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에 맡겨진 선택들, 그리고 멈춰 돌아본 길
삶의 중요한 순간, 사람들은 깊이 고민하며 선택을 내린다.
그리고도 그 선택이 맞았는지 곱씹어 보고, 끊임없이 같은 자리로 돌아가 다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여섯 살이었던 내 첫 선택은 너무도 쉬웠다.
“유치원 갈래? 그냥 놀래?”
엄마의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놀래!”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말하는 ‘놀기’가 피아노 치며 노는 것이라는 사실을.
음악에서 ‘코모도(카지노 쿠폰)’는 ‘알맞은 빠르기로, 편안하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편안하게 연주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알맞은 속도만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것을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소화해 내려면 수많은 연습과 단련이 필연적이다.
어쩌면 지금의 내게 '코모도'는 로망이자 목표, 그리고 끝없는 바람이다.
연주에서도, 삶에서도.
돌이켜보면, 여섯 살의 나에게 ‘코모도’는 너무도 쉬웠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유치원을 대신해 피아노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마치 이미 정해져 있던 길처럼 자연스러웠다.
그저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단순한 놀이였다.
특별한 의미도, 대단한 목표도 없었다. 그저 카지노 쿠폰를 쳤다.
한 손만 칠 땐 스스로 천재 같았고,
두 손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카지노 쿠폰가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냥 계속 쳤다.
좋아서라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흘러갔으므로.
내가 사는 고향에서는 매년 9월과 10월, 학생예술제가 열렸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나는 미술 대회에 참가했다.
경치 좋은 곳까지 걸어가 그림을 그리는 일이 꽤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날, 미술 대회 장소로 가려고 화판과 미술 도구를 들고 길게 줄을 서 있는데,
멀리서 보니 ‘피아노 신동’이라 불리던 내 여동생은 엄마 손을 잡고
학교 강당에서 열리는 음악대회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땡볕에서 미술 도구를 들고 선 나와, 시원한 실내로 들어가는 동생.
그 순간, 강렬한 깨달음이 왔다.
“앗, 나만 고생하는 거잖아?!”
그리고 선언했다.
“나도 내년부터 카지노 쿠폰 대회 나갈 거야!”
이 선택 역시 쉽고 분명했다.
엄마의 권유로 슬그머니 시작된 피아노였지만, 이번엔 내가 스스로 발을 더 깊숙이 들여놓은 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카지노 쿠폰가 특별한 의미를 갖거나,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대회가 있다니까 나갔고, 연습을 해야 한다니까 카지노 쿠폰를 쳤을 뿐이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이상하게도 공부가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성적이 오르니 공부가 재미있어져 점점 빠져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카지노 쿠폰 대신 공부를 택했다.
‘선택’이라기보단 그냥 그쪽으로 흘러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카지노 쿠폰 전공으로 대학에 가서야 알았다.
그 시절 피아노를 놓아버린 것이 얼마나 아쉬운 선택이었는지를.
어린 시절의 선택은 늘 쉬웠다.
카지노 쿠폰도, 미술도, 공부도, 언제나 자연스럽고 ‘코모도’처럼 편안했다.
그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흐름에 몸을 맡겼다.
그런데 지금 내게 ‘코모도’란, 단순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나의 길을 찾아 수없이 연습하고, 고민하고, 다듬으며,
그 흐름 속에서도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연주에서도, 삶에서도.
어린 시절 내가 쉬이 내렸던 선택들... 나는 그것들이 전적으로 내 결정이라고 믿었지만,
되돌아보면 그 길엔 언제나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길을 안내해 준 한 사람, 내 인생의 첫 번째 도슨트(Docent).
다음 이야기에서는 내 인생의 첫 도슨트였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