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하는최작가 Apr 16. 2025

기억 속 대왕 카지노 게임 어디로 갔을까

유년의 바다와 지금의 수조 사이, 잃어버린 기억을 돌아보다

"조오련이랑 카지노 게임랑 수영하면 누가 이기는지 아나?"

영화, 『친구』 속 대사였다. 중학생 시절 우연히 보게 된 그 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날의 나는 그 질문을 듣고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토록 사소한 말이, 왜 이리 오래도록 마음 한켠에 남았을까.


지금에서야 조심스레 짚어본다.

그때의 ‘카지노 게임’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년의 감정, 내가 마음껏 꾸던 꿈, 그리움에 가까웠다. 마치 우리 집엔 남들보다 더 크고 멋진 장난감이 있었고, 우리 부모님은 진짜 슈퍼맨처럼 모든 걸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부모를 만나 안 가본 곳이 없고, 안 해본 것도 없다고 철석같이 믿던 시절. 그 환상의 한복판에 카지노 게임가 있었다. 현실 너머의 무언가로서 말이다.


조오련과 카지노 게임 중 누가 더 빠를지 묻던 그 아이.

그 아이의 마음 속에는 이미 정해진 답이 있었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를 좋아했으면, 카지노 게임가 이겨야만 했고, 조오련을 좋아했다면, 그가 세계에서 제일 빠른 수영선수여야만 했다. 그 시절의 논리는 완벽해야 할 이유도 없고, 증명될 필요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었느냐다.


우리는 지금도 그 아이처럼 살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언제나 옳고, 내가 응원하는 쪽은 언제나 다쳐서는 안 되며,

내가 믿는 진실은 언제나 절대적이다. 편들기의 시작은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서 자란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도 내가 지지하는 팀 선수가 쓰러지면 더 크게 아프고, 상대팀 선수가 쓰러지면 “저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넘겨버리는 마음.그것이 인간이다. 마음은 이성보다 언제나 더 앞서 달린다.


문득, 나는 지금 내 마음속 카지노 게임 무엇인지 묻는다.

예전엔 그렇게 거대하고 경이로워 보이던 존재, 세상 끝 바다를 마음껏 누비는 자유의 상징이었던 카지노 게임. 그러나 지금 내가 본 카지노 게임는 수조 안에 있다. 조명 아래, 음악에 맞춰 점프하고, 사람이 내민 물고기를 받아먹는다. 그것은 분명 카지노 게임인데, 내가 기억하던 그 카지노 게임가 아니다.

어릴 적, 카지노 게임 대왕고래처럼 느껴졌었다.


세상의 끝을 알고, 바다의 언어를 쓰는 신비로운 존재. 하지만 지금 그 카지노 게임는 작고, 조용하고, 훈련받고 있다. 몸집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작은 카지노 게임 앞에서 낯선 감정을 느낀다.

바로 측은함.


저 카지노 게임는 과연 스스로의 바다를 기억할까. 어쩌면, 나 역시도 나만의 바다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리움은 자주, 잊고 있던 나를 불러낸다.기억 속 대왕고래는 여전히 그 바다 어딘가를 헤엄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수조 앞에 서 있다. 작고 어두운 수조. 그 안에서 점프하는 카지노 게임처럼, 내가 꿈꾸던 것들도 어쩌면 누군가의 박수에 맞춰 훈련되어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조오련이랑 카지노 게임랑 수영하면 누가 이기는지 아나?"

이제 나는 대답할 수 없다. 누가 빠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더는 누가 이기든지 상관없는 나이가 되었다.

대신, 나는 묻고 있다.


"그 카지노 게임는 지금 행복할까?, 그리고, 나는 지금 내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걸까?"

카지노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