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이민자 Mar 03. 2025

20년(4) 카지노 게임 추천

이상한 명에

KBS에서의 10년은 제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기간입니다. 그곳에서 드라마 업계에 입문하고, 일을 배우고, 연출 데뷔에 이르렀으니까요. 이제 그곳을 떠난지도 8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KBS 출신 연출자라는 꼬리표는 늘 저를 따라다니고 저도 그걸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게 저니까요.


KBS에 입사하게 된 것은 밥벌이와 연출직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저는 그 곳에서의 시간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공영방송 시스템’ 종사자라고 스스로를 정체화했거든요. 그 시스템의 존재 근거에 대해 깊이 공감했어요. 수신료를 취하기에 자본으로부터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광고를 취하기에 권력으로부터의 거리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시민들의 공통의 관심사가 될만한 의제들을 제시하고 탐구할 수 있는 곳. 공동체의 균형잡힌 번영을 생각하는 언론인들과 예술가들이 머물만한 둥지라고. 공영방송 시스템은 한 사회가 건강하고 흥미롭게 존재하는 데에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필수적인 시스템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생산하는 작업물들의 진취성이 사회 전반으로 흘러넘치게 해야한다고 믿었습니다. 전 그 시스템에 영상 서사 창작 담당으로 입사했다고 생각했지요. 공영방송의 프로듀서라는 직은 제게 있어 명예와 책임이 공존하는 귀한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실제와 이상은 많이 달랐어요. 먼저 내용의 측면에서. 방송 드라마에서 담는 내용의 범위는 생각만큼 진취적이지 못했어요. 드라마국은 ‘공영성’을 담당하기보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돈 쓰는 부서, 돈 버는 부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녁 일일극은 아홉시 뉴스로 더 많은 시청자를 견인하기 위한 방편으로 배치되었고요. 일일극의 예를 들면 강고한 가족주의를 따뜻하게 긍정해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위로‘가 방송 드라마의 중요한 모티브였어요. 물론 개별로는 진취적인 시도가 있지요. 텔레비전 편성이라는 넓은 무대에서 선보이는 새로움들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무작위로 흩뿌려지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시스템의 심의도, 만드는 사람의 내적 규율도 상당히 강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률이라는 잣대가 모든 평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습니다.


사회의 측면으로 보면 카지노 게임 추천국은 강고한 계급사회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후배에게 ‘이곳이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 기묘한 계급 사회에서 내가 추구해야할 긍정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카지노 게임 추천국을 나오는 날까지 고민되고 헛갈렸습니다. 나오고 나서도 한참을 헤맸던 것 같아요. 추구하고자하는 민주적 창조적 이상과 매일의 작업이 흘러가는 위계와 체계에는 차이가 있었고, 그걸 좁히고자 하는 노력은 위선이나 무능, 혹은 오만이나 우유부단으로 보이기가 쉬웠어요. 우리는 누구나 유능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과연 거기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었을까요. 또 나름의 전문성을 갖고자 했던 목표는 결국 개인이 알아서 추구하고 노력해야하는 영역이었고요.


요즘 ‘시리즈물’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는 ‘tv드라마’는 보도, 교양, 예능보다는 제작시스템의 측면에서 ‘영화’와 더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영상 서사라는 장르로써 상업영화가 갖기 어려운 형식적 진취성을 성취해보고 싶은 나름의 소망이 있었지요. 하지만 과거 신문 연재소설처럼 ’연속성을 가진 이야기’가 가진 보수성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음 회차의 이야기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의 기대를 지나치게 크게 벗어나면 안 된다는 약속 같은 게 느껴졌어요. 장르적 진취성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성을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고민은 잘 맞지 않는 생각이었어요. 물론 이런 고민들을 단막극에서 도전하는 경우는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도전들이 독립영화나 실험영화 진영을 넘어서는 진보적 성취라고 볼수는 없었어요. 또 그런 추구가 카지노 게임 추천 텔레비전 종사자에게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내부적 합의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내용적, 사회적, 형식적 괴리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이었다면 원래 세상이 모순을 품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니, 가치있는 고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제 현실의 10년동안 카지노 게임 추천은 정파적 이해에 의해 침탈되었고, 그 시간의 그림자는 끝나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건 시스템에 대한 점거 투쟁인 것 같습니다. 존재하는 공영 시스템이 어떻게 공동체에 한 뼘이라도 유익하게 이용되는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점거의 정도가 야금야금 달라지는 곳이랄까요. 이 시스템의 중요도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공영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악용되지 않게 버텨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러한 윤리에 대한 고민은 드라마 제작자에게 썩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피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돌이켜보면, 우울의 시간이 많았다고는 해도 제 삶에서 가장 명예로운 시간이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명예로운 고민을 할 자격과 의무가 있었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곳을 떠난 지금은, 뭐랄까, 송충이가 솔잎을 먹으러 떠난 느낌에 가깝습니다. 버거운 질문보다는 창작자 본연의 노력에 집중해야카지노 게임 추천 입장이 됐지요. 그래도 전 요즘도 종종 그 이상한 명예를 곱씹으며 공동체에 대해, 시민에 대해, 이야기 창작자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고는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