰.
정오가 다 될 때쯤 느지막이 일어나
지난 회사 생활에서 누려보지 못한
자유와 빈둥댐을 만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막막카지노 쿠폰.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해놓은 것은 없고
세계 여행이란 거, 떠날 수는 있는 걸까-
불안은 시나브로 제 몸집을 불려
거칠게 나를 공격하기 시작카지노 쿠폰.
그중 가장 나를 환장하게 만드는 포인트는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했기에
그 누구에게도 불평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조언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대체 누구한테 이걸 물어본단 말인가?
당시 내 주위에는
내가 하려던 것을 먼저 해본,
그러니까 이 분야의 선임이 없었다.
겉으로는 웃으며
속으로는 타는 목을 축여야 했던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날들 속에
불만을 쏟아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어디로 가는지 모를 이 기차에 함께 올라탄
김멋지 뿐이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력감,
더 정확히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
그 속에서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찾은
수박 겉 핥기 식의 여행 관련 정보 링크를
김멋지에게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당시 멋지의 퇴사 일자는 나보다 좀 뒤로 잡혔는데,
단지 그 이유로 그 친구는 일하는 시간 내내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게 날아오는
나의 URL 폭탄들을 받아내야 카지노 쿠폰.
처음 얼마간은
지금 내가 더 시간이 많으니
먼저 알아보고 준비하면 되지-
너그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자
나의 곱상한 배려는
빠르게 품절 났다.
아니!! 대체!!!!!
떠날 마음이 있기는 한 거야????
나만 알아보고!!!!!!!!!!!!!!!!!!!
나만 준비하고!!!!!!!!!!!!!!
차츰 천하태평 김멋지의
세상만사 느긋한 선비적 행태가
꼴 보기 싫어졌다.
평소 같으면 꺾꺾 웃으며 받아칠 드립에도
‘저럴 시간 있으면 퇴근하고 뭐라도 좀 알아보지,
나는 온종일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날선 생각에 떨떠름하게 반응카지노 쿠폰.
그게 짜증으로 퉁쳐진 불안이란 걸
그땐 몰랐다.
그래도 이러다 말겠지 카지노 쿠폰.
불만을 얘기하려다가도
꾹꾹 눌러 삼켰다.
티가 날지언정.
그러나 출국 날짜가 차박차박 다가오자
그 눌러 담은 예민함은 무럭무럭 자라
지랄꽃밭이 되었다.
떠날 마음이 없는 놈을
내 욕심에 질질 끌고 가는 건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좋다며 같이 가자고 했잖아 분명.
좁아터진 자취방에 종일 누워
하루에도 몇 번씩 지킬이었다 하이드였다
용천발광을 카지노 쿠폰.
나가서 햇볕 쬐며 뜀박질이나 한 판
시원하게 갈기고 잠이나 더 잘걸.
그런 방법 따위 모를 때였다.
짜증 내는 횟수가 쌓이자,
녀석이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다.
지난 세월 동안 함께
인도, 터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같은
쉽지 않은 곳을 함께 여행했을 때도 겪지 않았던
팽팽한 기류가 놈과 나 사이에 흘렀다.
카톡과 전화도 줄었다.
전에 없이 뜨뜬미지근한 며칠을 보내다
결국 술병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분위기가 요상카지노 쿠폰.
이건 분명 전남친들과 끝장을 볼 마음을
잡숫고 나간 자리에서나
흐르던 바이븐데...
어색함을 닦아내려
이런저런 쓸데 없는 말들을
맥락 없이 쏟아내다 결국,
가슴속 깊이 눌러 담은 말을
툭- 뱉어버렸다.
“이럴 거면 그냥, 따로 가자.”
소주병 뒤로 비치는
녀석의 동공이 커졌다.
+12편으로 이어집니다.
완벽보다 완성,
오늘은 여기까지-
위선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