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빛나는 자화상
딸이 중학교에 가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받아왔다. 딸은 집에 오자마자 하얀 셔츠에 체크 넥타이를 매고 주름진 스커트에 브이넥 니트 조끼를 입었다. 외투도 걸쳐 본다. 여기 중학교 외투는 좀 투박하고 편안한 느낌의 야구점퍼인데 조그마한 딸이 입으니 절로 박시핏이 되어 내가 보기엔 딸이 너무나 귀엽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한테 너무 크지? 나어깨 짱 됐지?"
"딸아, 그 점퍼는 원래 그렇게 입어야 이쁜 거야!"
나름 과거에 패션에 일가견이 있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확신을 갖고 말한다.
이제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됐는데 딸은 아직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벗지 않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럼 일단 출발이 좋은 거다. 중학교 입학이 앞으로며칠 안 남았다. 이대로, 그 마음 그대로 딸이 중학교에 가서 잘 적응하면 좋겠다. 딸은 그냥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입은 채 점심을 먹는다. 엄마는 새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뭐라도 묻을까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딸을 주시한다. 찰나 딸의 얼굴에 시선이 머문다. 딸은 긴 생머리에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만 한 샌드위치를 잡고 입안 가득 넣어 오물조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불현듯,
"딸아, 너 왜 이렇게 이쁘니?"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고 만다. 딸이 왠지 낯설다. 분명히 낯선데 이쁘다. 그 이쁨은 내가 알던 이쁨이 아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도 공주야?"
"그럼!"
"그런데 난 왜 성에 안 살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여왕이 아니잖아."
"딸아, 사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여왕이야. 이 집에서 여왕. 그러니까 너도 공주가 맞지. 00 아파트 00동 00호에 사는 공주! 우리 집 공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빠의 공주! 사랑하는 공주!"
우리 집 공주였고, 나의 요정이었고, 꼬마숙녀였던 딸이 아니었다. 딸은 이제 어엿한 소녀였고 아가씨였고 숙녀였다. 숙녀가 아주 어여쁜 숙녀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눈도 뜨지 못한 채 유난히도 작게 태어났던 그 조그맣던 나의 아기가 어느덧 이렇게 컸다. 그동안 우리 공주와 함께 했던 핑크빛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지금 집 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이모두 다우리 딸을 향해 비추고 있는 것만 같다.
'난 이렇게 이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토록 눈부시지 않았는데.'
중학교 다닐 때 난 커트 머리를 하고바지를 입고 다녔다. 스스로 보이쉬해 보이기를 원했다. 어딜 가나 부끄러움도 많고 수줍음도 잘 타서 좋게 말해 얌전하고 천상 여자아이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살았는데도 이상하게 난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사실 난 남자가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커서 여자로서 결혼이라는 것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두 살림을 했다는 것,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부모님은 결국 이혼을 했다는 것,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이혼녀로서 홀로 가정을 책임지며 힘든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결혼에 대한 불신을 낳고 여자로서의 삶을 부정하도록 했다. 특히 내가 아들이 아니라 셋째 딸로 태어났다는 것, 그것을,나는 절망적으로 느꼈다. 할머니는 종종 "네가 아들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네가 고추를 달고 나왔어야 했는데." 하며 나를 보며 아쉬워하곤 했다. 내가 딸이 아니라 아들로 태어났다면 바람난 아빠가 엄마에게 다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그런 말은 동네 어디서든 들을 수 있었다.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동정 어린 눈빛과 시선들이 어린 나를 어딘가 꼭꼭 숨고 싶게끔 만들었다. 그 모든 것들은 내 안으로 들어와 나도 모르게 나의 소망이 되었다. 그건 이룰 수도없는 소망이었다. 헛된 바람이었고 그건 나의 바람도 아니었다. 그때 난 그걸 알지 못했다.
