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챌린지 - 여섯째 날
퇴사를 한 후 3개월쯤 되었을때 우연히 창업 아이템을 찾아서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었지만들이는 수고와 시간에 비해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려했던대로 가격을 후려치는(?) 신규 업체가 등장했고 기존의 시장 가격이 다 무너지게 되었다. 판매량도 줄고 마진도 줄어들었다. 어차피 공수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일이었기에 시간은 많았고, 무엇보다도 사업의 확장 가능성과 나 자신에 대한 성장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일은 메인잡이라기 보다는 부업에 가까웠다. 메인잡이라고 할만한 다른 일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되자 더욱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20여년을 직장생활을 했지만 직장 밖을 나와보니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나의 능력으로 어떻게 먹고 살수 있는 것인지... 카지노 게임보다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내가 해온 일을 기반으로 대행, 컨설팅 등을 하기에는 너무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카지노 게임이 들었고, 자신이 없었기에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유튜브를 켜기만하면 넘쳐 흘러 나왔던 온라인 셀러가 되어돈버는 방법들이 생각났다. 내가 시간이 없어서 못하지, 시간만 많으면 나도 저런거 충분히 할 수 있겠네?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알아보고 실행을 해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일단 다시 취직을 해보려고 시도를 해봤지만, 서류심사에서조차 번번히 탈락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나와는 관련없을 것만 같았던 단어, '경단녀'가 나에게 깊숙히 들어와서 박혔다.
우연히 '과일선물점 창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영업이 쉽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있었지만 사업과 취직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나에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뭐라도 시작해야한다는 조바심이 컸고, 그때부터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확대해서 보는 우를 범하기 시작했다.
창업을 하려면 적어도 소규모의 프랜차이즈를 하려고 해도 1억 이상의 투자 비용은 필요하다.
과일선물점은 온라인 마케팅을 통한 사전 예약과 픽업위주로 운영을 하니 메인 상권에 위치하지 않아도 괜찮기에 낮은 임대료의 상가에서 인테리어 최소화를 통해 적은 투자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사전 예약제이니 재고를 많이 쌓아놓지 않아도 된다. 내 노력에 따라 상품에 대한 차별화가 가능하다. 과일을 컨셉으로 하는 다른 상품, 가공식품 등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등등 이 사업의 장점을 나열해보기 시작했다. 물론 단점에 대해서도 생각했지만 이미 뭐라도 해야한다는 쪽으로 기운 내 마음은 단점은 흐린 눈을 뜨고 보고, 장점은 돋보기로 크게 확대해서 보았다.
과일 창업에 대해 아는게 없었기에 창업 클래스라고 하는 곳에 가서 3일간 수업을 받기도 했다. 마냥 긍정적으로,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강사덕분에 창업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의심없이 확고해졌다. 확실한 데드라인이 없으니 실행에 속도가 붙지 않는 것 같아서 가게를 계약해버렸다. 또 한번의 조급함이 낳은 참사였다. 가게를 계약하니 속도가 붙기는했다. 그런데 그때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준비로 이렇게 시작하면 안되는데... 순간 등골이 오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어떻게든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매일 마음을 다잡으며 분주하게 준비를 했다.
간판을 붙인 날, 마음이 이상했다. 도무지 내가 이 가게를 잘 운영할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그려지지가 않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단순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하고 떨쳐내려 노력했지만 며칠간 잠을 못자고, 밥이 넘어가지가 않았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던 사람인데, 살면서 이런적이 처음이었다. 곧 신랑이 될 남자친구에게,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번복에 대해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조건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며칠을 끙끙댔다.
그날도 잠 한숨 못잤다. 옆에서 자고 있는 남자친구가 깰까싶어 거실에 나가 소파에 누워보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계속 지금이 상황을 거부하는 느낌. 주변의 사람들과 나 자신을 실망시킨다고해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어차피 들락날락하는 나 때문에 잠이 어느정도 깬 남자친구에게 목구멍에 걸린 사탕을 죽기 일보 직전에 토해내듯 말했다. "나 지금이라도 이거 접을래, 안하는게 맞을 것 같아"숨이 조금은 다시 쉬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간판을 달자마자 카지노 게임을 하게 되었다. 누구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흑역사의 순간이었다. 충분히 고민했다고 생각했는데, 하얀 종이 위에 나름의 분석과 리스크까지 다 따져봤다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결론은 은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계약을 하고나니 그 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리스크들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졌다. 무엇보다도 내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초조함이 만든 무리수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조함, 조급함이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
비싼 수업료를 치루고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쓰라린 마음을 다잡으며, 다음 임차인이 빨리 들어오기를 바랄뿐이다.