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웃소 <동생들의 노래
첫째가 "하하하하하하" 박장대소하며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옆에 둘째도 얼굴에 웃음 한가득 띄어있긴 마찬가지다. 지금 아이들이 보고 있는 건 유튜브 채널 '웃소'다.
혹시 '웃소'의 <동생들의 노래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밥 차리다 말고티브이 앞에 서서 나도 아이들 따라 웃었다.
영상은 제목 그대로 동생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왠지 모를 억울한 얼굴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목을 힘껏 젖혀가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도 외치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이것이 노래인지 고함인지. 거의 절규에 가깝다. 그런 동생들의 모습이 너무나 심각하고 진지해서 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게다가 가사는 정말 기가 막히다. 그들이 직접 지은 것이 틀림없다. 여기 몇 줄만 소개해보겠다.
불 끄라 하지 마 한입 달라하지 마
심부름시키지 마너 그렇게 살지 마
너가 먼저 태어난 게 뭐 그리 잘난 건데
나도 이제 너만큼 클 만큼 컸어!
성적 참견 하지 마패션 참견 하지 마
연애 참견하지 마 외모 참견 하지 마
내가 진짜 무서운 비밀 하나 알려줄까
근데 사실 엄만 내가 제일 좋데!
(웃소, '동생들의 노래' 가사 일부)
하지 말라는 게 어찌나 많은지, 얼마나 사소하고 기분 나쁘게 간섭을 받고 잔소리를 들었는지, 솔직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동생들의 애환이 고스란히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참 웃기고 재미있는데, 특히 마지막 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근데 사실 엄만 내가 제일 좋데!"
이 한 마디가 노래의 절정이라도 되는 건지 동생들은 다른 어느 구간 보다도 바로여기서 자기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려는 듯 인상을 쓰고 더 크고활기차게 목청껏 고함을 내지르는 것이다. 마치 그들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거라는 듯이.
동생들이 자기 누나나 형, 언니, 오빠에게 휘두를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이란 것이, 강력한 무기가 바로 이거였다. '너희가 아무리 잘난 체해도 카지노 가입 쿠폰 너희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는 그 단순한 사실! 그들의 순진무구한믿음! 그것이 동생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 모든 간섭과 구박, 잔소리와 수모를 참고 견뎌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이었다.
'엄마가 나를 제일 좋아한다'는 그 믿음은 그렇게나그들에게 의지할언덕이자최후의 보루가되어주는모양이다.
너무도 순수하게 외쳐대는 동생들의 노래는 왜 이리 '웃프게' 느껴지는지. 그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모습이 내 눈에는 왜 이리 안쓰럽고 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스러운지. 나 역시 셋째 중 막내 동생으로서 언니들한테 하고 싶었던 말, 미처 하지 못했던 말, 수없이 많지만 지금은 두 남매를 키우는 카지노 가입 쿠폰가 되어그들의 노래를 엄마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문득, 우리 집 막내 둘째 아들과의 비밀스러운 추억이 떠올랐다.우리 아이들은다섯 살 터울의 남매인데이 정도면 나이 차가 꽤 있는편이다. 하지만 다섯 살 차이가 난다 해도 피할 수 없는 질문이 있게 마련이다.그건 바로,
혹은
다.
엄마로서 가장 난감한 질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난 아이들에게 굳이 묻지 않는다. "넌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이런 식의 질문들 말이다.어쩌다 장난으로 묻고 싶을 때도 있지만 꾹 참고 절대 하지 않는다.그런 걸 알리 없는 아이들은 둘이서 번갈아가며 엄마에게 물어오기시작했다.
첫째 때는 그나마 수월했다. 첫째가 동생이 생기고 그런질문을 할 때는 둘째가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누워만 있는 아기였기에 별 어려움 없이 "당연히 우리 딸이지, 네가 엄마의 보물 1호잖니!"하고 냉큼 대답할 수 있었고, 점점 자라면서 뭘 아는 건지 더 이상 그런 질문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문제는 둘째였는데, 둘째는 아무 때나 그런질문으로 나를 매우 곤란하게 했다.둘째는 눈치도 없는 편이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는데 특히 누나가 함께 있을 때 더 자주 물었다. 그때마다난 육아서에서 배운 대로 대답하곤 했다.
"엄마는 딸 중에는 누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들 중에는 너를 가장 사랑해!"
"엄마는 9살 중에서는 누나를 가장 좋아하고, 4살 중에는 너를 가장 좋아해!"
석연치 않은 내 대답에 아들은 답답하다는 듯 되묻곤 했다.
