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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송 Mar 10. 2025

카지노 게임 한달살기, 그 후

일 년 뒤, 우리의 에필로그


서울로 돌아왔다.

여행이 끝나자 현실은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1월이 다 지나가는데 우리 집 크리스마트리는 여전히 거실 한구석에 서있었고, 열흘 뒤면 명절 연휴가 다가오고 있단다. 일상 복귀를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함을 직감했지만, 일부러 더 서둘러 짐을 풀었다. 대청소를 시작으로 꾸역꾸역 명절 준비를 시작했다.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차려내고 나니 더 큰 공허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2024년 2월이었다. 그리고 봄이 왔고 지호는 한 학년이 올라갔다. 나는 여전히 갈 길을 못 찾은 듯했지만 내 일상은 알게 모르게 선명해지고 있었다. 나는 또 하루하루를 살았다.




일 년이 흐르고, 우리의 카지노 게임 여행은 아주 크고 두꺼운 사진앨범처럼 지호와 나에게 남았다. 종종 이든이 소식이 시드니에서 들려오고, 우리도 예전보다 자주 소식을 전한다. 한 달 살기가 끝나고 두 번의 방학이 지나갔다. 이든이는 방학이 다가올 때마다 지호가 왔으면 좋겠다고 우리를 초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응하지 못하고 있다.


카지노 게임 여행 전에 포토프린터를 샀다. 여행 가서 일기를 쓰게 하려는 엄마의 빅픽처. 그렇게 하여, 지호는 매일 저녁 일기를 썼다. 원하는 사진을 출력해서 붙이고, 지호의 글씨로 꾹꾹 눌러서. 일기라고 해봤자 그날 일정을 2-3줄 기록하는 게 전부였지만. 우리는 그 일기장을 자주 들여다본다. 이번 브런치 글을 쓰면서 더 많이 펼쳐 보았다. 기억을 소환하고 지호와 끊임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좋다.



카지노 게임둘의 추억들



일 년 뒤, 지호와의 인터뷰

(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했던 Q&A

일기장에 적어놨던 질문을 다시 물어보았다.)


Q1. 카지노 게임에서 살고 싶다 생각한 순간이 있나요?

- 아니요. 좋았긴 했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Q2. 다시 가고 싶은가요?

- 네. 꼭 다시 가고 싶어요.


Q3. 다시 간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 이든이랑 놀기, 동물원 가기, 윤아 누나랑 공부하기, 호텔도 또 가고 싶어요.

Q4. 다시 가면 절대 안 하고 싶은 경험이 있나요??

- 스포츠 캠프는 안 가고 싶어요.


Q5. 카지노 게임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 이모가 만들어 준 거전부 다. 그리고 수박.


Q6. 카지노 게임에서 가장 편안했던 장소는?

-이든이 집이지요.


Q7. 카지노 게임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 당연히 동물원. 카지노 게임 동물들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Q8. 카지노 게임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공동묘지. 이모가 자꾸 말 안 들으면 둘이 같이 공동묘지에 내려준다 했잖아요. 으, 싫어요.


Q9. 영어공부에 대한 생각은?

-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생각이 아주 많아요. 영어가 재미있으니까. 그 누나랑 영어 공부 다시 하고 싶어요.


Q10. 카지노 게임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 언어가 달라요. 한국어와 영어.


Q11. 첫 여행을 끝내며 하고 싶은 말?

- 여행 또 가고 싶어요.


Q12.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 카지노 게임에서 로또를 샀어야 했는데. 카지노 게임에서 제가 운이 진짜 좋았거든요. 평소에 잠도 못 자는데 거기선 잠을 엄청 잘 잤어요. 그리고 스포츠 캠프에서도 물 마시는 사이 다들 가버려서 이든이도 우리 팀도 잃어버렸는데 운이 좋게 다시 찾았어요.

Q13. 여행 후 뭐가 변했나요?

- 영어 실력


Q14. 카지노 게임를 제외하고 다음 여행은 어디로가고 싶은가요?

- 핀란드캐나다(모두 엄마친구 이모들이 있는 곳)


Q15. 지호에게 여행이란?

- 여행은 좋다. 여러 관광지도 살펴보고 교훈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아요.



카지노 게임아름다웠던 순간



우리에게는 시간 여행이기도 했던 한 달 살기. 나의 과거이기도 하고 아들의 과거도 있는 곳. 지호가 태어난 병원, 우리가 살았던 동네와 집, 자주 가던 쇼핑몰과 카페, 놀이터 그리고 그때의 친구들까지. 나는 또렷이 기억하지만 지호는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지호의 작은 역사를 보고 왔다. 시간은 흘러갔을지라도 공간들은 고스란히 남아있었으니까.


지호에겐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해서 몇 번이나 물어보았지만, 9살 아이에겐 다소 어려운 질문이었나 보다. 그래, 어쨌든 너는 내가 의미를 부여했던 장소들은 모두 좋아했던 거 같다. 만약 우리가 다시 갈 수 있다면 이번 추억까지 더해져 더 많은 곳을,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싶겠지.



카지노 게임아들이 태어난 집(위)과 자란 집(아래)



나에게 한 달 카지노 게임는 휴식이었고 충전이었다. 오늘은 뭐 하지? 어디 가보지? 이외에는 신경 쓸게 없었다. 쉐프 출신의 언니 덕에 부엌에서 해방되는 호사도 누렸다. 언니가 해놓은 음식을 점심때 데워주는 정도, 아님 설거지를 자처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늘 한결같은 언니. 시절인연이 아니어서 더 고맙고 귀한 사람이다.


이렇게 좋은 인연이 있었지만, 카지노 게임에 살 때 나는 마치 물 위에 뜬 기름 같았다. 섞이지 못하고 둥둥 떠있는 느낌. 남의 집살이 하는 거 마냥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꾸 불편하고 눈치가 보이는 기분. 언니가 아니었음 다시 가고 싶지 않았을지도. 하지만 여행으로 돌아간 그곳은 그때와 달랐다. 나는 기꺼이 이방인이 되었다. 애써 들어가려 하지 않으니 평온하다. 불편했던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이제야 나는 그 무언가와 완전히 화해를 한 거 같다.



카지노 게임 음식과 베이비치노의 추억



지호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떠난 여행이기도 했고, 넓은 세계로의 첫걸음이었고 도전이었다. 예민하고 불안이 높은 아들. 우리 가족에게는 여행이 늘 부담이었고 무리라고 생각했다. 울산 외가에서의 1박 조차 지호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랬던 아들이 저 멀리 낯선 곳으로 날아가 한 달 살기를 해내었다.


아들, 너는 잘 자라고 있고, 이번 경험 또한 너를 한층 더 성장시켜 주었을 거라고 생각해. 여행동안 네가 해낸 모든 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길 바란다.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지, 다음 목적지는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들과 떠나는 여행이 이제 두렵지만은 않을 거 같다.


다음을 기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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