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됐거든 Apr 15. 2025

카지노 쿠폰생, 과고생이 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기뻤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학식이 되었다. 아직은 찬바람이 불던 2002년의 이른 봄, 나는 빨간색 기모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입학식에 갔다. (과학고는 교복이 없었다.)

내가 다니던 시절 과학고는 한 학년이 92명이었다. 한 학년에 92명씩 3개 학년을 다 합쳐도 300명이 안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2학년이 되면 내신 문제 때문에 일반고로 가거나 카지노 쿠폰 후 검정고시를 치는 학생들이 생기고, 2학년을 마치고 나면 카이스트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제법 있었다. 자연스레 3학년은 40명이 될까 말까 하고 그래서 전교생이라고 해봤자 200명에서 250명이 남짓이다.작은 카지노 쿠폰였다.

과학고는 기숙사 학교다. 요즘은 학교가 더 많이 커진 것 같은데, 내가 다니던 시절에는 크게 네 개 건물이 있었다. 교실이 있어 수업이 이루어지던 교사동, 기숙사, 독서실이 있는 독서동, 그리고 식당 이렇게 네 개였다. 정원이 작아 강당 건물이 따로 있지는 않았고, 교사동 4층인지 5층인지에 있던 강당에서 입학식이나 종업식, 개학식 같은 학교 행사를 했었다.


나는 그날 일찍 도착했다. 시간에 엄격한 아빠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우리 집의 봉고차를 보이는 게 왠지 싫어서 공터에 먼저 주차하려고 서둘렀던 탓도 있으리라. 빨간색 기모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강당까지 올라갔다. 막상 들어갔더니 무슨 행사가 진행되고는 있는데 적응 교육 때 보던 얼굴들이 아니라서 순간 당황했다. 마침 물리 선생님이 황급히 나오셨다. “학생, 니는 1학년이잖아. 입학식은 이따가 한다.” 설렘이 너무 컸었는지 거의 30분 가까이 일찍 도착했고 나는 그만 2학년 개학식에 들어갔던 것이었다.

조금 기다리니 드디어 입학식이 시작됐다. 2, 3학년 선배들이 기립 박수를 쳐 주었던 것 같다. ‘환영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는데 당시 유행하고 있던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같았다. 내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교장 선생님의 환영 인사가 있었고 학부모 대표 한 분이 연설을 해주셨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우수한 친구들이 많은 곳이라 힘들 수 있다. 그럴 때 너무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기 페이스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


지나고 보니 과학고 생활이든 인생이든 이 말씀이 진리였는데 그때는 그걸 몰랐다. 내 머리엔 그저 ‘기숙사 학교’, ‘호그와트’만 남아있었다. 그날 그저 기뻤다, 진심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학식이 끝났다. 강당을 나와 계단을 내려가는데 2학년 남자 선배 중 한 명이 나를 불렀다. 잠깐 선생님이 보자고 하셨다고. 중간 과정은 기억나지 않고 아무튼 나는 그 길로 교장·교감 선생님과 함께 교장실 소파에 앉게 되었다. 물리 선생님도 그 자리에 같이 계셨던 것 같다. 내가 왜 여기 오게 됐는지 의아하면서도 약간 짐작은 했고 동시에 설마 했는데 역시나 그것이었다.


“니가 그 아이구나.”

“왜 카지노 쿠폰했니?”


입학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교장실 행이라니.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내가 원서를 쓴 순간부터 검정고시 출신인걸 온 학교가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이제 와서 그걸 물으셨을까. 더 일찍 물어보셨어도 됐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른이 된 지금의 내 생각이고, 그날 나는 내가 죄인 같았다. 그 시절 보통의 학생에게 교장실의 이미지는 ‘사고 치면 가는’ 그런 곳이라서 나는 좀 더 무서웠던 것 같다. 낯선 공간인 데다 내 편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갑자기 내가 여기서 과연 잘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왜 카지노 쿠폰했니?”


이 질문에 나는 어떻게 답해야 했을까.


카지노 쿠폰 다니기 싫어서요.

경쟁이 싫어서요.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나는, 나도 모르게 “아파서요.”라고 했다. 그런데 말하고 보니 꽤 괜찮은 대답 같았다. 내가 덜 이상하게 보이면서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이 모범생 학교에서도 그럭저럭 받아들여질 것 같은 대답 같았다. 동시에 추가 질문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는 그런 대답. 교장 선생님은 “니 이번에는 카지노 쿠폰 안 할 거재?”로 나와의 면담을 마무리하셨고, “네. 안 할 거예요.”라고 답을 함으로써 나는 교장실에서 나왔다.


교장실을 나오면서 이내 생각해 보니 당시의 과학고는 학생들이 2학년 올라가면서 카지노 쿠폰가 꽤 빈번했고 따라서 학교 측에서는 이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선생님들의 입장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고 그 질문이나 그 입장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또, 학생들을 이끌어나가는 입장에서 당연히 궁금하실 수 있고 아셔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이해했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여기에선 껄끄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 그저 주눅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을 절대 비난할 수 없는 이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나조차도 내 선택을 부끄러워했다는 것, 그래서 숨기고자 했다는 것이.... 가장 싫었다.


하지만 이제 입학을 했으니까. 학교에서 가장 높은 분에게서조차 그 질문을 들었으니 이제 더는 시달리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이제는 다 끝났고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리라 믿었다. 교장실을 나와 기숙사로 갔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짐을 정리했다.


나의 고등카지노 쿠폰, 나의 호그와트, 새로 만난 친구들. 나는 설레고 기뻤으며, 다시 ‘다수’의 세계에 편입해서 좋았다. 그리고 카지노 쿠폰는 실제로 즐거웠다!!


==============

커버이미지: 하이탑 6차 물리

그때 이과생들의 필수템이었던 하이탑 문제집. 지금도 하이탑 문제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174197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