그 대답이 잘 통하는 것 같지 않아 방식을 좀 바꿔서 넋살스럽게도 대해봤다. 여기서 포인트는 엄마의 과장된 말투와 진심을 담은 듯한 얼굴 표정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 너희 둘을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너무너무 사랑해서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어. 그러니 둘 중에 누구를 더, 더 사랑하는지 알 수도 없는 거야!"
이 역시 미심쩍긴 마찬가지.
"그니까 누구를 더 사랑하는데? 잘 생각해 봐, 응? 카지노 가입 쿠폰!"
내심 아들이 원하는 대답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한참을 대답하지 못했다. 너를 더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것이 곧첫째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져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실망하는 아들을 달래며 화제를 돌려 그 순간들을 모면하곤 했다.
작년 아들이 8살 되던 해, 어린이집 졸업식이 있었다.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는 세 남매 중 둘째였는데 그날 그 친구의 가족들(엄마, 아빠, 형, 여동생, 할머니)은 어린이집에서 치르는 작고 조촐한 졸업식에 친구의 이름이 새겨진 응원봉을 하나씩 들고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응원봉에는 "우리 오빠 최고, 000 미소천사, 제일 사랑하는 아들 000" 같은 글자들이요란하게 반짝거렸다. 그중에서 내 눈길을 확 사로잡은 것은 바로 '제일 사랑하는 000'이라는 문구였다.
세 남매가 버젓이 보고 있는 가운데 둘째 000을 제일 사랑한다고 공개적으로 드러낸 글자들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난 "아차!" 싶었다. 제일 사랑한다는 그 말이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 말을 그렇게 아꼈을까.
'네가 제일 사랑한다'는 그 말이 듣고 싶어서 엄마에게 매일매일 예쁜 얼굴로 애원하듯 간절하게 물어오는데, 나는 왜 단 한 번도 선뜻 대답해주지 못했을까.
졸업식날 000은 얼마나 흐뭇하고 자랑스러웠을까. 엄마가 자기를 제일 사랑한다고 친구들 앞에서, 모두 앞에서, 세상만천하에 알렸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카지노 가입 쿠폰도 사람이라 누가 더 사랑스러울 때가 분명히있다. 어떤 때는 얘가 더 이쁘고 또 어떤 때는 쟤는 꼴도 보기 싫게 미울 때도 있다. 그게 사람의 마음인 거다. 때에 다라 바뀌고 변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본질인 것이다. 그런데 보통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들은 아이들 중 누구를 더 이뻐한다는 그 마음자체에 미안함과 죄책감 같은 것을 품고 있다. 그러니 네가제일좋다고누구에게도섣불리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아이에게 미안해서.
사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그저 때마다 바뀌는 내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거다. 그래서 나는 졸업식 이후 아들 앞에서 속 시원하게 커밍아웃을 했다.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좋아해!
누나보다 너를 더 좋아해!
아빠보다도 더 너를 사랑해!
수천 번 말해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내 사랑을 아들에게 마음껏플렉스 했다. 내 마음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헤프게 썼다.
단, 그것을 비밀로 하기로 했다. 아들과 엄마사이 둘 만 간직한 비밀로! 기특하게도 아들은 그 비밀을 아주 잘 지키고 있다. 그 비밀을 말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 누나나 아빠한테 말하지 않고 엄마와 눈을 마주치곤 그저 여유롭게 므흣한 미소만 지어 보인다.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충분히 알아챌수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는 더욱 의미심장한 미소로 화답했다.
아들은 한동안 엄마와 단 둘이 있을 때면 "카지노 가입 쿠폰 누가 더 좋아? 누나랑 나 둘 중에서 누구를 더 사랑해? 누구를 가장 사랑해?" 질리지도 않는지 연실 물어보더니, 신기하게도 언젠가부터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아들에게는 비밀인데, 나는 딸에게도 딸을 제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것 역시 사실이었다. 내 곁에 딸이 있을 때는 딸을 가장 사랑하고 아들이 있을 때는 아들을 가장 사랑했다. 그 순간에는 내 곁에 있는 이 아이가 너무나 몹시도 사랑스러워 가장 사랑하지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괜한 죄책감에 전에는 다 하지 못했던 사랑 고백을 우리 아이들에게남김없이쏟아내고 나니 내 속이 다 시원하다. 카지노 가입 쿠폰로서 해야 할 일을 잘 마무른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해진다. 물론 아이들도 아주 흡족해하는 눈치다.
서로 불만이 생겼을때 우리 아이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진짜 무서운 비밀 하나 알려줄까?
근데 사실 엄만 내가 제일 좋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