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생각인데, 누군가와 같이한 세월이 지닌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영향이 세서 결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사람마저 사랑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이 엄마 같은 사람마저 사랑하게 만든다.
며칠 전, 갑자기 집으로 책 한 권이 배송되었다. 제목은 <어둠 뚫기. 제3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라고 했다. 문학동네 측에서 보낸 것은 확실한데, 이게 북클럽 문학동네에서 보낸 것인지,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계간 <문학동네에서 보낸 것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독파 이벤트에 당첨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당장은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독파 챌린지로 올라왔기에 겸사겸사 읽었다. (나중에 확인하니 계간 <문학동네에서 보낸 것이었다. 정기 구독자에게는 문학동네 주최의 수상작들을 보내주는 것 같다)
초반부를 읽으며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더 정확하게는 주인공인 아들과 어머니의 이야기. 하지만 조금 더 읽자 퀴어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작가의 자전적인 부분이 많아 담겨 있을 것이다.
솔직히 '아, 또 퀴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퀴어 문학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피로감이 들기는 한다.최근의 한국 소설에서 퀴어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영역 또한 확장되었다. 대체로는 작가의 성정체성이 반영된 작품들이 많을 것이며, 작품을 통해 성소수자의 삶과 내면을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남자야? 물론 여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남자야?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다. 그런 걸 대체 누구한테 묻는단 말인가. 그래, 내가 생물학적으로 남자이긴 하지,그렇긴 한데, 나는 정말이지 내가 그들과 같은 종속이라 느낀적이 살면서 단 한순간도 없었다. 그 남직원들 역시 나를 한차례 겪어본 것만으로 내가 그들과 같은 남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챘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두 번 다시 그 술자리에불려 가지 못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여직원들에게는 좆 달린 사내새끼였을 뿐이므로 나는 이쪽 편도 될 수 없었고 저쪽편도 될 수 없었다. 온전히 남자가 될 수도 없었고 당연히 여자가 될 수도 없었지. 나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고, 늘 그러한 상태로 살아왔으며, 살게 될 카지노 게임 추천었다. 앞으로도 쭉.
언제나 우툴두툴하게 남아 있는 흉터 같은 비가역적 손상이었으니까. 카지노 게임 추천 그 훼손마저 오롯이 수용해야 함을 알면서도,오히려 전복하고 갖고 놀아야 한다고 배웠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수없이 되뇌었으면서도 부끄러워했다.그것은 정말이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고...... 생각건대 자신을 조금도 창피해하지 않는 동성애자란 세상에 존재하지않으리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카지노 게임 추천 지나치리만큼 꾸준하게, 가끔은 누구보다 야멸찬 방식으로 스스로를 미워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내의지나 노력과 무관한 일이었으니까.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항상 내 잘못이었다.내 죄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내 죄였다.카지노 게임 추천 한 번도 내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으나 늘 내가 죽어마땅하다고 생각했다.그렇기에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신하건대 카지노 게임 추천 마지막 숨을거두는 그날까지도 나 자신과 화해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든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여전히 일반인(이성애자)이 절대다수이고, 그들이 만든 사회, 그들이 만든 가치관 아래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럼에도 퀴어 문학은 그 일반적 비율을 넘어선 듯 보이고, 특히 내가 읽는 작품이 상당수가 퀴어 문학인 것은 단순한 우연일 것 같지는 않다. 어떤 것이든, 소수자의 입장을 보여주고 대변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의 반대쪽에서 쿵쿵 뛰고 있는 모습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역시 기득권자의 오만일까.
또한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서른 번째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으로 선정했을까? 심사평을 읽어 보아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이해한다. 어머니의 상황과 심경도 이해하고, 주인공의 상황과 심경도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 (주변인처럼 가끔씩만 언급되는 형이나 동료 등 다른 사람들)도 모두 우리 사회의 일정 부분을 담고 있다.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은 소설의 단골 소재이며, 퀴어인 자식과 부모 간 갈등을 다룬 작품도 종종 나오고 있다. 기존에 읽었던 몇몇 작품이 떠오른다. 대표적으로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를 들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 작품 내에서의 서사는 무엇인가? 장편 소설이기는 하지만 마치 단편 소설처럼 챕터별로 끊기는 감이 있다. 애초 단편소설을 확장해서 썼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을 카지노 게임 추천다.
