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쓰게 될 날을 대비하여 - 프롤로그 #1
0. 당장 다음 달이 될지 아니면 몇 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마음이 더 정리되었을 때 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미리 주제를 던져둔다.
1. 12월 29일 밤을 잊을 수 없다. 엄마와 떠난 여행. 나는 카지노 게임의 기억으로 힘들었다. 일 년 이상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카지노 게임 통보를 받고 내 아이디만 삭제되는 경험이라니. 가장 많은 일을 한건 나였는데. 그리고내게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의 등장까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내가 뭘 잘못한걸까.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에 스파크가 튀는 느낌이었다. 억울했다. 그리고 내가 잘못되어버리면 당신들이 그제서야 한번은 반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엄마 옆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2. 엄마의 뒤척이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도대체 카지노 게임 뭘하고 있었던건가. 어떤 식으로든 이 일에 끌려다는 짓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벗어나야 한다.
3. 12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엄마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애써 웃고는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걸 엄마가 모르지 않았을텐데. 엄마는걱정이 되면서도 차마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지못했다.나도 엄마 표정을 보며 그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여행내내 웃었지만 어색했다.
4. 내가 12월 29일 밤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내 동생이 안다. 내 가족이 너무나 상처받았다.
5. 나는 한동안 내 일을 버려야하나 고민했다. 사실 지금도 카지노 게임 사는 도시에서는 일을 구하지 않는다. 환멸도 느껴지고, 솔직히 나를 어떻게 말하고 다닐지 모르니까 부딪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서만몇 년을 일했고 그동안 쌓아놓은 내 유/무형의 자원이 있는데 나는 그걸 이제 쓰지 못한다. 다 잃었다.
6. 나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일련의 일들과 카지노 게임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언젠가 나도 사용자가 되었을 때, 부득이하게 누군가를 내보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때 최대한 인간적으로, 그 사람이 덜 다치는 방법으로 보내주겠다.
그리고 설령 나와는 인연이 아니라서 헤어지게 되더라도 내 사업장을 떠난 뒤 이 사람이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다. 내 경솔한 언행으로 그 사람이 본인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한동안 일을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