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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pr 04. 2025

키스 스타노비치 <우리편 카지노 게임

신념은 어떻게 카지노 게임이 되는가?

카지노 게임


혼란스러운 시대다. 인류 역사상 혼란스럽지 않은 시대가 있었을까 싶지만, 그래도 과거보다는 현재의 혼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현시대를 살고 있는 나의 관점에서 가중치가 부여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혼란은 나와는 멀게 느껴지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깝고,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도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다른 나라끼리 뿐만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도 분열이 일어난다. 그 분열은 점점 세를 키워가며 마치 '치킨게임'과 같은 양상으로 가고 있다.


각각은 저마다 가진 논리가 있다. 아니, 논리라기보다는 신념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무래도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안정적이고, 자기가 맞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키스 스타노비치의 <우리편 편향은 이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본책이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인 스타노비치는 인지 심리학 분야에서 합리성과 인지 편향을 주로 연구했으며, 이 책에서도 '우리편 카지노 게임'의 원인과 그로 인한 사회 분열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만 기울어지는 것을 '확증카지노 게임'이라고 한다. 말은 아마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편 카지노 게임' (더 정확하게는 '내편 카지노 게임')은 조금 생소한 용어다.


저자는 우리편 편향, 확증 편향, 심리 편향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으며, 이 책 내에서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대상으로 삼은) 편향이 '우리편 카지노 게임'임을 명확하게 밝혔다.우리편 편향과 확증 편향은 유사하게 생각되거나 혼동이 될 수 있지만, 우리편 편향이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편 카지노 게임 (Myside Bias)

자신의 사전 견해나 태도,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의 신념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평가, 생성, 검증하는 경향

핵심 개념으로, 사회적 분열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됨


확증 카지노 게임 (Confirmation Bias)

기존의 신념이나 가설과 일치하는 정보를 선호하고, 반대되는 정보를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경향

'우리편 카지노 게임'의 한 형태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임


신념 카지노 게임 (Belief Bias)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보다는 결론이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지 여부에 따라 주장을 평가하는 경향

'우리편 카지노 게임' 상황에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주장을 논리적 근거 없이도 쉽게 수용하게 만듦




이 책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 전에 이 책의 목차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문 목차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1장 어디에나 있는 우리편 카지노 게임

나는 누구에게 우호적인가 | 카지노 게임이라는 말에 대하여 | 어느 편에 서 있는가 | 수리력이 좋아도 강해지는 카지노 게임 | 모든 나이대와 다양한 곳에서


2장 우리는 언제 비합리적으로 되는가

인간의 정보 처리라는 것 | 거짓 신념의 고립된 섬들 | 내가 옳기를 바라는 마음 | 널리 정당화되는 우리편 사고 | 누구의 결점에 관대한가 | 좋은 편향과 나쁜 편향 | 세계관 투사가 꼭 비합리적인가 | 자신을 표현하는 의사소통 | 의사소통 공유지의 비극


3장 우리편 사고는 왜 특이한 카지노 게임인가

카지노 게임과 지능의 관계 | 개인차 변수가 없는 특이한 사례 | 개인차와 흥미로운 지점들 | 인지 능력과 관계없는 카지노 게임 | 규칙성을 보이는 우리편 카지노 게임 | 우리편 카지노 게임의 영역 특이성 | 당신이 어느 편인지에 달려 있다


4장 우리의 확신은 어디서 오는가

대안적 개념을 위하여 | 최근의 심리학이 간과한 것 | 소유물과 밈으로서의 신념 | 기능성과 성찰적 신념 획득 | 확신과 거리를 유지해 주는 도구 | 요약과 결론


5장 엘리트의 맹목적인 우리편 추종

유독 지식인들에게 보이는 카지노 게임 | 카지노 게임의 사각지대는 어디인가 | 보수주의자의 인지적 결함을 찾아서 | 트럼프 투표자에게서 결함 찾기


6장 우리편 카지노 게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 | 인지 엘리트의 편향을 피하는 법 | 충돌하는 가치관을 깨달아라 | 자신의 신념을 의심하라 | 신념은 소유물이 아니다 | 인터넷이 부채질하는 모호함 | 원칙을 세우고 확신을 피하라 | 당파적 부족주의가 편향을 부추긴다 | 편향을 강화하는 정체성 정치 | 관점을 바꿔 보는 능력



1장에서는 먼저 카지노 게임의 개념을 정리하고, 그러한 카지노 게임이 어디든 존재한다고 하였다. 또한 인간은 카지노 게임성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중에서도 우리편 사고가 특이한 카지노 게임이라고 하였다. 이는 개인차나 지능, 인지 능력과 무관하면서도 특수한 양상 (규칙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지 엘리트들에게서 그러한 것이 두드러진다.그러한 신념은 경험적으로 얻어지기도 하지만 밈에 의해 생기기도 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혹은 그룹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편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기대에 못 미쳤다. 초반부에 편향이 생기는 원인과 우리편 편향이 생기는 원인을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이론들보다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개인이 신념을 갖게 되는 과정 및 우리편 편향이 강화되는 과정, 그리고 인지 엘리트에 대한 부분과 대안을 제시한 부분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특히, 대부분의 내용이 미국 내 정치적인 것과 연관이 되어 있었고, 뒷부분은 이 연구와 관련해서 대학 내에서 자신이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밝히면서 논점이 흐려지기도 했다. 그는 대학 자체가 그러한 편향성을 보인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인덱스까지 붙여가며 꼼꼼하게 읽어보려 했다. (실제 내가 읽은 책의 사진이다.)


