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기 짝이 없는 짝을 고발합니다
운동을 자주 쉬었더니 전날 저녁에 부른 배가 아침 공복임에도 꺼질 줄 모른다. 유산소 운동이 절실했다. 가족들에게 마침 날씨도 화창하니까 회사 뒷산에 올라서 점심을 먹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다. 나름대로 '자기 확언'이다. 혼자 마음속으로 다짐하면 실천력 제로에 수렴하므로 또 다른 '자기'한테 확언해 보는 거다. 물론 이럴 때마다 남편 자기는 초치기 대장이지만.
"숨 안 차겠나? 샌드위치 먹다가 막 토하는 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크크큭"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에아주 드릉드릉시동을 건다, 걸어. 폐활량이 약해서 조금만 숨이 차도 헐떡이는 나를 너무 잘 아는 탓이다.잘 다녀오라고 응원은 못 할 망정 놀리기나 하다니.
"엄마, 산에 가면 또 불고 되겠다. 불고. 불타는 고구마."
"맞아, 얼굴 시뻘게져서 고구마처럼 되잖아. 캬하하하."
이런 괘씸한 부녀를 보았나. 확장된 콧구멍으로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왔다. 실눈으로 둘을 째려보니 크하하 배꼽 잡고 웃으며 꽁무니 내빼는 웬수 같은 자기들. 원하던 반응을 얻었으니 저들의 도파민은 이른 아침부터 충족됐겠지.
당신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내키면 하는 거지. 초를 치든, 들이붓든 남편의 놀림과 미심쩍음에 오기가 발동해서 기어이해버리는 나도 참, 나다 싶다. 그걸 알아서 더 자극하는 걸까. 와이프의 박약한 의지를 두고두고 놀림으로써 독기 버튼을 누르고 실행력을 백퍼센트로 끌어올리려는 속셈이라면, 남편의 작전은 꽤나 성공적이다.
오늘의 목표는 해발 397m의 오름을 15분 안에 오르는 것. 그래야만 쫓기지 않는 여유로움으로 점심 샌뒤치를 우아하게 먹을 시간이 생긴다.
"헉,
헥,
흐억,
흐어,
우웩."
숨이 차다 못해 폐와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태어난 이래로 줄곧 운동에 소홀했던 몸이라서 난데없는 유산소 운동에 근육이 불현듯이 놀란 거 같다. 그럼에도 굼뜨지 않고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랐다. 속 빈 위장이 자기 좀 채워 달라고 꼬르륵 꼬륵 사정을 하는 통에 정상을 15분이 뭐야, 단 10분대에 주파했다는 놀라운 사실. 역시 굶주려 봐야 간절해지고 절실해야 목표를 이룬다는 그런 상투적인 교훈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입속에 탄수화물을 넣고 싶은 당 부족 현상이 산 정상에 도달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건 아주 잘 알겠더라.
탁 트인 한라산 뷰를 눈앞에 두고 떨리는 손으로 샌드위치를 꺼내 들었다. 한 입 '앙'하고 물려던 찰나였나, 하필 걸려온 전화가 기도 안 찼다. 허옇게 바싹 마른 입술에 빵이 닿을락 말락 하던 절묘한 순간에 말이다.
"올라갔나? 숨 안 차나? 안 토했나?"
박장대소하고 싶은데기대한 반응을 확인하기 전까진절대 웃지 않으려는 그의 결연한 목소리가약 올랐다.
"아닌뒈? 하나도 숨 안 차는뒈? 완전 맛있는뒈?"
...... 와......
순간,그와 내가 40대라는 사실이 뇌리를 스치며 방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중년 남녀가 나누기엔 다소 유치한 통화임을 너무도 잘 알아서 주위에 들은 사람이 없는지 괜히 두리번거리는 거다. 그럼에도 당신이 원하는 대로 호락호락 놀림당하지 않겠다는 나의 의지는 유치함을 쉬이 버리지 못했고 자존심만 내세우다가 휴대폰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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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고백을 하자면,
샌드위치 첫 입에 쇠 맛이 느껴진 건 안 비밀.
우리 부부는 유치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니게 쳐서 서로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관찰하기 좋아한다. 압도적인 확률로 주된 피해자(?)가 나라서 유감일 뿐. 남편은 자기를 똑 닮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꾸러기 DNA를 가진 딸과 합심해서 겁 많고 잘 놀라는 나를 종종 골려 먹는다. 사랑스러운 딸내미가 놀리는 건 큐티뽀짝이지만, 남편이 놀리는 건 유치뽕짝이다.
