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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11. 2025

벚꽃의 꽃말은 사실 무료 카지노 게임였을지도(1)

입사 후 다섯 번째로 맞는 정기무료 카지노 게임의 계절이 다가왔다. 임시무료 카지노 게임는 일부러 포함하지 않았는데 그건 뒤에서 좀 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왜 그렇게 부르는지 잘 모르겠지만 상장회사의 꽃은 무료 카지노 게임라고 하던데 과연 그게 꽃인지 꽃 같은 것인지에 대해 말하려면 풀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 회사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이다. 대학교 내 연구소에서 출발한 바이오 벤처로 한창 시장 주목도가 높고 업황과 신약 개발 경과가 좋을 때는 시가총액이 4조 원을 훌쩍 넘었지만 내가 입사하기도 전 이야기고 지금은 2천억 원이 되지 않는다. 진도가 가장 앞서 있던 임상시험의 실패와 소액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 등 풍파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투자자 관심은 멀어졌고 최대주주도 몇 번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가끔 회사를 잘 다녔다기보다 '살아남은' 게 아닐까 싶은 때가 있는데 과연 어떻게 무엇으로 살아남은 것인지 돌아보기 딱 좋은 3월이다.

대외 업무를 주관하는 부서에서 내가 하는 일은 크게 PR(Public Relations)과 IR(Investor Relations), 그리고 공시로나뉜다. PR과 IR은 성격은 거의 같지만 그 대상이 언론과 투자자로 구분된다. 전자는 언론사 기자들을 응대하면서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 등을 도맡고 홈페이지와 같이 회사의 얼굴이 되는 각종 외부 창구를 관리한다. 후자는 기자가 아니라 주주가 상대다. 크게 개인주주(소액주주)와 국내외 기관투자자(증권사, 금융투자, 펀드 등)를 상대하며 기업설명회 등의 자리를 통해 회사 현황과 사업 계획, 업종 전망 같은 것을 설명하고 질의에 응답한다.


기자들이 보는 게 보도자료라면, 주주들이 주로 보는 건 '공시'다. 주식이 상장되어 있는 회사는 경영상 주요 사항들에 대하여 금융감독원 또는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시하게 돼 있다. 정기적인 실적 공시 외에도 수시로 발생하는 공시의무사항들이 있어 공시담당자는 늘 긴장해야 한다. DART 또는 KIND*에 어떤 공시가 올라올지 투자자들이 기대 반 우려 반 섞어 종목 알림 설정을 하고 지켜보는 것 이상으로 공시담당자는 자주 한정된 시각과 싸우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초조해진다. 상당수 공시들은 언제 어떨 때 해야 하는지 예측되고 대비 가능하지만 말 그대로 갑자기 닥쳐오는 것들이 있다. 가령 임상시험 진행사항이나 결과에 대한 것 또는 일정 금액 이상의 계약이나 출자, 혹은 회사가 소송의 채무자 또는 피고가 되었을 때 등은 예비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평범한 어느 목요일 오후 상무님의 전화가 걸려와 "김 과장, 우리 000000 해야 하는데 이거 공시사항이야?"하는 식으로 상황이 주어지는 거다. 또는 대표님의 전화로 (앞선 상무님 전화와 비슷한 상황이지만)"우리 '자기 자본' 대비 5% 해당 액수가 얼마야?"라고 기출변형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공시담당자보다 (임원 포함)회사에 공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되는데, 안에서만 날 찾는 게 아니라 밖에서도 찾는다. 공시담당자는 한국거래소에 담당자라고 신고되어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으면 한국거래소에서도 담당자에게 연락이 오게 돼 있다. 그나마 금융감독원 공시는 전송하면 즉시 제출(외부 공개)되기 때문에 담당자가 알아서 잘하면 되는데, 한국거래소 공시는 사전 검토도 받아야 하고 한국거래소 담당자가 검토 후 승인해야 제출이 완료되기 때문에 촉각을 다툴 때가 잦다. 제출시스템에서 진행 경과를 볼 때 '미처리'에서 '검토'로 넘어갔는데 15분째 진척이 없다? 그러면 이제 화장실을 참고 기다려야 한다. 무사히 공시가 완료됐는데 뒤늦게 오탈자가 보인다? 물론 정정공시를 제출하면 되지만 그 사소한 획 하나에 담당자의 일처리 능력을 평가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 몇 개의 결산기를 지나고 보니 공시업무 일정표쯤은 스스로 금방 짤 수 있게 됐고 관련 법령과 규정을 어디서 어떻게 검토해야 할지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3월 28일에 정기무료 카지노 게임를 개최한다면 공시와 관련된 주요 일정을 법령과 규정상 시한을 기준으로 몇 가지 쓰면 이렇다.



3월 13일:
-무료 카지노 게임소집결의 (이사회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에서 결의할 목적사항을 확정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소집공고 (주주에게 무료 카지노 게임가 소집되었음을 알려야 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집중일개최사유신고 (12월 결산법인이 대다수이다 보니 매년 유가증권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상장회사협의회 등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를 몇 개 발표한다. 그 날짜에 무료 카지노 게임를 열게 되면 왜 그때 열 수밖에 없었는지 신고서를 내야 한다.)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 (회사가 가진 지분만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 성립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주주들에게 의결권 행사(투표)를 일정 요건을 갖춰 권유 및 독려해야 할 때가 잦다.)


3월 20일:

-감사보고서제출 (회계법인(외부감사인)이 당기(2024년) 실적에 대한 감사를 마치고 감사보고서를 보내오면 회사가 그 내용을 공시한다.)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포함해 회사가 실적을 포함한 주요 경영 현황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양식에 맞춰 보고서로 올린다.)


3월 28일:

-정기무료 카지노 게임결과 (무료 카지노 게임 개최 당일, 각 의안들에 대한 표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세부 내역을 공시한다.)


그 외에 외부에 노출되지 않지만'임원현황총괄표', '주주명부요약표' 등이 시기에 한국거래소에 제출 또는 신고해야 할 서류들이 많이 있고, 이사를 선임했거나 회사 정관을 변경했다든지 하는 것들에 대한 등기변경 절차까지 마치면 대략 2주가 걸린다. 4월 중순쯤 되면 결산과 무료 카지노 게임와 관련한 모든 게 실질적으로 종료된다는 뜻이다. 필요한 경우가 생겨 임시무료 카지노 게임를 열지 않는 한 정기무료 카지노 게임는 1년에 한 번만 하니까 업무도 1년에 한 번만 하면 좋겠지만... 오늘의 일을 마치면 내일의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 나는 공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회사를 향해 오는 거의 모든 문의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또 어느 평화로운 월요일 오후, IR팀 전화로 대뜸 화가 나 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 오늘 주가가 왜 이러는 겁니까?(그러게요.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은 시장원리로 정해지니 누가 많이 사면 오르고 누가 많이 팔면 떨어지는 것일 텐데요...) IR팀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대부분, 그러니까 경험치로 말하면 거의 97%의 사람들은 자기가 산 가격보다 주가가 떨어지거나 오늘 주가가 떨어지고 있거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사 앱에 들어갔거나 해서 전화를 건다. 거기 IR 담당자요? 주담(주식담당자)이랑 통화했으면 하는데.(예 접니다 말씀하세요.) 회사는 지금 손 놓고 뭐 하는 겁니까? 이럴 때일수록 회사나 임원이 주식도 좀 사서 방어를 좀 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계속)


*DART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IND는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을 가리킨다. 각 시스템에 공시하는 사항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둘은 투자자 편의를 위해 서로 연동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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