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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el Jo Apr 15. 2025

아내가 사랑한 반어인, 카지노 게임 사이트

왜 나와 결혼했는지 알 것 같은 묘한 기분


첫째 딸이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어디서 뭘 보고 왔는지 자꾸 “시나모루, 시나모루” 라고 얘기하며 얼굴에 웃음이 활짝 피는 것을 보고 있는 나는, 빵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나 하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아이가 와서 “아빠 이거 사줘”라는 말에 “빵?”이라 대답하자 답답한 얼굴로 “아니~ 시나모루라고~”라고 하자 아내가 핸드폰을 들어 웬 강아지 캐릭터를 보여주며, 내게 산리오 캐릭터를 모르냐고 물어봤다.


내가 어렸을 때 유명했던 헬로키티는 알고 있었지만, 헬로키티 외에도 수많은 캐릭터들을 출시하고 그걸 산리오 캐릭터라고 부른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캐릭터도 참 다양하게 많았는데, 요새 딸아이가 빠진 티니핑보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일관성이 없어서 처음엔 굉장히 생소했다.


그래도, 그때 최소한 헬로키티 외의 나머지 메인 캐릭터인 시나모롤, 마이멜로디, 폼폼푸린, 쿠로미 정도는 그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고, 첫째 딸이 가장 좋아하는 시나모롤을 위주로 그렇게 방에 여러 캐릭터 피규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때 티니핑 4기 수집에 매진하며, 더 이상의 티니핑이 유행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던 나는, 그래도 산리오 캐릭터 정도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캐릭터 장사를 하려면 이렇게 메인 캐릭터 몇 개를 잡고 해야지 무작정 양산형 캐릭터를 찍어내는 행태를 속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첫째 딸과 으레 그렇듯이 키즈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파산핑을 몇 명이나 더 캐치해야 되는지 보고 있던 때에, 아이가 내 손을 잡아 피규어 자판기로 이끌었다.


키즈카페는 참으로 부모의 쌈짓돈을 어떻게든 꺼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추가 과금요소를 군데군데 심어놓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장소다. 단순히 매점뿐만 아니라, 누구나 타 보고 싶게 만들어놓은 2천 원짜리 별 것 아닌 자동차 탈것이라든지.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작은 기차를 만들어놓은 곳도 있고, 깨알같이 그 키즈카페처럼 피규어 자판기를 일렬로 설치해 놓은 곳도 있다. 그렇게 이끌려 간 아이의 손끝에는 산리오 캐릭터 피규어를 모아놓은 자판기가 있었고, 딸의 성화를 이길 수 없는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렇게 카드를 긁었다.


자판기 표지에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캐릭터와는 다른 물고기 같은 놈이 하나 있었지만, 설마 저게 나오겠어?라고 생각하고 결제 후 버튼을 누른 순간, 나와 한교동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기묘하게 생긴 초록색 물체에 나는 표정을 갸웃하며 “잘못 나온 거 아니야?”하고 중얼거렸고, 그런 나를 보며 아이는 “아빠 이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잖아 이것도 몰라?”하며 나를 구박하고는, 빨리 다음 뽑기를 뽑으라고 재촉해서 나온 마이멜로디 피규어에 만족하며 키즈카페를 뛰어다녔다.




뽑은 피규어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집으로 가져가서 아내에게 보여주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반색하며 어디서 뽑았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때, 캐릭터 맛집의 원조가 그렇게 메인 캐릭터만 순순히 내놓을 리 없다는 사실을 아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산리오 캐릭터는 내가 알고 있는 5종이 아니라, 매년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캐릭터를 뽑아내고 있었고, 매년 캐릭터 인기순위까지 매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녹아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차라리 딸아이가 티니핑을 좋아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아내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피규어를 받아 들고 어디에 놓을까를 고민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아내에게 이 캐릭터가 왜 좋은지를 물어봤다. 객관적으로 내가 봐도 메인 5종 캐릭터들은 다 제각기의 귀여운 매력이 있었는데, 한교동은 어딘가 맹탕한 눈에, 푹 퍼진 입을 하고 몸매조차도 좋지 못한,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어쩐지 뭔가, 외모로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나와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나는 무언가 동족혐오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굉장히 단순한 이유를 들었다.


귀엽잖아, 너처럼


속으로 ‘이게?’라는 생각과 ‘그래도 내가 이거보단 낫지 않나’라는 아무 의미 없는 경쟁심에 불타기도 했지만, 곧 그 호승심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이겨 봐야 나에게 남는 건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걸 깨닫고 ‘그래, 귀여우면 됐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바라보았다.


다시 보니 여전히 푹 퍼진 입에 맹한 느낌이지만, 어쩐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인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 표정에 심각함을 잔뜩 구겨 넣고 사는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해 주는 느낌도 들었다. 삶을 복잡하게 살 것 없이, 저렇게 힘을 빼고 살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보자 최면에 걸린 듯 나도 그렇게 한교동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생각보다 한교동의 인기 순위는 높았고, 동지의식을 느끼는 이 물고기의 매력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나의 매력도 앞으로 뭔가 올라갈 것만 같은 근거 없는 기분 좋음에 휩싸이게 되었다.


좋은 기분에 힘입어, 오늘은 딸아이에게 줄 시나모롤 키링과 아내에게 줄 한교동 키링을 찾아봐야겠다. 과연, 나중에 둘째 딸의 원픽 캐릭터는 어떨지도 심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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