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가 오가던 와중에도 크리스마스에는 총성이 멈췄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함께 '노벨 문학상의 정치적 편중성'에 대한 비난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이곳은 2024년 대한민국이다. 나는 독서를 좋아하진 않아서 한강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 문학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오히려 그녀의 이름이 머릿속으로 들어온 순간은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잔치를 열자는 작가 아버님의 말씀에 "전쟁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요즘, 축하잔치는 안 된다"는 대답을 한강 작가가 했다는 팟캐스트 방송을 듣게 된 순간이었다.
난 어린 시절 빨간 벽돌로 지은 3층 다세대 빌라에 살았다. 여름이면 너나 할 것 없이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고 다녔고, 나의 어머니를 비롯해 각 층별 아주머니들은 서로 형님, 동생 해가며 친하게 지냈고, 음식이라도 많이 하는 날에는 서로 음식을 나눠 먹곤 했다. 같은 곳에 산다는 이유 만으로도 서로 친하게 지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 어린 시절에는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서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던 그런 '친밀함',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어색한 감정이 되었다.
이젠 어른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보면 그때의 '친밀함'은 어쩌면 주변 사람을 살피는 '눈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행동으로 말미암아 저 건너의 사람이 느낄 무언가를 신경 쓰는, 시쳇말로 '메타인지' 능력이 그 시절 사람들에게는 자동 탑재된 기본 옵션 같은 것이었나 보다.
최근 10여 년 동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회를 덮친 거대한 사건들, '세월호', '이태원'에서의 참사, 그리고 고인과 남은 유가족을 대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회의 상반된 태도들을 보면서 이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한데 묶어주던 정서적 끈이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1차 세계 대전 개전 초기 서부 전역에서는 총구를 겨누던 영국과 독일군 병사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비무장 상태로 트리를 들고 참호 밖으로 나오고, 함께 캐럴을 부르며 암묵적으로 상호 교전을 중지했다고 한다. 생사가 오가던 현장의 병사들도 한데 묶을 수 있었던 '공통된 정서'가 2024년 대한민국에서는 그자취를 감추고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유대감'이 너무나 흐릿해졌다.]
어릴 적 국어 시간에 한국사람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의식이 강해서 습관적으로 '우리'라는 표현을 주어로 많이 사용한다는 내용을 배운 적이 있다. 그러나2024년을 살고 있는 나는 '우리'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가 몹시 거북하고, 힘겨워졌다. 최소한 '우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2024년에도 반세기 전에도 지금처럼 이 땅에 살고 있었지만, 더 이상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려 하지않고, 그 가족 혹은 후손들의 상처를 살펴보지 않는 사람들과 나는 '우리'라는 예쁜 말로 절대 한 편으로 분류되고 싶지 않다.
언제였던가, TV에서 흘러나오는 토론회를 적당히 보는 중이었다. 방청객들 사이에 진영을 나눈 패널들이 있었고, 노년 남성인 패널과 중년 남성인 방청객 사이에 공방이 오가던 상황이었다. 방청객의 질문이 점점 예리해지니, 노년 남성 패널은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되물었고, 방청객은 "선생님께서는, 역사를 그 시대에 살아봐야만 아십니까?"라고 응수했다. 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고, 그 패널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땅에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나는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보다 강력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정서적 연결점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을 지나간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비추어 생각할 수도 있고, 내가 겪지 않은 일의 당사자에게도 공감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대비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추상적이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실감하는 동시에, 과거-현재-미래로 의식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연결된 사람들은 더 이상 남 같지 않다. 어쩌면 길 가다 우연히 마주쳤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인사 한 번을 건넨 적 없더라도 그 사람들에게 너무 큰 슬픔이 찾아오지 않길 바라고, 이미 큰 슬픔이 찾아왔다면 마음으로나마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
거창하게 말한 것 같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나는 과거-현재-미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모두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흐릿해져 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존재감 그리고 그 '친밀함'을 다시 되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