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No more milk please
우리 중학교는 키 순으로 번호를 매기지는 않았지만 1학년 때 나의 키는 앞에서 다섯 번째 정도였다. 키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크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었는데 2학년에 올라가서도 키는 고작 3cm 남짓 컸다. 공부만 하던 학생은 갑자기 불안해지며 키가 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난 우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우유급식이 나오면(요즘도 나오나?) 몰래 버리거나 여의치 않을 땐 제티를 타서 겨우 마셨다. 하지만 이번엔 키가 좀 컸으면 좋겠다는 열의가 기호를 이겼다. 하루에 기를 쓰고 1L 우유를 두팩씩 마셨다. 그 덕분일까 아니면 그냥 시기가 맞아서였을까 1년 동안 12cm가량 훌쩍 키가 컸고, 그 때문인지 꽤나 오래 무릎이 아파 잠을 설쳐야 했다.
목표 키를 달성한 후 난 우유를 끊었다. 지금도 액체 상태의 우유는 먹지 않고, 라테를 마시고 싶을 땐 오트밀크나 두유 옵션을 선택한다. 이 와중에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는 걸 보니 유당불내증 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 1년 동안 지겹게 먹은 우유가 꼴도 보기 싫어져서 안 먹다 보니 그렇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