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 사이 그 관계에 대하여
벚꽃이 완연한 봄날이다. 정과 나는 저기 호수 앞에 놀고 있는 두 아들의 친구 엄마 사이다. 우리는 각자 볼일이 있어 두 아들을 데리고 나란히 도서관에 왔다. 사실 두 엄마는 그저 딸려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볼일이란 게 아들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는 두 아들로 인해 서로를 알게 됐다. 오늘도 두 아들이 함께 태권도 수업을 받았고, 두 엄마는 맞춘듯이동시에 아들을 데리러 왔고, 때 마침 다음 목적지가 같은 도서관이라는 걸 알고는사이좋게 여기까지 걸어왔다. 서로 말을 터놓아보니 정은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사는 이웃 주민이기도 하고, 한 살 어린 동생이기도 했다. 전에 비가 오던 날 마주친 그녀는 상큼한 초록색 장화를 신고 있었는데, 동그란 얼굴에 단발머리가 귀여워 딱 봐도 나보다는 한참 어린, 젊은 엄마인 줄 알았다.한데 나와 한 살 차이 밖에 안 난다고 하니왠지 모르게 그녀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언젠가 놀이터에서 노는 두 아들을 지켜봐야 했다. 그날도 정과 나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뜻밖에도 정은 나처럼 세 자매 중 하나였다. 내가 막내라면 그녀는 둘째다. 그러니까 정은 자매 간의 서열상 나의 작은 언니와 다름없었다. 평소 나의 작은 언니와는 사뭇 달라 보였던 정이다.내가 조금 의아해하니, 정은 그녀 특유의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어투로 내게 고백하듯이 말했다. 사실 자기 언니와 동생은 합이 맞아서 서로 잘 어울리는데 자기만 좀 유별나게 까탈스럽고 고집이 세다고 했다. 난 자연스레 나의 작은 언니를 떠올렸다.
“맞아요. 우리 작은 언니도 좀 까칠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긴 해요.”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작은 카지노 게임 좋아하죠?”
정은 생그레 웃으며 물었다. 몰라서 묻는 말은 아니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순간, 나는 장난이 치고 싶어 고민하는 척 뜸을 들였다.
“음……, 그럼요!”
우리 세 자매 역시 큰언니와 난 꽤 잘 어울리는 편이다. 솔직히 큰언니와 난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데 이상하게 합이 맞는다. 같이 있으면 그냥 편하고 즐거울 때가 많다. 예전에 가족이모이면 큰언니와 작은언니는 자주 싸우곤 했다. 게임을 하며 웃다가도 투덕투덕, 밥을 먹다가도 으르렁거렸다. 어쩌다 둘이 언쟁이라도 붙으면 난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피해야만 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간 둘 중 하나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 올 게 뻔했다. 그러다 언쟁에 불이라도 붙으면 큰언니는 큰소리로 욕을 하며 마무리를 지으려 했고, 작은 언니는 작은 언니대로 씩씩대며 억울해했다.
“언니가 내 언니만 아니었어도 언니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난 밖에선 이런 사람 아냐. 언니가 나를 꼭 이렇게 만들어.”
매번 이런 말을 끝으로 남겼다.
둘의 갈등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로가 없는 자리에서 상대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려 했고 내가 맞장구라도 치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 같았다.
“맞아, 그래, 카지노 게임가 기분 나빴겠다",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서로 오해가 있던 건 아닐까?”
난 이런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리액션을 취했다. 언니들 각자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내가 대신 상대의 입장이 되어 서로의 오해를 풀어 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돼 버린 것 같았지만, ‘언니니까’ 그나마 참을만했다. 내 영혼을 잠시 내려놓고 시간을 내어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감정 쓰레기통도 도저히 받아내지 못했던, 내가 못 견디게 괴로웠던 순간은바로 작은 카지노 게임가 우리 세 자매 사이에서 느꼈던 소외감을 내게 말할 때였다. 작은 카지노 게임는 이렇게 시작했다.
“넌 큰언니가 그렇게 좋니? 너랑 큰언니는 참 각별한 사이 같애. 나와는 달리 둘은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그 말에 난 딱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마냥 동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어 몹시 곤란했다. 더구나 큰카지노 게임와 나만 각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보다 큰언니와 내가 혹시라도 정말 작은 언니를 소외시킨 적은 없는지 하는 생각에 불뚝 불편함이 먼저 앞섰고, 나는 그저
라고만 대답했다.
하나,큰카지노 게임가 두 동생에게 하는 결이 분명히 다르긴 하다. 작은카지노 게임에겐 욕을 해도 나에겐 욕을 하지 않았다. 난 그 점에 대해 작은 카지노 게임에게 이렇게 설명한 적 있다.
“그야 상대적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 언니가 큰언니한테 종종 말을 막 할때가 있잖아. 난 큰언니를 무시한 적도 없고, 큰언니를 언니로서 대접하잖아. 그러니까 큰언니가 내겐 욕을 안 하는 게 아닐까, 큰언니 대접을 받으니까.”
둘, 이건 작은언니에게 말하진 않았다. 나중에 나 혼자 깨달아서다. 큰언니가 나를 각별하게 여기긴 한다. 엄마처럼 나를 아껴주기도 하지만 내 앞에서 그녀는 꽤 솔직해진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그녀 편을 들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거다. 다른 가족이 큰언니를 나무라는 일이 있어도 나는 늘 큰언니를 이해하려고 무진장 애써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까지 큰언니를 몰아칠 수는 없었다. 서로 다 커서 상봉한 여자들 넷이 전부인, 우리 가족 중에 그 누구를 외톨이로 놔둘 수 있겠는가.
