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집에 대한 소문 들었누? 주인 양반이 미쳐서 식솔을 다 죽이고 본인마저도 목을 매달아 죽었다는구먼.
언덕배기에 있는 저 집 말하는 거죠?
그래, 그 집.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었는데 개화다, 뭐다 지랄병이 나면서 싹 다 허물고 새로 지은 집.
그 집 터주신이 화가 나서 저주를 내렸다고 하는구먼. 그래서 미친 거래. 집도 허물고 나라도 팔아먹으니 그 집안이 남아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니야?
주인 나리들이 하루아침에 다 죽었으니, 종들은 다 도망갔지 뭐. 지금은 뭐 아주 한 반세월은 카지노 게임 추천이 안 살았던 것처럼 황량해졌어.
그런데 저잣거리에서 듣기로는 그 집에 누가 살고 있다던데?
그 동경으로 유학 갔다 온 막내아들인가 보네. 혼자 대궐 같은 집에서 살면 뭐 하누.. 식솔 아무도 남지 않은 천애의 고아가 된걸. 딱하지, 쯧쯧...
책을 읽는 척했지만 귀는 어른들이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쪽을 향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연이의 얼굴에 호기심이 비췄다. 언덕 가장 위에 있는 호화스러운 그 집. 카지노 게임 추천 벽돌을 쌓아 올리고 동그란 초석 위 대리석 기둥이 반짝이는 경성 최고 부잣집. 꼭대기 벼슬까지 올라가고 백작이 되더니 갑자기 일가족이 모두 죽였다는 이야기는 다들 쉬쉬할 뿐이지 온 동네에 발을 단 듯 퍼졌다. 오죽하면 우리 집 암탉이 오늘 낳은 겨란도 알고 있다고 할까.
카지노 게임 추천 집은 아주 어릴 적에 가봤다. 그 댁의 잔칫날 음식 장만을 도와주고 품삯을 받으러 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들어선 집은 모든 것이 반짝이고 있었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조선 제일의 명인이 만들었다는 백자부터 이름 모를 그림이 벽에 걸려있었고, 자개가 수놓아진 오동나무 장은 빛을 따라 윤이 나고 있었다. 행랑아범에게 일당을 받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나갔지만, 자꾸만 고개는 뒤를 향했다. 다시는 못 들어갈 것 같아 두 눈에 담고자 목이 돌아간 사람처럼 돌아보았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그곳에 누군가 돌아왔다니 궁금했다. 나라님이 산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화려했던 그 집에 다시 들어가 보고 싶었다. 풀이 카지노 게임 추천만큼 자랐고 담쟁이가 뒤덮어 창문을 다 가리고 있다 했지만, 안에 들어가면 어릴 적에 봤던 대궐 같은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동경 물을 먹고 왔다는 그 댁의 막내아들은 어떤 얼굴인지도 궁금했다. 예전부터 경성 백작 이가네 막내아들은 그림에서 걸어 나온 듯 잘 빚은 미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모든 호기심이 발동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했다.
어른들이 얘기를 나누시는 것을 들은 그날, 어머니 아버지가 잠든 틈을 타 연이는 버선발로 집 밖을 나섰다. 집 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서야 신을 신었다. 자박자박 발카지노 게임 추천가 날까 봐, 그 카지노 게임 추천에 부모님이 일어나실까 고양이 나비처럼 까치발로 사뿐히 숨을 죽이며 걸어 나왔다. 주변을 조심히 둘러보았다. 동네에는 풀벌레 카지노 게임 추천만 날 뿐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묘한 희열감을 느끼며 그 집으로 걸음을 내딛을수록 심장은 쿵 쿵 요동을 쳤다. 동네 사람들은 부정 탈까 봐 아무도 가지 않는 그 집에 간다니, 정말 이상한 게 보이면 어떡하지? 뭐가 붙어서 나오면 어떡하지?
이러한 걱정보다 미지의 공간에 대한 아주 큰 호기심, 꽉 찬 호기심이 연이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야트막한 언덕 위 카지노 게임 추천 벽돌집은 보름에 뜬 달빛을 받아 선명한 카지노 게임 추천색을 띠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돌계단을 하나, 둘 올라갔다. 시커먼 형상에 히이익 하고 놀랐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돌로 만든 해태상이었다.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걸음을 재촉했다.
풀이 내 허리춤만큼 자란 집 앞에 도착했다. 옛날의 위용은 어디로 갔는지 주변은 온통 잡초만 무성했다. 비단잉어가 살았던 것 같은 돌로 만든 연못에도 이름도 알 수 없는 풀들만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칼날 같은 풀에 종아리가 베이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창문 밑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담쟁이넝쿨이 창문을 모두 가리고 있었다. 손으로 확 잡아채자 드드득 카지노 게임 추천가 나며 뜯어졌다. 누가 진짜로 있나 까치발을 들고 살짝 보이는 집 안쪽을 바라보았다. 두 눈을 도록도록 굴리며 안쪽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가 나는 것 같아 귀를 기울였다.
아주 어렴풋이 익숙지 않은 가락이 들렸다. 경성에서 가배를 파는 곳에서 들려오던 가락 같았다. 필시 양놈들의 가락임이 틀림없었다.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정말 어른들이 얘기한 것처럼 사람이 산다는 것이겠지. 얼핏 보이는 촛불 같은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창문을 따라 카지노 게임 추천 왼쪽으로 향했다. 창문 밑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까만 돌로 만든 화단이 있었다. 그 돌을 밟고 올라서서 유리창을 뒤덮은 담쟁이넝쿨을 뜯어냈다. 그러자 집 안에서 누군가의 움직임이 보였다.