전체 여섯 개로 이루어진 챕터 중에서 처음과 마지막 챕터가 주로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며, 나머지는 대체로 주인공 자신에 대한 카지노 게임 추천다. 이는 다시 직장인(출판사 직원)인으로서의 자신, 작가로서의 자신, 그리고 자신의 성 정체성 및 경험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목이 "카지노 게임 추천 뚫기"인 것을 보면, 작가 자신의 불안한 현재와 미래를 뚫고 나아가기를 갈망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작품을 읽으면 주인공뿐만 아니라 어머니 역시 그런 상황으로 보인다. 주인공보다는 어머니가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혹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출판계의 현실과 작가로서의 삶을 실감 나게 담아낸 부분과, 소설 창작 수업을 통해 보인 작가의 문학관은 공감이 되었다. 단지 소설 내의 한 에피소드 혹은 설정이 아니라 문학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 카지노 게임 추천기 때문이다.
물론 문학을 하는 이로서 그런 상업주의 논리로부터 초탈해야 한다는 의식 정도는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어렵게 데뷔하여 처음 책을 내본 탓도 있었지만,어쩌면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이기 전에 편집자이기도 하여 그 무자비한 평가에 더 취약했는지 모른다. 출판계 사람들이 작가의 작품을 누구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그가 추구하는미학이랄지 고유의 문학성을 아낌없이 지지해 주리라는 환상 따위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카지노 게임 추천 김밥을 기다리는 동안 눈에 띄는 대로 문장들을 읽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째서 기어코 뭔가를 쓰고야 마는지에 대해.
카지노 게임 추천 왜 쓰는가.
이건 조지 오웰의 산문집 제목이기도 해서, 서점에서 그 책을 발견했을 때 충동적으로 구매해 놓고 지금까지 한 장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읽지 않아도 알 것 같은기분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나는 세상에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 쓰는 것 같은데, 내가 남길 수 있는 게 글뿐이라 쓰는 듯한데, 그카지노 게임 추천 나 같은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것 같은데,그가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영위했으면 싶은데......그래서인지 내가 쓰는 모든 글이 유서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지금 여기에 쓰는 문장들이 내가 남기는 마지막 편지 같은 카지노 게임 추천라고.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하는 행위일까요. 저는 자신을 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쓰기 위하여 타인을 경험하고 감득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안간힘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우리가 이 수업을 통해 잠시나마 연결될 수 있을까요. 일생에 딱여섯 번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소설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끝이 정해져 있어야 솔직해질 수 있다"는 카지노 게임 추천다. 다시 안 볼 사이가 돼야 진솔하게 말할 수 있고, 그렇게 말한 후에는 다시 만나지 않는다. '다시 보자'는 약속은 그냥 '빈 약속'일 따름이다.
우리는 그것을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새카만 먹빛 하늘에서 온 세상을 뒤덮을 기세로 펑펑 쏟아져 내리는 흰 눈송이들을. 그 순간 카지노 게임 추천 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걸로 끝이야,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을 거야. 생각이라기보다 어떤 확신에가까웠다. 어째서 그랬을까.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자기 살을 깎아 파는 것일까? 아니면 독자를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솔직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어느 정도의 허구가 가미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본질적인 부분은 부정할 수 없으니)
소설이란 무엇인지, '작가 됨'이란 무엇인지 고민이 들게 한 작품이었다.
그러한 마음으로 창문을 열어보니 어느덧 캄캄한 밤이다.카지노 게임 추천이 무거운 장막처럼 내려앉아 있다. 곳곳에 창백한 불을밝히고 서 있는 가로등이 보인다. 가로등 빛을 머금고 활짝피어난 백목련도 눈에 들어온다. 희디흰 꽃봉오리가 바람결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모습은 마치 누군가를 향한 손짓 같다.
언제였더라.엄마는 목련이 봄의 시작을 맞이하는 꽃이 아니라 겨울의끝을 배웅하는 꽃이라 했다. 그간의 모질고 억센 시절을 한껏여리고 아름다운 자태로 떠나보내는 꽃이라고. 그 모습이 심히 환하고 주책스러워 사랑스럽기 그지없다고 했다. 누가 누구한테 뭐라는지. 겨울을 배웅하며 미소 짓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비로소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웃음이 나왔고, 뭔가를 실감하는 일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정말 혼자서 아침을 맞이하게 되리라. 엄마 없이살아가게 되리라. 그런 날은 올 카지노 게임 추천다. 모든 것은 종료되니까. 마지막에 이르고, 기어이 끝나고야 마니까.
카지노 게임 추천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날에 대해 생각해 왔다.평생 그날에 대해 생각해 왔다.
끝.
놀라운 사실은 끝을 가늠하다 보면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이 느껴진다는 카지노 게임 추천다. 희미하게나마 어떤 가능성들이 눈에보일 듯하고,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는 카지노 게임 추천다.그러면 나는 그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 걸음, 적어도 한걸음은 더 옮길 수 있다. 속는 셈 치고 하루만, 오늘 하루만더, 하면서.그렇게 살다 보면 진정한 끝에 이르게 될 카지노 게임 추천다.그곳에도 엄마가 있을 카지노 게임 추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