지금은 아빠와 엄마가 투닥거리는 장면을 보고 웃으면서 동참해 주는 아이지만,머지않아 부모의 못 말리는 유치함에정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을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온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공격수가 한 명 줄어드는 셈이지만, 조금은 섭섭할 거 같다.
우리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역사는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신혼 때는 좁디좁은신혼집에서 잡기 놀이를 하다가 우당탕탕 부상을 입기도 했다. 발단이 기억나지 않지만(대부분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렇게 시작된다), 정신을 차려 보니나는 신랑의 운동복 바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 그는 '이거 놔라, 이거 놔'를 외치며 연신 흘러내리는 허리춤을 추켜 세우고 있었다.
새색시의 패기로 신랑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꺾어보겠다는 승부욕이발동한 걸까. 마치 나는 한 마리의 매미였고 그는 한 그루의 통나무였으니, 쓸데없이 지치지도 않았다. 신랑은하는 수 없이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 각시를 질질 끌고 다녔다. 타인의 근력으로 공간을 이동하는 무중력에 가까운 상태가 흡사 썰매 타는 재미와 유사한 스릴을 맛보게 했다. 동심으로 돌아간 나는 참을 수 없는 재미에 꺽꺽 웃다가 뒤로 넘어갈 지경이었으니.
퍽!
꺄악-
꺄르르 웃음이 꺄악 비명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남편의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실어 매달려 있다가방향 감각을 잃고 침대 모서리에 세게 부딪히고 만 것이다. 허벅지에 왕주먹만 한피멍을 예고하는 붉은 반점이 왕주먹만큼 번졌다.남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멍을 살피더니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머뭇머뭇 말을 꺼냈다.
"사람들이 오해하면 어떡해?"
"뭘 오해해?"
"가정폭력."
"푸핫, 뭐라는 거야."
도대체 어느 한가한 사람이 외간 여자의 다리를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허벅지에 든 멍을 발견하고는 그걸 보고 가정 내 폭력까지 떠올리는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푹푹 찌는 한여름에, 멍이 다 빠질 때까지반바지를 삼가야 했던 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이랄까.
철없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부모가 되면 끝날 거라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울그락불그락 변하는 내 얼굴이 리액션 맛집이었는지, 아이를 낳고서도 남편의맛 들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끊이질 않았다.
아이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자 바깥에 나갈 일이 잦아졌다. 핸드폰, 지갑, 물티슈, 립밤정도는 한 번에 수납할 크로스 백을 갖고 싶었다. 두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려면 두 손이 자유로워야 했으니까. 기왕이면 세련미까지 갖춘 일거양득의 기쁨을 줄 가방이 어디 없나. 일단 백화점 두 군데를 꼼꼼히 훑었다. 크로스 백이란 크로스 백은 죄다 눈에 담아 본 거 같다. 모처럼 고개를 든 물욕에 걷잡을 수 없이 사로잡혔지만, 지름신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마침내 지갑 사정을 고려한 가격, 캐주얼과 정장을 두루 품을 수 있는 범용적인 디자인까지, 바라던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가방을 보석처럼 발굴했을 때는 내심 흡족했다. 현명한 소비를 했구나. 스스로가대견할 정도로.
하지만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잘한 선택이라고 굳게 믿었던 마음이 와장창 깨져 버리는 데에는.
어? 바이블이다. 바이블.
성경책 같은데? 크크큭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게 무슨 성당에서 염불 외는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남편에게 잘 샀다, 예쁘다란 말을 듣길 기대했던 내가 금방 우스워졌다.
"뭔 소리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든? 자기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거든?"
발끈했지만 오, 주여.
안타깝게도, 거울 앞에 선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남편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스러운 말 한마디때문에소중한 가방에 프레임이 씌워졌다. 프레임이 이렇게나 무서운 거였다니. 그러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겹쳐 보이는 이미지를 어찌할꼬.
세련된 멋스러움을 장착하고 싶었던 나는 가방을 멜 때마다 성경책을 손에 쥔 듯한경건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멀쩡한 디자인에 유사 이미지로 프레임 씌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렇게나 창조적 비유에 능통할 거면 문예창작과를 가지 그랬어. 공대 남편아.