셋, 작은 언니가 느꼈던 그 소외감은 언니 스스로 만든 감정이라는 거다. 큰언니와 내가 작은언니를 소외시키는 게 아니라 작은언니가 큰언니와 나를 소외시킨다는 말이다. 우리 세 자매는 일찍이 부모님이 이혼하여 따로 자랐다. 난 유아 때부터 엄마가 가장이 되어 외할머니 집에서 자랐고, 큰언니와 작은언니는 아빠와 새엄마가 있는 본가에서 같이 컸다. 내가 7살 때쯤 큰언니가 외할머니네로 (그녀의 표현을 굳이 빌리자면) 도망쳐 왔고 작은 언니는 본가에 그대로 남았다. 그리고 작은 언니가 대학을 입학하게 되면서 엄마의 품에 안기게 됐다. 내가 15살 때 그렇게 작은 언니를 처음으로 언니라고 불렀다. 난 언니의 존재를 늘 그리워하면서 커서인지 언니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언니는 달랐던 것 같다.여기가 바로 시초였던 것 같다. 작은언니가 외가로 오면서 느꼈을 낯섦과 자매들 사이에서도 잘 지내야 한다는 부담감.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세월, 그 자체가 모두 언니에겐 소외감으로 다가왔을지 모를 일이다.
넷,작은언니가 타고난 기질을 간과할 순 없다. 본가에 남겨진 작은 언니가 늘 걱정스러웠던 할머니는 나를 데리고 그녀를 찾아 국민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우리를 보고도 모르는 척했다. 할머니는 작은언니에게 큰언니가 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맨날 싸우니까 그렇죠.” 했다. 할머니네 가서 같이 살자고도 했다. 엄마가 너를 많이 보고 싶어 한다고도 했다. 그 어린 나이에도 그녀는 꼿꼿하게 서서 “싫어요.” 말하며 단번에 거절을 했다. 할머니는 엄마가 보내준 용돈을 그녀의 고사리 같은 손에 쥐여 주고는 그대로 돌아왔다. “둘째는 참 냉정하고 쌀쌀맞아.” 하셨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커서 보니, 작은언니는 단지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만큼 자기 주관도 뚜렷했고, 자기는 늘 바르고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그런 그녀에게 다소 자유분방하고 감정적인 큰 카지노 게임가 종종 눈엣가시였던 건 너무도 자명한 일이었다.
게다가 작은카지노 게임는우리가 친자매 사이라고 해서 카지노 게임, 동생 하며 의존하거나 마음을 나누는 그런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다.그러니 내가 ‘카지노 게임니까’ 했던 그 감정을 그녀는 아예 모를 수도 있다.모르기 때문에 큰카지노 게임와 나만각별한 사이라고 짐작했을 수도 있다.그녀가 언젠가 내게 말했듯, 작은언니는 가끔 만나는 친자매들보다 자주 만나 어울리는 친한 이웃들을 더 가깝게 느끼고 의지하며 지낼지 모른다. 당시 그 말을 들었을 땐 언니에게 많이도 서운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언니가 타고난 성향과 성격 또 우리 세 자매가 나고 자란 가정환경을 감안하면, ‘카지노 게임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저절로 머리가 주억거린다. 이제야 카지노 게임가 진심으로 이해가 간다. 작은 카지노 게임, 큰 카지노 게임, 나 세 자매가 모두 참으로 애잔하다.
내 나름 우리 세 자매를 헤아려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세 자매 모두가 서로 오해하지 않고 언제나 사이좋게 잘어울리는 방법을, 작은 카지노 게임가 느꼈던 그 소외감을 상쇄하는 방법을,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받아들일 뿐이다. 지금 우리 세 자매의 관계를.첫째와 둘째는 앞으로도 서로 부딪히는 부분들이 더러 있을 수 있고, 둘째와 셋째는 적당한 선을 지키며 서로 존중하며 지낼 것이고, 셋째와 첫째도 각자의 선을 지키며 지금처럼 어우러져살아간다는것을 말이다.
“벚꽃은 너무 빨리 져서 아쉬워요. 다음에 오면 이 꽃들은 벌써 다 떨어져 있을지 몰라요. 그러니 오늘 우리 실컷 봐둬요!” 내가 정에게 말했다. 정은 “네. 언니.” 했다. 정은 나를 언니라 불렀지만, 나는 정을 작은 언니같이 느꼈다. “난 밖에서 이런 사람 아니야.”라고 외쳤던. 나 역시 작은언니를 ‘이런 사람’쯤으로만 알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언니와 나 사이의 거리가 딱 지금 정과 나의 거리만큼일지도 모르겠다. 여기, 내 앞에 정을 다정히 느낀다. 언니와 내가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우리는 2주 뒤에 다시 도서관에 오기로 했다. 저기 멀리서 놀고 있는 두 아들을 큰 소리로 불러서 오게 한다. 둘은 서로 잘 맞는지 더 놀자고 응석을 부린다. “다음에 또 같이 오자.”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각자 볼일을 보러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그 뒤로한참,하얀 벚꽃은뭉게구름이 되어 하늘로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