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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말랑떡 Feb 11. 2025

카지노 쿠폰는 아무나 하나

카지노 쿠폰? 어렵지 않아요.

치과 치료를 잘 받은 기념으로딸과다이소를 향한 길.

다이소 입구 앞에 산타클로스도 아닌 빨간 옷을 입은 청년들이 보인다. 천막도 빨간색이다.

평소 빨간색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안녕하세요~여기 한번 보세요"하고 말하는 청년의 말에 듣는 둥 마는 둥 입구로 재빨리 들어갔다. 뭔지는 모르지만 "잡히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다이소 쇼핑을 끝낸 아이와 출구로 나서는데 앞서 봤던 청년이 다시 붙잡는다.

"저 이런 거 안 하는데요?"

퉁명한 나의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청년의 눈빛은 다정하다.

"여기 스티커 하나만 붙이고 가실래요?"

옆에서 있던 딸이 부추긴다.

"엄마 스티커 붙이고 가자."

딸과 다정한 눈빛을 가진 청년에 못 이겨 스티커가 점박이가 된 활동판 앞에 다가선다.

"이게 뭔데요"

미심쩍은 눈을 한 아줌마에게 청년은 친절히 묻는다.

"만약 어머님께서 단돈 6천 원이 있으시다면요. 지금 가자지구에 있는 전쟁에 위협받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실 수 있을까요?"

활동판에는 의료, 음식, 의복 등의 그림이 나눠져 있었고 딸은 음식에,난 의료 지원에 스티커를 붙였다.

"여기 있는 것 모두 사실 다 중요한데 제일 필요한 것은 의료지원이라고 합니다. 단돈 몇천 원이면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동참해 보시겠어요?"

"아, 저는 여유가 없어가지고..."

말끝을 흐리자 청년은 재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요즘에는 자녀분 이름으로 카지노 쿠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자녀분께도 좋은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하고 방글방글 강아지처럼 눈웃음을 치며 말한다. (아~그렇게 웃지 마요. 사람 마음 약해지게.)


카지노 쿠폰,좋은 건 안다. 사람 사는 세상에 함께 서로 돕고 살면 좋은 건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는 게 문제다. 2달 전만 하더라도 직장인으로 월급이란 게 나왔지만 당장 땡전 한푼 나올 때 없는 백수의 신세에서 카지노 쿠폰라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연예인들의 몇천만 원, 유명인들의 몇십억씩 카지노 쿠폰를 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는 '돈을 많이 버니까 저 정도 카지노 쿠폰를 할 수 있는 거지' 하고 당연히 생각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할까? 부와 권력,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 행사하는 그것이 카지노 쿠폰라 생각했다.

그에 비하면 난 수십억씩 버는 연예인도 아니요, 부와 권력을 지닌 유명인도 아니요, 생활비를 받아쓰는 주부일 뿐인데 더구나 생활비를 아끼려고 지금도 용쓰는 상황에서

카지노 쿠폰라뇨.


그건 다른 세상의 단어였다.

그러나 N극과 S극이 맞물리기라도 한 걸까? 귀 얇은 아줌마는 벌써 카지노 쿠폰카드에 딸아이 이름으로 사인을 하고 있었다. 그 청년은 내가 여기 사인을 할 줄 알았던 걸까? "아니요. 싫어요. 안 할래요"라는 말이 순간 나오지 않았다.


이와 정반대의 예로 딸이 유치원 다니던 시절,굿네이버스에서 주관해 카지노 쿠폰금을 후원하는 활동이 있었다. 해외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동영상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활동이었다. 그때마다 후원하는 창이 있었지만 매번 무시했다. 내가 먹고살기도 힘든 세상에 매달 고정적인 지출을 감내하기는 어려웠다. 그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 흡수된 속물이랄까. 그때는 후원해 달라는 전화가 와도, 편지가 와도 못하겠다는 말이 당당히 나왔는데 이번엔 왜 그러지 못했을까? 딸아이가 옆에 있어서 그랬을까? 아님 딸의 이름으로 카지노 쿠폰를 해서일까?


카지노 쿠폰딸 이름으로 후원한 카지노 쿠폰증


카지노 쿠폰카드를 받아 들곤 사실 '괜히 했나? 내 앞가림도 하지 못하면서 카지노 쿠폰라니. 오지랖이 컸네.' 하며 후회의 씨앗이 쏙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만이 카지노 쿠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나에게 물었다. 추위가 찾아올 때면 평생 폐품을 팔아 혹은 김밥을 돈으로 고생고생해서 티끌 모아 재산을 과감히 그것도 몰래 카지노 쿠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은권력도없고유명인도,부자이지도 않은데 자신의 일부와도 같던 돈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어떻게 선뜻 카지노 쿠폰할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나는 이렇게 어렵게 살았지만다른 사람들은 배고프지 않고 아프지 않고 따뜻하게 살아갈 있는 희망의 빛을 선물해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사람이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말이 당연한 세상이치인지 모르겠다.


후회하는 낯빛을 눈치챈 딸이 묻는다.

"엄마 이거 괜히 했어? 그럼 지금 취소해"

"아니야. 햇님이 이름으로 카지노 쿠폰했으니까 햇님이가 하는 거지. 햇님이 후회해?"

"아니~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기뻐"


그래. 그거면 됐다. 이게 진정 사람답게 잘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커피 두 잔 마실 거 한잔만 먹으면 되지. 이거 하나 아낀다고 못 먹고 사는 건 아니니까.

아마도 내가 거절을 하지 못 한건 딸 때문이었지 싶다.

딸이 어른이 되어 사는 세상엔 조금 더 따뜻한 난로 같은 세상이 되기를.

사람과 사람 사이 혼자보다 남을 더 살펴보는 여유로운 눈길이 공존하는 세상이 되기를.

더불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들은 없이 소중하기에 어떤 생명도 쉽게꺼지지 않고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면서.


"나가는 돈에 기쁜 마음을 담아 도움이 필요한 곳에 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이 보내는
하루에 행복을 담아 일에 더 열중할 수 있다.
지금 삶이 힘들다면 나의 언어를 더욱 정밀하게 세련화 할 필요가 있다. "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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