학부모 원데이 클래스에서 짧게 접했던 라탄 공예를 깊이 배워보고 싶었다. 유연한 나무줄기를 한 땀 한 땀 엮으며 잡념이 사라졌던 경험이 그리워서다. 규칙적인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라탄 줄기를 팽팽히 잡아당겨 정리하던순간에 손 끝에서 거칠거칠하게 느껴지는 나무껍질의 질감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마음에 쏙 드는 라탄 가방 수업을 발견한다. 기꺼운 마음으로 50여분 남짓한 먼 거리에 위치한 공방으로 달려갔다. 여름 원피스 위에 메어질 근사한 가방을 기분 좋게 상상하면서 3시간이 넘게 공들이던 시간이 행복했다. 직접 만들었으니 비싼 명품이 아니라도 애착이 배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겉면에 바른 오일이 잘 마르도록 바구니에 담아 귀중히 모셔왔다. 손수 가방을 완성한 뿌듯함과 식구들에게 자랑할 기대감에 한껏부푼 마음으로.
"짜잔, 이거 봐라. 엄마가 직접 만들었지롱."
"우와, 엄마 엄청 예쁘다. 이거 나도 해보면 안 돼?"
예쁜 것을 보고 못 견뎌하는 게 꼭 나 같은 딸의 반응과 달리, 남편은 자꾸만 한쪽 입꼬리가 씰룩씰룩거린다.
싸늘하다. 가슴에 불길함이 날아와 꽂힌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뭐 같더라."
"뭐야, 불길하게. 하지 마. 지금 떠오르는 생각 그거 당장 넣어둬."
"어? 어! 생각났다."
"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나 안 들을 거야. 귀 막을 거야."
"크하하하하, 말한다? 말한다?"
"하지 마라. 제발 쫌."
남편은 잽싸게 라탄 가방을 낚아채더니, 비장한 자세로 거실 한복판에 섰다. 그리고는 야구 투수의 폼으로 가방을 내던지는 시늉을 하며 외쳤다.
도시락 폭탄온라인 카지노 게임앗!
받아랏!
"하... 제발...... 하지 말랬잖아."
불쌍한 내 라탄 가방. 집에 들어온 지 몇 분이 됐다고 도시락 폭탄 신세가 되어버렸니. 이쯤 되면 인정, 인정이다. 당신의 기발함에 아주 두 손, 두 발, 열 발가락까지 다 들었다. 놀라운 창의력이 나 놀려먹기에특화된게문제 중에 상 문제긴 하지만.
꿋꿋한 나는 남편의 도시락 폭탄 프레임에 아랑곳 않고 여름휴가동안 잘만 메고 돌아다녔다.사랑스러운 가방을 애지중지하면서.
가방에 손이 갈 때마다 도시락과 물통 폭탄으로 훙커우 공원에서 의거하신 윤봉길 의사가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휴가가 때마침 광복절 즈음이라 애국심을 색다르게 고취시켜 준 남편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올해도 라탄 가방은 뜨거운 여름 뙤약볕에서 광복 80주년을 기리는 마음을 상기시켜 주겠지.
여보, 진쯔르 그믑다. 그믑다고.
느므느므 그므워서 눈물이 다 나네.
검은 머리 파뿌리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서도 계속 이렇게 놀 수 있을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칠 때만큼은 어디론가 집 나가버리는 철딱서니가 백발이 성성하다고 돌아올리는 없을 텐데. 예상해 보건대 우리는 쭈욱 이렇게 서로를 골리는 재미로 살 것이다. 정말이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짝 이래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놀림을 주고받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껄껄껄 웃고 지내겠지.
"영감, 당신이 그때는 참 짓궂었어. 내가 어찌나 당황했는지, 원.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는 나이를 먹지않나 봐.아주 청춘이여, 청춘." 이라거나,
"부인, 당신도 참 반응이 여전해. 어찌나 매번 그렇게 당하는지 원.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허허허"라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총기와 체력을 필요로 함을 소싯적 온라인 카지노 게임꾸러기들이라면 알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주고받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로 서로의 건재함을 확인할지도 모른다. 몸은 노쇠해도 젊은 시절의 천연덕스러움과 천진함을 떠올리면서, 싱그러웠던 추억을 오래오래 곱씹으면서, 그렇게 오순도순 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