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휴일이라지만 대충휴일.
대체휴일이 된 월요일에 출근해야 하는 어른이 된 나는 결국 눈 내리는 새벽을 걱정하고 만다. 마냥 눈 내리는 게 좋았던 어린 시절은 기억 속에만 있고, 미끄러운 거리 위에서 휘청거릴 신발과 우산에 빼앗길 내 한 손이 걱정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일은 정시 출근이 필요 없는 휴일근무라는 점. 지하철이 연착되거나 밀려도 조금 늦게 사무실에 도착하면 그만이니까.
언젠가 눈 내리는 날엔 곧장 반차를 쓰고 눈을 맞으면서 흩날리는 눈이 잘 보이는 카페로 갔다. 그런 낭만은 여유에서 나온다. 그런데 바쁜 시즌에는 눈은 출근길 걱정이나 하게 만든다. 참 눈치도 없다. 어찌 이런 타이밍에 눈이 내리느냐는 말이다. 내가 누리기 좋아하는 눈은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눈이다. 어딘가 출근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는 여유가 있는 눈. 이를테면 나는 카페 안에서 따뜻하고, 눈은 밖에서 하염없이 하얗고 시원하게 내리고. 이런 따뜻한 눈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과 비교한다면 그때는 또 마냥 시원한 눈이 좋았다. 카지노 게임 뭉쳐서 그대로 시원하게 친구에게 던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차가운 온도가 계속되어야만 살 수 있는 눈사람을 만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내 몸은 뜨거워서 그 차가운 눈과 맞닿으면서 그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만큼의 열정은 없는 모양이다. 차게 식은 몸 때문에 눈의 온도를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밖에. 그게 바로 창 밖으로 따뜻한 카지노 게임 보는 일이다.
다시, 눈이 내린다는 새벽을 걱정한다. 지금 잠에 들었다 눈을 뜨면 눈이 거리에 쌓여 있겠지. 아침에도 눈이 계속 내리려나. 눈 내린 바닥은 얼마나 미끄러우려나. 내 신발은 감당이 가능하려나. 대체휴일이지만 나에겐 대충휴일, 출근할 아침을 걱정하며 일단은 눈을 감아본다. 이런 걱정이든 저런 걱정이든 걱정일랑 상관없이 눈은 내리거나 내리지 않거나, 내렸다가 녹거나 혹은 그대로이거나 중 하나일테니 말이다. 그러니 나도 눈을 감았다가 떠서 출근하거나 그러지 않거나 중 하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