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서의 첫 공동 프로젝트
올 해 10월, 카지노 게임을 치를 예정이다. 작년 9월에 예식장에서 날짜와 시간을 잡으며 카지노 게임 준비는 봄이 오면 슬슬 시작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봄이 오고나니 게으름이 발동했다. 3월은 아직 봄이 아니고, 4월은 되어야 진짜 봄이라고 합리화하며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카지노 게임 준비 한 달만에도 한다는데 뭐'라며 안일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상황을 살폈을 때에, 결혼 준비를 어서 시작해야할 것 같았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서 적응하다보면, 지금이 가장 여유있는 시기일 것 같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스튜디오 상담부터 다녀왔다.
우리 부부는 '결혼'은 원하지만 '카지노 게임'을 치르는 과정은 몹시 귀찮아 한다. 금액이 큰 데에 더해, 지출 기회가 한 번 뿐이라 시행착오도 어렵다. 거기에 사전 정보가 1도 없는 시장에 들어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자료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의사결정 과정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기로 했다.
우선 예식장은 우리가 졸업한 학교의 교우회관에서 운영하는 웨딩홀로 잡았다. 우선 우리 부부에게 접근성이 좋았고, 무엇보다도 저렴했다. 강남에 예식장을 잡으려면 보통 천만원에서 이천만원은 거뜬한데, 우리는 300만원에 식장을 예약했다. 사실 카지노 게임 당일 아침부터 청담동에 있는 메이크업샵을 들렸다가 웨딩홀로 이동해야하는 동선을 고려한다면, 청담과 가까운 지역에 웨딩홀을 잡는게 편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카지노 게임 하루에 그 돈을 태우기란 너무 아까웠다. 그 돈이면 차라리 컴퓨터를 사던가, 집이나 가전/가구에 보태는게 나았다.
카지노 게임을 준비하는데 기본으로 여겨지는 스드메도 간단하게 가기로 했다. 스드메는 웨딩촬영을 진행하는 스튜디오, 카지노 게임 당일 입을 드레스, 카지노 게임 당일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샵을 통틀어 말하는 줄임말이다. 이것저것 알아볼 것 없이 교우회관 웨딩홀이 제휴한 스드메 업체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합계가 500만원이다. 웨딩홀과 스드메를 결정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신랑 예복, 혼주 예복, 카지노 게임 당일 촬영 등 준비/결정해야하는 사항들이 남아있다. 현재 예상 가능한 지출을 모두 합치면 대략 천 만원 정도 들 것 같다. 물론 그 밖에 소소하게 더해지는 비용도 있을테니, 천 만원을 조금 초과하기는 할 듯 하다.
스튜디오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카지노 게임 준비가 그렇게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보통 웨딩촬영에서 찍은 사진으로 청첩장을 만들고, 또 웨딩촬영에서 찍은 사진을 모아 앨범으로 만들어 카지노 게임 당일 로비에 비치해 하객들이 볼 수 있게 한다. 그런 일정들을 고려하면 카지노 게임 3개월 전에는 웨딩촬영을 하는 편이 좋았다. 게다가 촬영을 날짜에 바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일 촬영은 5월에도 가능했지만, 주말은 6월에나 가능했다. 지금에라도 스튜디오에 가서 상담을 받고 일정을 잡은 것이 참 다행이었다. 생각했던 것 만큼 아주 여유있는 일정은 아니었지만, 너무 촉박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사실 카지노 게임 준비가 몹시 귀찮은 1인으로서 웬만하면 안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안하고 싶었지만, 또 일이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남편은 남들이 다 하는 건 한 번 즈음은 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최근에 몸무게를 거의 20kg 가량 감량한 상태였다. 어쩌면 앞으로의 인생에서 다시 없을 인생 몸무게 최저점의 시기였다. 웨딩촬영은 황금기를 특별한 사진으로 남겨둘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한편 카지노 게임 준비가 귀찮기는 했어도, 막상 하다보니 나의 개성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무엇보다도 활동성이 떨어지는 하얀 드레스는 입고 싶지 않았다. 대신에 바지정장을 입고 싶었다. 신부대기실에 앉아만 있는게 아니라, 나도 홀을 돌아다니면서 지인들과 반갑게 인사 나누고 부모님께 소개하고 싶었다. 애초에 드레스에 대한 로망도 없는데, 화장실도 혼자 못 가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드레스를 입고 싶지는 않다. 남자친구는 굳이 바지가 아니더라도, 보통 2부 행사에서 입을법한 그런 드레스를 입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와인색 드레스를 입고 싶다는 나의 말에 남자친구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어른들 설득할 수 있으면 나는 상관없어'
카지노 게임을 준비하면서, 카지노 게임이 모두 비슷해지는데에는 이유를 하나씩 알게 되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카지노 게임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품이 많이 든다. 지금은 남들 다 하는 대로 카지노 게임을 하기 때문에, 웨딩홀과 스튜데오가 제휴를 맺은 대로만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나의 개성을 살리는 카지노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것저것 알아보며 품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한다는 제 1의 목표와 어긋난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편이 더 저렴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형태일수록 수요도 많고 공급도 많으니, 적당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거기에 제휴를 맺은 곳에서 하니 가격이 더 내려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카지노 게임은 결혼 당사자들의 일보다는 혼주들의 일로 여겨지는 듯 하다. 카지노 게임은 부모가 손님을 맞는 일이고, 장례식은 자식이 손님을 맞는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래저래 양가 부모님들의 사회적인 체면을 생각하면 아주 독특한 무언가를 꾸미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카지노 게임이 신부를 위한 날이라는 말은 나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 정말 나를 위한 날이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나는 바지 정장을 입든지, 활동성이 편한 원피스를 입던지 하고 싶다.
카지노 게임에서 입을 드레스를 고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즐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스튜디오에 상담을 가니, 드레스 샵과 메이크업 샵 후보를 보여주며, 각각 이런 저런 특성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냥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그냥 적당히 알아서 해주시면 좋겠지만, 결국은 당사자인 내가 결정을 해야했다. 애초에 관심도 없던 분야이기도 하고, 봐도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 무언가를 결정하는 일이 무척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다행히도 남자친구에게는 조금씩 차이가 보인다고 했다. 그래, 둘 중 하나라도 차이를 식별하면 되었다. 남자친구의 판단을 믿어보기로 했다.
우리 커플은 꽤 오랜 시간 알고 지냈다. 서로를 알게 된 것은 중학생 시절이었고, 고등학생 때 연락을 주고 받다가 대학교 1학년이 되어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완전히 헤어지고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했었지만, 결국 다시 만나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다. 원래 나는 결혼을 꼭 하고 싶다는 주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많은 단계를 거치며 관계가 안정화되었고, 이 사람이라면 결혼을 하고, 경제/주거/정서 공동체를 이루어도 좋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결정한 결혼이었기에, 우리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준비를 하다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은 부부로서 공동으로 수행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 같이 느껴졌다. 이전에도 여행을 간다던가 함께 무언가 결정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결정의 영향이 우리 둘에게만 미치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은 우리의 결정이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을 비롯해서, 우리 주변 지인들에게도 보여지고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는 점에서 달랐고, 공식적인 프로젝트로 느껴졌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 없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듯 하다. 내가 드레스 고르는 것을 어려워하면 남편이 선택을 도와주고, 상대적으로 더 꼼꼼한 내가 남편에게 일정이나 챙겨야 할 사항을 환기하며 서로 보완하고 있다. 이렇게 공식적인 첫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가며, 우리가 진정 부부가 되어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