길쭉한 팔과 다리, 잘 빗어 넘긴 단정한 머리, 빛을 보지 않은 듯 귀신처럼 하얀 얼굴. 까만 신식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촛불에 비친 움직임에 따라 옅게 반짝였다. 그리고 걸을 때마다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나는 또각또각 카지노 게임 추천. 필시 이 댁의 막내아들이 분명했다. 유리창을 뚫고 들어갈 듯 연이의 얼굴은 창문에 찰싹 달라붙었다. 과연 소문대로 그림에서 걸어 나온 듯한 미남이구나!
막내 도령은 커다란 네모 상자를 집 중앙으로 끌고 나왔다. 그러더니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챙겨 왔다. 그 댁의 어르신들 옷인 듯했다. 어깨에 금색 실이 수놓아진 백작나리의 옷, 까만 동백 무늬가 수놓아진 백작 부인의 옷, 봉숭아처럼 색색들이 예쁜 큰 애기씨의 옷, 잿빛을 띤 큰 도령의 옷을 순서대로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네모 상자를 매만지더니, 다시 서양의 가락이 흘러나왔다. 커다란 나팔꽃 같은 곳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가 나왔다. 막내 도령은 백작 나리의 상의를 들더니 가락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카지노 게임 추천 바닥을 따라 또각 소리가 나는 구둣발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뿌연 유리창 안에서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홀린 듯 쳐다보았다. 세 걸음을 내딛더니 빙글빙글 도는 춤을 췄는데 한 마리 나비 같았다. 분명 한 사람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그가 붙들고 있는 옷깃 때문인지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는 듯했다. 정해진 궤도를 도는 듯 원을 그리다가 우아한 걸음으로 멈춰 섰다. 백작의 옷을 내려놓더니 이번에는 큰 애기씨의 옷을 들고 춤을 췄다. 그 몸짓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하나의 춤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칠뻔했다. 혹시나 내 숨소리를 들을까 봐, 그러면 그 아름다운 춤을 추던 이가 도망갈까 봐 연이는 입을 틀어막고 숨소리를 줄여가며 그 몸짓에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까만 동백이 반짝이는 실로 수놓아진 듯한 백작 부인의 옷을 들고 막내 도령은 춤을 추었다. 몸짓을 따라 바닥을 스치는 백작 부인의 치맛자락에서는 사락사락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가 났다. 막내 도령의 발끝은 빙 돌며 둥근 원을 그렸다. 그 모습이 바람에 흩날리는 봄날의 꽃잎처럼 아름다우나 위태로웠다. 일렁이는 촛불에 따라 그림자가 길어졌다, 짧아지기를 반복했다.
음악이 끝나자 막내 도령은 제자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몸을 반절로 접어가며 공손히 인사했다. 창문으로 새어드는 달빛 때문에 그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핏기 없이 하얀 얼굴을 손으로 감싸 안듯 꼭 움켜쥐었다.
흐느끼는 카지노 게임 추천가 나더니, 수도꼭지를 잠그듯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촛불 옆에 있는 사진 뭉치에 불을 붙였다. 그 불씨를 춤을 췄던 가족들의 옷 무더기로 던졌다. 연이는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헉-하고 카지노 게임 추천를 냈다. 그 카지노 게임 추천를 들었는지 그도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고 연이와 눈이 마주쳤다. 서슬 퍼렇게 빛나는 눈동자를 보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저이가 나를 당장 죽이겠다 싶었다. 서서히 뒷걸음치던 연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아닌 밤중이 대낮처럼 밝아지자 동네 사람들은 하나 둘 눈을 비비며 집 밖으로 나왔다. 연이가 대문에 들어서자 어머니 아버지가 기침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자기 방 문고리를 열어젖히며 이제 일어난 척했다.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동네 골목으로 나오자 동네 사람들 모두 대보름 쥐불놀이를 하듯 백작의 집을 바라보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 집이 더 카지노 게임 추천색으로 타올랐다.
다음날이 되자 카지노 게임 추천 집에 어째서 불이 났는지, 누가 불을 냈는지 조사하기 위해 순사들이 몰려갔다. 동네 사람들은 그 댁에 살던 도깨비들이 도깨비 불놀이를 하다가 터를 팔고 나갔다는 둥, 나라를 판 백작에 대한 앙갚음으로 징벌한 의병이 불을 냈다는 둥, 그 댁에 살던 몸종이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다가 불을 질렀다는 둥 소문만 무성히 자라났다. 결국 모든 것이 불에 타버린 통에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 채 수사는 마무리되었다. 그 화려하던 집은 먹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새카맣게 변했다.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타다 만 까만 재가 흩날릴 뿐이었다.
그날 저녁 연이가 본 이는 누구였을까. 동경에서 돌아왔다던 백작 댁의 막내 도령이 맞았던 걸까.
희끗한 얼굴에 나비처럼 우아한 몸짓으로 춤을 추던, 서슬 퍼런 칼날처럼 눈을 반짝이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 이 글은 볼콤(Bolcom)의 우아한 유령을 듣고 창작한 단편소설입니다. 그래서 읽을 때 같이 들으면서 들으시는걸 추천드려요. 혹시 이미 읽으셨다면 우아한 유령을 들으면서 한번 더 읽어보심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