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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13. 2025

그림자 뒤의 카지노 쿠폰과 사연을 보기

영화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2018)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생각할 때 흔히 ‘추리’ 내지는 ‘스릴러’와 같은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지만, 당장 영화로 각색된 몇 작품을 떠올려봐도 그 장르 혹은 결을 단어 몇 개로 단순화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개봉작 중 예로 들자면 라이언 존슨의 <나이브스 아웃(2019) 같은 소위 ‘정통 추리물’(이라고 부르는 게 썩 정확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같은 작품들이나 아니면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과도 조금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영화 <기도의 막이 내릴 때(2018)를 보며 다시 그렇게 생각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스토리텔러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지 않을까 하고.


표면적으로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의 이야기는 두 개의 사건을 둘러싼 누군가의 행방을 쫓는 두 명의 형사가 중심이 된다. ‘마츠미야 유헤이’(미조바타 준페이)는 수사를 거듭하면서 오랜만에 사촌이자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형사인 ‘카가 쿄이치로’(아베 히로시)와 재회하고, 그런 ‘카가’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남긴 흔적이 이 사건과 관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단서가 잡힐 듯 말 듯하면서도 실마리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유력한 용의자일 것이라고 생각한 인물이 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주변인으로 밝혀지거나 하는 일들이 계속된다. 그러나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일 자체보다는 그 범인이 ‘왜 그랬을까’를 설명하는 게 더 중요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관객도 조금씩 배후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는 완급을 조절하면서도 진실의 내막을 서서히 드러낸다.


카지노 쿠폰영화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 스틸컷


"거짓은 진실의 그림자, 그 그림자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그건 분명 비극만은 아니다. 거짓이 비추는 것은 사람의 카지노 쿠폰 그 자체니까."
-카가 쿄이치로, 영화 후반부의 내레이션 중에서


아니, ‘거짓의 내막’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마침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물론 범죄 자체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범인을 향한 적개심이나 심판의 카지노 쿠폰이 생기기 보다는 오히려 그 사연에 일부 카지노 쿠폰이 움직일 만큼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터널 안에서 펼쳐지는 후반부 어떤 장면은 꽤 슬프기까지 하다. ‘왜 죽였을까’보다 차라리 ‘어쩌면 그를 죽이기를 선택해야만 했을지도 모르겠구나’ 싶게 되는 카지노 쿠폰. 추리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한 사건이 일어나기 십수 년 전 과거의 사연들을 들추어내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어쩔 수 없이 치밀한 단서와 증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회상과 독백, 설명이 후반부 전개의 중심이 된다.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의 원작 소설은 ‘가가 형사 시리즈’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 편의 연작들 중 마지막 편에 해당한다. (그중 국내에는 일곱 편만 번역 출간돼 있다)열 편 중 8편에 해당하는 <신참자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 이는 물론 아베 히로시가 연기한 ‘카가 쿄이치로’가 주인공이다. 말하자면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영화’라기보다 ‘드라마의 극장판’에 더 가깝다.


그러나 여느 시리즈들의 속편 혹은 최종편과 달리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는 소설 전작들의 배경을 알지 못해도 감상에 지장이 없다. 여기서 밝혀지는 일들이 드라마나 소설 상으로 전작에서 나타난 주인공의 어떤 행동을 설명해주거나 하는 일들은 있지만 전작의 정보를 습득해야 본작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카지노 쿠폰영화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


내용을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이제 제목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차례다.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라는 건 범인으로 밝혀지는 어떤 인물이 후반부에 행하는 (그랬던 것으로 밝혀지는)어떤 일과 관계가 있다. 자식에게 행복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그러나 스스로가 짊어진 짐을 도저히 자식에게 전가할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한 인물과, 그 선택을 온전히 이해해 훗날 그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는 또 하나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다른 인물의 이야기.


극한의 상황으로 막다른 길에 내몰렸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을 최종적으로 하기까지,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간 세상의 필연적인 비극을 말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영화로 옮겨진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역시 그것을 충실히 전하고 있다. (2020.04.08.)



카지노 쿠폰영화 '카지노 쿠폰 막이 내릴 때' 국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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