카지노 게임


나는 이 책에 무엇을 기대했을까? 현재의 혼란을 해소할만한 어떤 거대한 힘을 바랐을까?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해결책을 바랐을까?


아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어린애도 안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고, 모든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하나의 솔루션이 만능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타협할 수 있을 것인가, 그로 인해 어떤 최적의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만 결정할 수 있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이러한 편향성은 작용한다.




이 책은인간의 사고방식 깊숙이 뿌리내린 인지적 특성이 어떻게 집단 간의 갈등과 오해를 심화시키는지를 탐구한다. 스타노비치는 사회 분열의 원인이 '우리편 사회'이고, 그 가운데 '우리편 카지노 게임'이 작용한다고 하였다. 이를 인지적 특성으로 보려 한 것이 이 연구의 차별점이자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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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일까? 나는 진실이라는 것은 '조건부 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조건은 시간, 공간,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상대성을 갖는다고 여긴다. 이 말은 모순적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니까. 아마 '가설'에 가깝지 않을까? 그래, 가설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진실을 말한다. 자기가 믿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는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그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기는 어렵다. 거기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진실을 찾는 과정, 즉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편향성이 작용한다.


앞부분에 베이즈 확률 계산이 나왔는데, 베이즈 확률은 사전 확률과 조건을 알면 사후 확률을 구할 수 있는 조건부 확률 계산 방법이다. 그런데 사전 확률에 대한 왜곡 혹은 사전 확률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확률을 잘 못 판단한다. 수학적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이를 일상생활에서의 경험 혹은 가치 판단 문제로 변환하면, 쉽게 그런 실수를 (혹은 고의적으로) 저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타노비치는 우리편 카지노 게임이"개인이 자신의 기존 신념, 의견, 태도, 특히 자신이 동일시하는 집단과 관련된 신념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평가하고, 생성하며, 가설을 검증하는 경향"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편향은 단순히 개인적인 의견을 선호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속한 '우리 편'에 대한 강한 애착과 그들의 주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그리고 그들의 결점이나 오류에 대한 관대한 태도를 포함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편향의 중심에는 강한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특정 대상에 대한 정서적 헌신과 자아 몰두를 특징으로 하는 깊은 신념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보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입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밈(meme)' 이론을 통해 신념의 자기 복제적 특성을 설명하였는데, 이는 다소 생뚱맞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시각이다. 다만, 이것이 개인적인 의견 수준인 지라 근거는 부족해 보인다.


스타노비치는 이러한 인지적 노력을 '브로콜리와 아이스크림'에 비유하여 설명한다.달콤한 아이스크림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고는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우리 편'의 주장을 지지하는 정보에 대한 반응이다. 하지만, 브로콜리를 먹는 것처럼 억지로 노력해야 하는 인지적 과정은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정보나 '우리 편'의 오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에 해당한다.


그는 "우리가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사회적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넘어 영양가 있는 브로콜리를 섭취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한다. 즉, 자신의 집단 정체성, 편안한 지대에 머무르려는 관성,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을 강화하는 의견만을 선호하는 경향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이 책의 핵심인데,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다. 그걸 몰라서 못할까? 하지만 그렇게만 반응하기에는 이 책을 읽은 노력이 아까워진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문제가 진실의 부재, 즉 '탈진실 사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편 카지노 게임'으로 인해 사람들이 공통으로 받아들여지는 진실과 사실에 합의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사람들은 진실과 사실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그것이 자신의 견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입장을 지지할 때에만 그렇다.반대되는 정보는 '가짜 뉴스'로 치부하며, 자신의 편이 제시하는 정보만을 진실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진실과 거짓은 동전의 양면인가? 같은 것을 두고도 자신이 보고 있는 쪽이 진실이고 다른 쪽이 보는 것은 거짓인가?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을 객관적으로 구분할 할 수 있는가?


또한 확신은 어떻게 생기는가? 확신은 '우리편 카지노 게임'이 생기게 하고 심화시키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우리편 편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악순환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우리편 카지노 게임'은 특정 이념이나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인지적 경향이다. 오히려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이 더욱 그러한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스타노비치는'우리편 카지노 게임'이 예측 불가능하며, 지능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대부분의 인지 편향은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그 영향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우리편 카지노 게임'은 지능이 높은 사람들에게서도 쉽게 나타나며, 심지어 자신의 편향을 인지하지 못하는 '맹점'을 유발할 수 있다. 이것을 보이기 위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지식이 많거나 인지 능력이 좋은 사람은 자신의 판단에 대해 오만하기 쉽고,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깎아내리려는 경향도 있다. 자신은 근거에 기반하여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결과 '인지 엘리트들'의 우리편 편향이 더 심각해졌으며, 저자는 이들을주된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소위 엘리트들이 확증 편향에 빠지는경향이 더 크다는 분석과도 유사하다.


그렇다고 지능이나 인지 능력이 낮은 경우에 우리편 편향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물론 그러한 편향성에 빠지기 쉽다. 요점은 누구나 다 우리편 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추천사나 호평이 많지만, 사실 저자의 유명세에 비해 논리 전개나 결론이 약한 부분은 아쉽다.사회 분열 현상을 '우리편 카지노 게임'의 관점에서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시도는 좋았지만, 그에 비해 더 나아가지 못했다.여기에 인용된 심리학 연구 결과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이용되었지만, 핵심 사항에 대한 부분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가독성이 좋지 않아서 읽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생각하면서, 인덱스를 붙이면서 보느라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이 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알려주지만 정답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책에서 언급한 '의사소통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차원이라기보다는 집단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한 두 명의 노력으로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는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의미를 갖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정치적 양극화와 분열, 혼란이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작 그러한 편향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이런 책은 읽어보려 할 생각도 안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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