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꿈꾼다.
브런치 카페에 앉아 알록달록 샐러드를 눈으로 맛보고 향긋한 커피를 코로 마시며
바깥 풍경을 벗 삼아 여유롭게 즐기는 점심시간을.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에겐 이건 모두 사치다.
지금 밥알이 내 입으로 들어오고 있는 건가, 내가 밥을마시고 있는 건가, 반찬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식도를 타고 위로 꿀꺽 넘어간다. 그렇게 얼렁뚱땅 점심시간이 지났다.
"우리 수아 점심 맛있게 먹었나 보네"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몰라도 다 먹은 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어머니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양치지도를 하며 아이들의 옷에 붙은 밥풀친구들과 입가에 맛있게 먹은 반찬흔적들을 지운 후 낮잠 준비를 한다.
"모두 자기 전에 화장실 한번 다녀오세요"
이부자리를 펴주며 배변을 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고
배변훈련을 하는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화장실로 데리고 가 배변지도를 한다.
조용한 음악으로 배경을 만들고 블라인드를 내려 눈부시지 않도록 편안한 낮잠 분위기를 만든다.
잠이 들지 않는 아이는 손으로 토닥이며 낮잠을 잘 수 있도록 유도한다.
20~30분이 흘렀을까.
쌔근쌔근~ 크~~~ 아이들의 들숨날숨에 따라 흐르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휴~이제 한숨 돌리네.
폴더폰처럼 접혀있던 허리와 다리를 쭉 스트레칭해준 후, 바구니에 담겨 있던 일일연락장을 하나씩 넘겨가며 확인하고 써 내려간다.
째깍째깍 교실의 시계소리만 요란하다.
그때 갑자기 민준이가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주위를두리번 거린다.
"어? 민준이 벌써 깼어?"하고 다가갔다.
민준이가 양손으로 두 눈을 비비적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며 일어선다.
"응? 민준아~뭐라고? 선생님이 토닥해줄까?"
민준이의 표정에 갑자기 그늘이 지며 뭐라고 중얼거린다.
"민준아 뭐라고?"
"씨.... 카지노 쿠폰..."
"응? 뭐라고?선생님 잘 안 들려, 다시 얘기해 줄래?"
"씨씨.. 카지노 쿠폰!!"
.
.
.
씨발...러버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들은 것이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 건가. 1과 8이 조합된 어떤 단어가 떠올랐다. 아이가 그런 욕을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인가. 어디서 듣고의미도 모르고 흉내 낸 것인가. 여러 생각들이 안개구름처럼 머릿속에 뭉게 뭉게 가득 차 올랐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의심을 걷어두고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민준아.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 천천히 말해줄래?"
"슨샘미 카지노 쿠폰~"
아이는 두 손으로 바짓가랑이를 잡고 온몸을 안절부절 움직인다.
카지노 쿠폰 몸짓 언어를 보고서야 이해했다. 카지노 쿠폰 단어를.
"아. 민준이 쉬 마려운 거야? 어서 가자"
오래 참았던지 카지노 쿠폰 몸에서 나온 물줄기는 한참이 지나 끝이 났다.
카지노 쿠폰 언어에 놀랐던 의심 대신 가슴 쓸어내린 웃음이 찾아왔다.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아이에게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민준아, 쉬 마려울 땐 씨발러버요가 아니라 '선생님 쉬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거야. 알았지?
선생님 따라 해봐. 쉬~하고 싶어요."
"씨.. 발카지노 쿠폰.."
"아니~쉬~해봐. 쉬 마려워요"
"씨.. 발.. 카지노 쿠폰."
여러 번의 시도에도 카지노 쿠폰 말은 고쳐지지 않았다. '씨발러요, 씨발러버요. 씨 발라요.' '씨'라는 어간만 바뀌지 않을 뿐 다양한 형태의 문장으로 변화될 뿐이었다. (고마하자. 마이 했다 아이가.)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아이에게는 이렇게 웃지 못할 해프닝이 생겨나곤 한다. 카지노 쿠폰 말을 흉내 내면서 교사들 사이 요즘 말로 말하면 '밈'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 몸짓언어를 살펴보지 않았다면 내가 알고 있는 기준대로, 들었던 대로 아이를 오해하고 판단했을 거라 생각하니아찔했다. 살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것이 많다. 특히나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카지노 쿠폰 언어를 이해하는 데는 어른의 기준대로 판단하면 오류가 일어난다. 이는 어른이 아이보다 낫다는 오만함에서 나온 생각들이 아닐까. 세상의 때를 가득 가진 어른이 아이를 바라볼 때는 한 꺼풀 때를 벗긴 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고로 카지노 쿠폰 언어를 이해하는 데는 반복해서 듣는 동시에 카지노 쿠폰 몸짓 언어에도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생각하는지 카지노 쿠폰 눈, 얼굴 표정, 몸짓 등 다양하게 살펴보며 대화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엄마가 되어보니 그 사실은 더욱 확실히 느낀다. 카지노 쿠폰 말, 억양, 표정에서 기분변화나 건강상태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의 기술은 아이에게만 국한되어 않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도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을 상대방의 눈짓, 표정, 제스처에도 신경을 기울인다. 우리는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말만 하는 데 급급하고,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거나 그들의 표정이 어두워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보게 된다.문득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가 있는 것은 한 사람의 말만 보고 들으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두 눈을 함께 마주치고, 내 이야기뿐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라는 뜻이 있는 건 아닐까.
그날 이후 '씨발러버요'는 아이가 진급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아이와의 특별한경험으로 대화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고민하게되었다.
내 생각대로 판단하고 말로 가르치기보다 남을 더 관찰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는 대화가 더욱 실속 있고 값진 것임을 알게 됐다.먼 훗날, 나이가 들어아집과 오만에 사로잡힌 대화보다내 아이,내 가족더 나아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는 할머니이고 싶다. 부디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함께늙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