그런 내가 예쁠 리도 없다. 못난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머리숱도 많고 굵은 데다 약간 반 곱슬이었는데 생머리를 찰랑찰랑 흩날리며 다니는 친구들이 그렇게나 부러웠다. 그나마 어릴 땐 쌍꺼풀이 있어 커다랗던 눈은 오간데 없고 눈에 지방이 점점 쌓여 쌍꺼풀을 덮기 시작하더니 그 쌍꺼풀마저 싹 사라졌다. 코는 주먹코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나 언니나 다 코가 오똑하니 예쁜데 내 코는 콧대도 없이 콧구멍만 달랑 두 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입술엔 아예 정이 가지 않았고 피부에는 여드름이 막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난 그저 못생겼고 내가 미웠다. 그렇게 스스로 열등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때였다.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애쓰지 않았고 그럴 의지도 없었다. 그냥 그걸 즐겼다. 그러니 될 수 없는 남자아이처럼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를 구원해 줄 수도 없는데 말이다.
요즘엔 중 2병, 초 4병이라 부르며 사춘기가 요란하기 일쑤지만 난 티 내지 않고 조용히 내 사춘기를 보냈다. 엄마는 내가 사춘기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남자아이처럼 하고 다니면서 속으로는 '나는 왜 태어난 걸까? 엄마는 나를 왜 낳았을까? 도대체 왜? 난 왜 아빠가 없나? 하필이면 왜 나의 부모님은 이혼한 걸까? 왜, 왜, 왜?' 온통 이런 물음표들뿐이었다. 내가 내 존재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내 존재를 의심했고 내 존재에 대해서 계속 의문을 품어야만 했다. '사춘기' 하면 난 오직, 그것만이 떠오른다. 내 속에 들었던 수많은 물음들. 하지만 단 한 가지. 그것뿐이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 물음은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계속되었다. 오히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되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이들이 내 속에 잠재해 있던 그 물음을 서서히 깨우는 거였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내가 세상의 전부인 이 아이들 앞에서 나란 존재는 너무도 크고 절대적이었다. 그 크기와 무게가 한없이 버겁고, 벅차서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만나려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구나.'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아이들이 나라는 존재에 의미를 더해 주었다. 내가 그 의미를 새기면 새길 수록 아이들은 자라고, 아이들이 자라면 자랄수록 나를 일으켜 세우고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나를 자라나게 했다. 아이들이 나를 살게 했다. 바로 그거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왜 나를 낳았는지. 왜 나를 낳아서 그 힘든 삶을 살았는지. 비록 내가 고추는 달고 나오지 못했더라도 나란 존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살게 했던 거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그 지난하고 모진 삶을 버티게 했던 거다.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던 거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나의 존재 자체가 얼마나 축복인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입은 내가 얼마나 눈부시게 이쁜지.
알 수가 없었다.
딸은 요즘 외모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이젠 세수도 잘하고 머리도 매일매일 감는다. 몇 가지 없는 엄마의 화장품들을 이것저것 물어본다. 가끔은 엄마 몰래 그것들을 바르기도 한다. 아침마다 생전 쓰지 않던 선크림도 꼼꼼히 바르고 나간다. 며칠 전에는 자기 용돈을 모아 작은 탁상 거울을 하나 사 왔다. 공부하는 딸 너머 거울에 비친 딸의 눈과 종종 마주치곤 한다.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는 딸을 본다. 딸은 거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자기를 어떻게 느낄까? 요리조리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한 마디 한다.
"딸아 공부 안 하니? 얼굴 닳겠다!"
나는 너의 거울이 되고싶다
거울은 너에게 말할 것이다
너는 참 이쁘다고
너는 참 이뻐서 좋겠다고
눈이 부셔서 너를 똑바로 비출 수가 없겠다고
솔직히 너에게 털어놓을 것이다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냐고 너를 부추길 것이다
네가 자꾸 거울을 보게끔
나는 너를 비출 것이다
언젠가 내가 없어도
너는 너를 알아볼 것이다
언젠가 내가 없어도
너는 너를 사랑할 것이다
언제나 나는네 안에서
너를 비추기 때문이다.
"엄마, 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오늘, 딸이 드디어 중학교에 갔다. 긴장했는지 평소 늦장부리던 딸이 제일 먼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교복을 입고 부츠를 신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딸에게 허겁지겁달려가목도리를 매 주고 들어왔다. 닫히는 문 사이로 딸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