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탈출하기
"아니 도대체 애를 몇 명이나 낳는거야? 허구한날 애만 낳아"
"그러면 또 휴직하겠네. 기껏 교육시켜 놓으면 결혼에 임신에 남편에 아기에, 아..핑계도 많아"
(드라마 미생에서 각색)
직장 중에는 조직 문화가 구시대적이어서 쉽게 적응하기 힘든 곳이 분명히 존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열린 문화로 유명한 기업 중에서도 이상하게 조직문화가 별로인 팀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조직문화는 회사의 대외 이미지보다는 같이 일하는 임원, 팀장의 성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문화가 좋기로 유명해서 이 기업에 왔는데 현실은 시궁창이면 그것보다 더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신입사원 시절 팀 과장이 스타크래프트 매니아였는데 허구한 날 그 과장에게 이끌려서 새벽 2시까지 스타크래프트를 해야 했다.당시 사원들은 싫다고 거절도 못하고 파김치가 되도록 PC방에 죽치고 앉아 스타크래프트를 해야만 했다.
그 조직에서는 담당 임원이 등산을 좋아해서 팀원들은 퇴근 이후 주 1회씩 등산을 해야 했다.해가 지고 앞이 보이지도 않는 산길을 렌턴에 의지해 가면서 나무를 더듬으며 살금살금 산길을 내려왔을 때 내가 왜 이 위험한 짓을 해야 하는지 자책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 외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고 팀원이 함부로 의견 제시하는 것이 금지되는 곳도 있다.
그 외에도 조직 문화가 별로인 예는 얼마든지 있다.
-팀장이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있어 팀원들을 착취하고 조종하고 이간질시키는 부서
-허구한 날 회식하는 부서
-주말에 팀 단합을 이유로 산과 들로 떠나는 부서
-퇴근 이후에도 수시로 카톡으로 업무 확인하는 팀장이 있는 부서
-꼭 퇴근 시간 무렵에 일 시키고 다음 날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팀장 본인 책상에 보고서 올려놓으라고 지시하는 부서
-군대도 아니고 "~습니다"로 꼭 극존칭 써가며 보고해야 하는 부서
-늘 뒷담화와 끼리끼리 어울리는 문화
조직 문화가 별로인 곳에서 평생을 마음 붙이고 일하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을 것이다.요즘은 급여가 높고 유명한 대기업이라고 구린 조직 문화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조직 문화가 별로인 곳에서는 일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여기서 탈출할까 고민하는데 관심을 쏟게 된다.
슈나이더(B. Schneider)라는 학자는 1987년 발표한'ASA 이론'에서 조직문화가 별로인 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분석한 바 있다.
1) 사람들은 자기 성격과 비슷한 조직에 끌리며(Attraction),
2) 조직 역시 조직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과 유사한 특징을 지닌 사람을 더 원하고(Selection),
3) 조직과 맞지 않는 사람은 도태되고 떠날 수밖에 없다(Attriction)
즉,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마냥 참고 견딘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벼룩을 오랫동안 작은 통 안에 가두게 되면 통이 사라진 후에도 벼룩은 과거 통의 높이 이상으로 뛰지 못하게 된다.사람도 오랫동안 나쁜 조직문화의 통에 갇혀 있게 되면, 그 조직문화를 벗어난 이후에도 자기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오랫동안 족쇄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옷이 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계속 입고 있다고 해서 언젠가는 저절로 어울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나와 맞지 않는 조직문화 때문에 힘들어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다른 팀이나 회사로 옮기는 것을 추천드린다.
잘 어울리면 모두에게 잘 보이게 된다.
모두에게 잘 보이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기분이 좋아지면 잘하게 된다.
- 조지 세인트피에르(패션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